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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가죽 가방’, ‘해초류 매트릭스’…어때요
비건, 미래산업의 중심이 되다…코리아비건페어 2024
- 기사입력2024-04-17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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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뭔가를 새로 심고, 생산하는 것이 아닌, 버려지는 부산물을 이용해 가방을 만듭니다.”“기존의 와인과 비교해도 맛에 차이가 없다 보니, 이왕이면 환경을 생각해서 비건 와인을 선택하는 고객 비율이 늘고 있습니다.”지난 11일부터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비건페어 2024(Korea Vegan Fair 2024)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원단 제조사인 에뜨모아와 비건와인 편집숍인 리틀베러 관계자가 한 말이다.리틀베러의 부스 담당자인 정아인 씨는 “최근 환경과 건강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지양하는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생산자들이 느는 추세”라며, “요즘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와인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청징 과정에서 동물의 젤라틴, 달걀흰자, 생선 부레 등의 물질을 지양하고, 벤토나이트(점토), 식물성 카제인, 숯, 종이 필터 등의 식물성 청징제를 선택하는 생산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틀베러의 부스 담당자가 비건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이처럼 생산자부터 판매자,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인 책임을 따져가며 돈을 쓰는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식물성 재료를 쓰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체 스스로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이전에는 없던 제품을 생산한다. ‘비건’ 시장이 미래 산업의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말이다.“사과로 만든 가방, 해초류로 만든 매트릭스로 ‘환승’ 할게요”일상 제품 중 비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가죽으로 만든 물건이다. 동물을 희생시켜 만든 천연가죽 제품은 동물권 문제뿐만 아니라 천연가죽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이슈로 인해 비건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에뜨모아(ETMOA INC)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과 가죽을 생산하고 있는 원단 제조사다. 3년간 연구개발 끝에 개발한 사과 가죽은 현재 자동차 시트 제조업체, 나이키를 비롯한 대기업 등에 B2B로 판매하고 있다.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엄주형 COO는 “사과의 달콤한 냄새가 안 느껴지시나요?”라며, 가방을 기자에게 내밀었다. 실제로 가까이서 맡아보니 달짝지근한 내음이 나는듯했다.그는 “이전에는 가방이나 다이어리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사과 원단을 수입해서 썼었는데, 원단과 물류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생산비 자체가 비싸다”며, “그러다 우리가 작년에 사과 가죽을 출시하게 되면서 해외보다 절반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에뜨모아 사과 가죽의 강점은 버려진 부산물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대나무, 버섯, 선인장 등 친환경 가죽이라고 일컫는 제품의 경우 버려지는 자원이 아닌, 가죽을 만들기 위해 생산되는 것들이 많다. 이에 엄 COO는 사과 가죽은 폐기물로 재활용하므로 탄소 배출량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그는 “국내에서만 사과 찌꺼기가 해마다 7000여톤이 나온다. 이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가축사료로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도 남아돌아 돈을 주고 업체에 버리는 곳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그 찌꺼기로 가죽을 만들면서 쓰레기 문제도 동시에 해결했다”며 뿌듯해했다.만드는 과정은 사과주스나 잼을 만들고 난 찌꺼기를 수거해 말리고, 가공해서 파우더로 만들어, 염료를 섞어 코팅한다. 단, 사과 가죽 뒷면인 백업지는 가방의 내구성을 위해 재활용된 PET 소재를 사용한다.엄 COO는 “미국 농무부에서 69% 바이오 인증을 받았다. 즉, 원단의 69%는 사과 성분이라는 뜻”이라며, “백업지 역시 독성물질 없이 모두 리사이클링된 PET”라고 했다.
에뜨모아의 엄주형 COO가 사과로 만든 가죽 가방을 메고, 다이어리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위). 아래는 베지터블 가죽에서 비건 가죽으로 영역을 넓힌 마노랩의 제품. ©중기이코노미비건 가죽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우리나라 고객에게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마노랩(manolab) 한송이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베지터블 가죽에서 비건 가죽으로 전향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한 대표는 “베지터블 가죽은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가죽 자체가 소가죽이다. 단지, 가죽을 가공하는 과정을 일컫는 무드 질을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할 뿐”이라며, “비건 가죽은 재질 자체를 식물성으로 만든다. 즉, 베지터블 가죽은 동물로부터 온 것이고, 비건 가죽은 식물에서 유래한 가죽”이라고 했다.2018년도에 오픈해, 2년 전부터 비건 가죽을 취급하기 시작한 마노랩은 현재 에어비앤비와 협업해 에어비앤비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비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과 국내 고객 비율이 50:50이라는 마노랩의 클래스에는 하루 평균 20명 정도 참가하지만, 많게는 하루에 100명이 참가할 때도 있다고 한다.한 대표는 “외국인의 경우에는 비건을 선택하는 이유가 환경적인 부분도 있지만, 건강 때문에 비건이 됐다가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 비건으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며, “비건 시장이 커지며 매출 역시 꾸준히 상승해 매년 14~16%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시몬스 역시 비건 매트리스로 20% 의 매출 신장을 올렸다.양미영 N32 롯데백화점 지점장은 ‘새로운 하루 32일을 선사한다’는 의미의 N32 매트리스를 선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매트리스 브랜드인 N32는 2022년 8월에 첫 출시해 가치 소비에 관심이 많은 고객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양 지점장은 중기이코노미에 “해초류, 콩 추출물 등 자연 재료로 만든다”며, “고객들이 실제로 체험한 후기를 많이 전해오는데, 기존의 매트리스는 안락함과 보온성이 높지만, 비건 매트리스는 상쾌하고,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의 매트리스 경도와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전부터 시몬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도 비건 제품으로 많이 바꾸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양미영 지점장(오른쪽)이 시몬스의 비건 제품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맛있게 ‘당’ 줄여 다이어트 즐겁게…‘꽃차’도 커피처럼 감각적으로“언제까지 닭가슴살을 먹어야 하나?”이런 고민으로 다이어트를 포기할 위기에 처한 사람을 위해 탄생한 기업이 있다. 2020년 그릭요거트 메이커 전문 브래드로 시작한 베어그릭스(Bear Greeks)는 ‘꾸덕 메이커’를 출시한 지 2년 만에 누적 매출액 100억원 기록, 25만명의 팬덤을 확보하며 그릭 요거트계의 아이돌로 화려하게 등극했다.100% 국내 생산으로 만드는 ‘꾸덕 메이커’는 요거트 안에 들어 있는 유청을 분리해 요거트를 농축함으로써 당 함량은 5배 줄이고, 단백질 함유량은 2배 이상 높였다.정세희 대표는 “맛있으면서도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실천할 수 있는 꾸덕 메이커에 반한 소비자들이 두유로도 요거트를 만들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다”며, “두유에 유산균 한 포만 넣어주면 두유 그릭요거트를 만들 수 있도록 비건 유산균을 2개월 전에 출시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이어 “대개 두유로 그릭요거트를 만들면 시큼하고 쿰쿰한 맛이 난다. 하지만, 고객들이 두유 그릭요거트를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시큼하고 쿰쿰한 맛을 없애주면서 고소한 맛은 높였다”고 덧붙였다.
꾸덕 메이커로 인기를 얻은 베어그릭스의 제품 전시 모습(사진 위). 아래는 비건 도시락으로 유명한 덜다의 부스 전경. ©중기이코노미당과 동물성 재료를 덜어 건강 도시락으로 유명한 업체 역시 기존의 인기에 힘 입어 콜라겐과 쉐이크 등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덜다’의 이지수 대리는 “2022년 8월에 도시락을 출시해 1만개 넘게 판매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비건 도시락 중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콩고기와 두부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12가지 종류로 출시했다. 그중에서도 콩불구이와 마라 된장 덮밥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덜다 제품의 인기 요인은 ‘맛’에 있다. 밥 맛이 중요한 도시락 특성 상 밥알 하나하나 식감을 살리기 위해 IQF(개별급속냉동) 공법으로 밥을 냉동시킨다. 그 때문에 밥알이 서로 들러붙지 않고 수분이 얼어 고정돼 원물 상태의 세포 구조를 보호해 준다. 그러면서 조리할 때 영양소와 맛, 식감은 그대로 유지해 준다는 특징이 있다.꽃으로 빚은 하이볼과 밀크티로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였던 꽃차를 트렌디한 이미지로 탈바꿈한 업체도 주목받았다.㈜우리꽃연구소 장재영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꽃차라고 하면 예전에는 단순히 뜨거운 물에 우려먹는 용도로 활용했다. 그러다 보니 향도 약하고 꽃잎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적었다”며, “꽃차도 커피처럼 만들고 싶었다. 에스프레소를 물에 섞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우유에 섞으면 라테가 되듯이 꽃차를 탄산수에 섞으면 꽃에이드가 되고, 우유에 섞으면 밀크티, 술에 타면 하이볼로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이렇게 꽃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꽃을 농축하는 기술 때문이다. 게다가 꽃차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동물성이 혼입되지 않고, 교차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화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작년 7월에 비건 인증도 획득했다. 국화, 메리골드, 벚꽃, 아카시아, 목련, 장미 등 6가지 종류로 출시하고 있는 우리꽃연구소 제품은 B2C뿐만 아니라 국내 1000개 이상의 카페에도 납품한다. 오는 하반기에는 푸딩잼도 출시할 예정이다.장 대표는 “쿠팡의 로켓배송으로만 한 달에 6000만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며, “꽃 농축 기술을 활용해 오는 6~7월쯤에는 꽃잼을 출시할 예정이다. 찰랑찰랑한 제형의 푸딩 형태로 만들고 있다”며, 벚꽃 푸딩잼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설레지 않냐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꽃연구소의 꽃 농축액. 커피처럼 다양하게 활용해 먹을 수 있어 MZ 세대의 관심을 받았다(사진 위). 악어새플래닛은 화학성분을 뺀 치약과 가글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맛있게 먹은 후에는 치아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치과의사가 개발한 구강용품을 선보이고 있는 악어새플래닛은 기존의 구강용품보다 성분은 건강하게, 효능은 강력한 제품을 표방한다.악어새플래닛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제품 브랜드인 클로브덴(CloveDen)에서 알 수 있듯이 산화아연유지놀이라는 치과 치료제가 들어있다”며, “원래 이 성분이 굉장히 센 성분인데, 3년의 연구 끝에 맛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부스 한 켠에 놓인 가글에도 많은 관람객이 사용해 보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5ℓ 양의 일반 가글을 50㎖의 양으로 농축한 이 가글은 90% 이상 화학성분을 뺐고,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입을 마르지 않게 한다.이 관계자는 “악어새플래닛 제품의 목표 중 하나는 촉촉한 구강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계면활성제를 쓰는 치약은 순간적인 상쾌함은 있을지 몰라도 입을 금방 마르게 한다. 입이 마르면 세균 번식 등 잇몸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