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해외사례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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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해외사례 들여다보니 적용 국가 적고, 지역·업종별 최저임금이 국가최저임금보다 높아

기사입력2024-05-02 16:0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5월 중순께 시작될 2025년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는 올해도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돌봄 노동부분에 외국인을 최저임금 미만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노동계는 해당 보고서가 인종차별·성차별·노동혐오를 조장한다며 폐기를 주장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고령층 근로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도록 하는 건의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경영계는 사용자의 임금 지불능력이나 지역별 경제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최저임금이 경제를 악화시킨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러나 민주노동연구원이 지난달 29일 발간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리의 허구성’이라는 보고서에서는 수년간 달라지지 않는 경영계의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근거가 출발점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최저임금의 기준은 사용자의 지불능력이 아니라 노동자의 최저생활이 가능한 수준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할 때마다 해외사례를 들어왔다. 그러나 민주노동연구원 보고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시행하는 국가는 생각보다 적으며, 이들 국가의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은 국가 최저임금보다 오히려 높게 결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87개 ILO(국제노동기구) 회원국 중 90% 이상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가최저임금제도를 기본으로 하면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11개 국가의 사례를 분석했는데, 이들 국가는 대부분 국가최저임금제도 보다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을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 일부 업종 및 지역의 최저임금을 국가최저임금 보다 낮추는데 목적을 둔 경영계의 주장과는 정반대 사례인 셈이다.

단체협약을 통해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는 호주의 경우 국가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이 되며, 독일은 업종별 최저임금이 국가최저임금보다 2배 이상 높다. 루마니아는 건설산업을 촉진시키고 숙련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업종별 차등적용을 도입했는데, 취지 자체가 임금 상향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 브라질, 러시아는 연방국가로서 주별로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는데, 이때 주에서 정하는 최저임금은 연방최저임금과 동일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높게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경영계는 음식·숙박업, 편의점업, 택시운송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가 이들 업종의 영업비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업의 경우 전체 영업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불과했다. 반면, 임차료 및 기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94.1%나 됐다. 음식·숙박업은 인건비가 22.4%, 임차료 및 기타비용이 77.3%였다. 택시운송업의 경우 인건비 41%, 임차료 및 기타비용 59%로 나타나, 이들의 경영안정을 위해서 우선 낮춰야 할 비용이 어느 부분인지 확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2024년 최저임금은 2023년 대비 2.5% 인상된 986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3%대의 물가상승률과 고금리 상황을 감안한다면, 올해 지난해보다 더 가난해졌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대로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이 차등화 된다면 가난은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