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승진 취소…받은 임금은 부당이익인가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부정’ 승진 취소…받은 임금은 부당이익인가 승진 이후 직무 차이 발생했는지 살펴 ‘부당이득’ 여부 판단해야

기사입력2024-07-10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부정한 방법으로 승진한 직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회사의 임금체계에 따라 승급 때 임금 인상이 이뤄진다. 당연히 승진한 직원은 승급해 인상된 기본급을 받을 것이다. 기본급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초과근로 가산수당이나 상여금 등에서도 승급에 따라 인상된 급여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는 부정한 방법으로 승진했으므로 인상된 급여 상승분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하겠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승진에 따라 이뤄진 승급으로 직무난이도가 증가했거나, 직무 책임성이 높아졌다면? 승진은 부정한 것이지만, 실제 승급에 따라 기존 승진 이전과 직무에서 차이가 있으니, 근로자가 받은 임금은 근로 제공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될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부정한 방법으로 승진한 근로자들의 승진에 따라 인상된 임금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한 사건에 대해, 승진발령의 과정상 하자로 인해 급여 상승분이 부당이득금에 해당하므로 그 반환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승진 전후 실제로 수행했던 업무 등을 비교해 근로의 가치가 다른지 판단해야 하는데, 원심이 구체적 업무를 비교하지 않고 평균 업무난이도를 비교한 점을 지적하며, 기존 대법원의 판결 기속력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대법원 2023다315391, 선고일자 2024.4.16.).

◇사건의 경위=원고는 한국농어촌공사이다. 피고들은 원소 소속 직원들이다. 원고의 직원 승진시험은 외부업체에 의뢰해 시행된다. 승진시험 과정에서 피고들은 사전에 외부업체로부터 시험문제와 답을 받아 시험에 합격, 승진발령을 받았다. 피고들은 그 대가로 외부업체에 금전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원고는 인사규정에 따라 피고들에게 징계처분을 내리고 승진발령을 취소했다. 피고들은 3급으로 승진해 승진취소일까지 3급 직원으로 근무했다. 원고의 임금규정에 따르면, 원고직원의 기본연봉은 기본급에 표준가산급, 임금 교섭에 따라 증감하는 금액, 직무급을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 직원이 상위직급으로 승진하면 기본연봉에 승진한 직급에 따른 표준가산급과 승진가산급이 더해 급여가 지급된다.

표준가산급은 직원의 1년 근속마다 가산되는 돈이다. 승진가산급은 직원의 승진 때마다 기본연봉에 일정 비율을 곱하거나 정액으로 가산되는 돈이다. 한편 원고는 업무의 중요도, 난이도에 따라 직위를 구분하고 그 직위에 따라 직무급을 차등 지급한다.

◇당사자의 주장=원고는 피고들에 대한 승진발령이 선발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피고들이 승진일부터 승진취소일까지 승진으로 인해 받은 급여가 법률상 원인 없이 받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피고들이 받은 표준가산급 상승분과 승진가산급은 피고들이 수행한 업무와는 상관없이 승진으로 인해 지급되는 돈으로 피고가 급여 상승분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고가 주장하는 급여 상승분에는 표준가산급 상승분과 승진가산급과 이에 기초한 기준급, 연차수당, 인센티브 상승분을 포함한다.

1심과 2심은 부당이득이 아니라고 피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승진이 부당하다 하더라도 승진을 전제로 실제 승급된 직무가 승급 전 직무의 내용과 차이가 있으니,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따라 피고들에게 지급된 돈은 부당이득금이 아니라는 의미다.

부정한 방법으로 승진을 했지만, 승진 이전과 직무에서 차이가 있다면 받은 임금은 근로 제공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될 것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만약 피고들이 승급하였음에도 직급에 따라 수행한 업무가 종전 직급에서 수행한 업무와 차이가 없고 단지 승진으로 직급이 상승해 상승한 급여를 받았다면 피고들에 대한 승진이 중대한 하자로 취소되어 소급하여 효력을 잃은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이 받은 승진 후 직급에 따른 표준가산금 등이 부당이득이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에 실질적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제공된 근로의 형태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객관적으로 평가해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대법원 2022.8.19. 선고 2017다292718 판결, 대법원 2022.8.19. 선고 2017다292725 판결 참조).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들의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른 업무에 구분이 있는지, 피고들이 승진 후 종전 직급에서 수행하였던 업무와 구분되는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제공한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살핀 다음, 그에 따라 이 사건 급여 상승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다며 원심의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그러나 환송판결 이후 이뤄진 원심은 동일 조건 근로자들의 승진 전후 직무 가치가 같은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환송판결과 달리 판단했다. 원심재판부의 판결(광주고등법원 2023.11.15. 선고 2022나23229 판결)에 따르면, 동일 조건 근로자들의 승진 전후 직무 가치가 같은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승진 전 직급에서 담당가능한 다양한 업무들의 평균 업무난이도와 승진 후 직급에서 담당 가능한 다양한 업무들의 평균 업무난이도를 비교해야 한다.

원심은 원고의 임금체계에서 직급의 상승에 따라 피고들의 직무능력은 별도의 차이가 없이 올라가지만, 맡은 업무는 달라진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승급분 중 직무에 따른 차이가 발생했으므로 해당 부분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같은 시기에 모두가 반드시 완전히 같은 난이도의 구체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일 조건 근로자들이 속한 직급에서 통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의 업무들의 ‘평균 난이도’를 고려해 승진 전후 직무 가치의 차이를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가령 동일 조건에 있는 근로자 중 A는 난이도 3의 업무, B는 난이도 4의 업무, C는 난이도 5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원심은 이처럼 동일 조건 근로자들은 같은 시기에 개별적으로 담당하는 구체적 업무의 차이와 무관하게 직무급을 같이 받고 있으므로, 그 직무급의 크기는 동일 조건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업무들의 평균 업무난이도를 반영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다시 파기 환송했다. 앞서 환송판결의 파기 이유는 환송 전 원심이 피고별로 승진 전후 실제로 수행했던 업무 등을 비교해 각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다른지에 관해 판단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송 후 원심은, 피고들이 승진 전후 실제로 담당해 수행한 구체적 업무를 비교하지 아니한 채, 승진 전 직급에서 담당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들의 평균 업무난이도와 승진 후 직급에서 담당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들의 평균 업무난이도를 비교해 그 업무의 직무 가치가 동등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환송 후 원심이 환송판결의 파기 이유와는 다른 기준으로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를 판단한 것으로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같은 사안을 두고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이 도돌이표처럼 그 판단을 달리하며 판단이 엇갈린 사항으로 상당히 이례적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