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리스크 적은 후기기업 선호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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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벤처투자…“리스크 적은 후기기업 선호 추세” 회수시장(IPO·M&A) 투자심리가 회복될지 살펴볼 필요 있어

기사입력2024-11-27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벤처기업협회와 한국여성벤처협회는 26일 ‘벤처금융포럼’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VC(벤처캐피털) 입장에서 올 한해는 펀딩이 매우 힘든 시기였습니다. 투자가 어려웠던 원인의 상당 부분은 생태계 내 투자자와 벤처회사의 이슈라기보다는 주로 외생적인 변수에 의해 위축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벤처투자 시장이 호황과 불황을 겪으면서, 생태계 내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전형순 엔베스터 전무는 (사)벤처기업협회와 한국여성벤처협회가 26일 개최한 ‘벤처금융포럼’에서 ‘2025 벤처투자시장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벤처투자시장의 흐름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2021년 이후 신규투자 감소…후기단계에 투자 집중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04년 신규조합 39개가 결성된 이후 그로부터 10년 후인 2024년 9월 현재 그 규모는 약 14배 성장했다. 2107개의 신규조합이 결성돼 60조4889억원 규모의 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2021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하던 벤처투자규모는 2021년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 전무는 금융권의 투자 위축을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금융위기 이후 대두된 은행자본 건전화 개혁을 위한 새로운 은행 건전성 기준인 ‘바젤Ⅲ’가 발표되고, 은행 자산을 신용도와 위험에 따라 분류하며 위험이 높을수록 높은 위험 가중치를 적용하는 위험가중자산(RWA)이 적용되면서, 금융권의 벤처투자 펀드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까지 신규조합 조합원 비중의 30.5%를 차지했던 금융기관은 올해 16.8%로 감소했다.

2021년 이후로 신규투자는 감소추세에 있는데, 투자 비중은 벤처기업 후기단계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30.7%, 후기기업은 29.2%였지만, 올해 9월 기준 초기기업 투자 비중은 19.3%, 후기기업은 45.6%로 변화됐다.

전 전무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적은 후기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밸류로 투자를 받은 대형 스타트업들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리스크 방어 심리가 강하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ICT 서비스(딥테크 포함) 영역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소부장 영역에의 투자가 지속 적인 증가추세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투자업계에서 최근 관심을 받으면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005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제도가 도입된 이래 특례상장기업은 증가추세에 있으며, 전체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에서 특례상장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9.3%에서 올해 10월 기준 52.7%까지 늘었다. 그러나 코스닥 기술특례상장기업의 공모가와 현재의 주가를 비교하면, 평균 30~40%까지 하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2021년 이후 IPO시장이 침체되면서 시가총액규모, 공모금액 측면에서 하향하고 있으며,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스닥 지수는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등 투자시장 여건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스닥 지수가 우상향하며 최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초기기업 전략 변화 필요…밸류 낮춰 투자기회 잡아야”

올해 9월 기준 신규투자 규모와 피투자기업 수는 4조6286억원, 1829개사로 지난해 동기대비 증가했고, 올해 말이면 작년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 전무는 정부에서도 벤처투자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에서 정책 변화가 우리 벤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해야 하며, 회수시장(IPO·M&A)의 투자 심리가 점진적으로 회복될지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전 전무는 VC업계에서도 투자전략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리스크가 적은 후기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만큼 초기기업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 전무는 초기기업은 투자 기회가 있으면 밸류에이션을 낮추더라도 펀딩을 받고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선순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고밸류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경우, 밸류를 낮춰 투자를 받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투자시장이 어려운 시기라면, 초기기업이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한발 양보를 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