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활용 자발적 상장폐지 “투자자 보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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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M&A 활용 자발적 상장폐지 “투자자 보호를” 상장폐지 전제 공개매수가에 주주 불만…가격산정 이유 공시해야

기사입력2025-03-10 00:00

최근 M&A(기업 인수합병)가 주식시장에서 자발적 상장폐지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상장폐지를 전제로 한 공개매수가 대표적인데,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 가격에 대해 소수주주들이 불만을 가지는 일이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펴낸 ‘M&A를 활용한 자발적 상장폐지 시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과 과제’ 보고서는, 국내의 자발적 상장폐지를 분석한 결과 “상장기업의 경영권 행사 가능 지분을 먼저 인수한 후 잔여 일반주주 지분을 공개매수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추가 취득한 후 상장폐지하는 형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개매수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모두 자발적 상장폐지를 전제로 만든 제도가 아니어서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개매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2024년 9월말 사이 국내 공개매수는 총 51건이 있었는데 모두 상장폐지로 종결됐다.

공개매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분석대상인 공개매수 사례들을 봐도, 공개매수신고서를 통해 가격을 정한 기산일과, 특정 기간 동안의 거래량 평균치에 대비한 할증률을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보고서는 “공개매수신고서나 공개매수설명서에 할증률과 관련된 산정 근거가 기재된 사례는 없고, ‘일정한 프리미엄’, ‘일정한 할증률’이라고만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매수 이후에 예측되는 재무정보에 대해 기재한 사례도 없었고, 공개매수 관련해서 경영진의 의견표명서가 제출된 사례는 3건에 그쳤다. 국내 공개매수 사례인 1건은 단순한 찬성의견만 기재됐을 뿐이다. 반대로 일본 회사가 관련된 공개매수 2건은 “공개매수가격 산정방식을 포함한 상세한 정보가 공개”돼 있어 차이를 보였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한 자발적 상장폐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2009년부터 2024년 9월말까지의 기간 동안 총 131건이 공시됐는데, 2009~2014년은 연평균 4.2건에 그쳤으나 2015~2023년은 연평균 10.6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사모펀드가 교환의 주체인 사례는 전체 8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7건이 2022년 이후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공개매수와 연계된 경우가 많다. 기업과 사모펀드를 막론하고 공개매수를 통해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가능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상장폐지를 완성하는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소수주주 피해 발생할 수 있다=문제는 이같은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수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공개매수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상충과 정보의 비대칭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봤다. 지배주주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시장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유리한 거래시점을 선택할 수도 있는 반면,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후 주식가치 하락과 유동성 문제를 고려해 지배주주가 제시한 가격에 매도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개매수와 관련한 논란이 커진 2022년 이후 사례들은 공개매수 3년 전부터 1년6개월 전까지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이후 회복세 가운데 나타난 경향이 있다. 보고서는 “최근 수년간의 공개매수는 주가 하락세 이후 나타난 특징”이 있으며, 특히 2022년 이후 사모펀드의 공개매수에서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2022년 이후 사모펀드의 공개매수 대상기업 7개사는 주가의 하락세와 침체가 길었던 가운데 공개매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근 M&A가 주식시장에서 자발적 상장폐지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상장폐지를 전제로 한 공개매수가 대표적인데,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 가격에 대해 소수주주들의 불만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러나 “재무적으로 우량한 회사임에도 최대주주가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신청할 경우 소수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상장규정에는 최대주주에게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 외에 별도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상장폐지에 대한 법률 규정은 없고, 자본시장법은 관련 규정을 한국거래소에 위임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지배주주가 공개매수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주식을 확보한 다음 자발적 상장폐지를 하는 절차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반면 외국에서는 공개매수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정보공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할 경우, 지배주주는 해당 거래의 진정한 목적, 해당 구조의 거래를 선택한 이유, 투자은행의 공정의견서 요약, 주식가격, 대상회사의 과거 및 현재의 재무상황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상장폐지 외에 다른 방법을 활용하지 않은 이유, 대상회사나 주주 등에 대한 거래 효과도 같이 공시해야 한다.

독일은 관련법에서 공개매수 시 대상회사의 주주에게 적절한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절한 대가를 결정할 때는 대상회사 주식의 평균 주식시장 가격, 입찰자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자발적 상장폐지 시 투자자 보호의무도 있다.

◇가격을 산정한 산식을 밝혀야=보고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의 경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공시규제와 가격결정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먼저 공시 강화를 통해 경영진 혹은 최대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에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상장폐지의 목적과 대체적인 수단을 강구하지 않은 이유, 상장폐지의 이점과 폐해, 주주에 대한 이익과 불이익”에 대한 상세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일정 비율의 프리미엄이나 이미 정해 놓은 가격과 시가의 차이를 %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가격을 산정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 산식과 설명을 통해 정확히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개매수의 대상회사 이사회가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표명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영국, 일본, 독일에서는 공개매수 대상회사의 이사회가 의견서를 작성하여 공시하도록 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시장법 제138조에서 발행인의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표명을 규정하고 있으나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지난 15년간 이사회 의견서가 제출된 국내 공개매수는 1건에 불과하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의 경우에도 상장폐지를 전제로 하는 결의는 결국 이해관계자 간 거래의 성격이기에 “가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할 때 앞선 공개매수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된 사례가 나타나는 문제점도 있다며, 독일의 규정을 참고해 강제매수나 합병 시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에 의해 가격의 적정성을 평가 받도록 하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M&A와 자발적 상장폐지의 순기능이 있고 법에서도 경영상 목적을 위한 강제매수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공시 강화와 절차적 공정성을 담보하는 제도 개선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이러한 제도 변화를 통해 투자자들도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정보 공시와 적정한 가격을 통해 M&A 절차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