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닿지 않는 곳’, 사회적경제 조직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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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손길 닿지 않는 곳’, 사회적경제 조직이 나선다 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발족에 거는 기대

기사입력2025-03-14 09:1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탄탄주택협동조합은 전세사기피해 당사자들과 사회주택사업을 해오던 사회주택협회 회원사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이다. 전세사기피해 주택을 협동조합이 인수해 주택임대사업을 한다. 협동조합은 인수한 주택을 최장 10년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조합원에게 시세의 90% 이하로 전세계약을 체결한다. 조합원인 전세사기피해 당사자들은 집주인이자 세입자가 된다. 시세의 10%는 출자금으로 전환하고, 일정기간 후 반전세로 전환해 월세수입으로 조합 현금흐름을 생성한다. 이후 생성된 수익을 배당해 조합원들의 피해복구에 사용한다.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전세사기피해 해결에 나선 사회적경제 조직의 이야기다. 정부의 손이 미처 닿지 않은 부분에서 피해자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나선 것이다. 주택부터 일자리, 장애인, 노인 등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을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알게 모르게 담당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의 존재감은 희미해져갔다. 사회적경제 비서관 직제 폐지를 시작으로 기획재정부의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축소통폐합했고, 사회적기업 육성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지난해 사회적경제 분야 예산은 2023년 대비 56.6% 삭감됐다. 올해 예산은 2023년 대비 93% 감소한 131억원에 그친다.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이 오랜 시간 구축해온 사회적경제 시스템은 조금씩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지키고 있는 이들은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는 사회적경제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벌써 10년째 공전중인 그 사회적기본법 말이다.

UN은 2023년 4월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2025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전 세계가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연대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만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경제위원회를 13일 발족했다. 사회적경제위원회는 ▲사회적경제 조직 강화 및 대선 공약 개발 ▲2026년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교육을 통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반 조성 ▲제22대 국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등 사회적경제 3법 제정 등을 주요 활동계획으로 발표했다. 늦었지만, 사회적경제 부분에서 거는 기대는 크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빈부격차, 지역소멸, 고용불안, 저출생, 고령화, 기후문제 등 사회문제들은 기존의 시장경제 논리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외계층이 늘어가고 공동체의 붕괴 현실 속에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우리 사회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으로 사회적 위기와 취약지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은 물론 붕괴된 사회적경제 조직의 재건을 서둘러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