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수익 사유화·손실 사회화 막아야”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사모펀드의 수익 사유화·손실 사회화 막아야”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기사입력2025-04-22 09:5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모펀드가 국내에서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단기수익만을 추구하면서, 수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에 떠넘기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임수강 경제학 박사는 21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개최한 ‘홈플러스 사태로 본 투기자본 MBK 규제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는 우리나라 사모펀드의 본질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하고, “MBK-홈플러스 사례가 보여주는 여러 문제점은 우리나라 역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21일 ‘홈플러스 사태로 본 투기자본 MBK 규제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주요국, 사모펀드 규제 강화하는데=우리나라는 2004년 정부 주도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하며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다양한 투자수단 제공,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 지원, 외국자본과 경쟁할 수 있는 토종 사모펀드 육성을 도입 취지로 내세웠다.

2023년 기준, 한국에서 활동 중인 사모펀드는 외국계와 토종을 합쳐 1000곳을 넘어섰으며, 약정액 기준 100조원을 초과했다. 자산운용 규모 기준으로는 한앤컴퍼니가 12조6000억원, MBK파트너스 11조800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와 IMM프라이빗에쿼티가 각각 6조4000억원 수준이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연기금의 참여, 그리고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한국의 사모펀드는 단기간 내 급속히 성장했다.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사모펀드의 연평균 성장률은 20.6%였으며,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사모펀드의 연평균 성장률(11%)을 웃돈다.

임 박사는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왔다며, 제도 도입 초기부터 연기금의 사모펀드 참여를 허용한 것도 사모펀드 성장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성장한 사모펀드 시장은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모펀드 육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감독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졌고, 이로 인해 잦은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인수 및 운영의 불투명성, 불완전 판매, 운용사와 판매사의 이해 충돌 등은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또한, 사모펀드가 일자리를 파괴하고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대표적 사례로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는 3월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MBK는 2015년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으며, 이 중 4조원 이상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조달했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2014년 151.9%에서 2023년 1408%로 급등했다는 것이다.

MBK가 경영 효율화 명분으로 추진한 자산유동화(S&LB, 세일 앤 리스백) 정책도 홈플러스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차입금 상환에 대부분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온라인 쇼핑시장 성장에 적절히 대응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자산 유동화의 연장선상에서 알짜 점포를 지속적으로 폐점하면서, 노동자와 입점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도 했다.

<자료=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임 박사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 및 경영 실패는 사모펀드의 본질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는 “사모펀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대신, 운용사 대주주에 의해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면서 오히려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결국 사모펀드는 경영 실패의 책임을 회생절차를 통해 사회에 전가하고 있다”며, “이는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구조”라고 했다.

◇사모펀드 순기능 위해 적절한 규제=물론 사모펀드의 순기능도 존재한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 경영 전략변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확산과 경쟁 심화 속에서 이러한 순기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공공요금 인상, 프랜차이즈 대리점에 대한 갑질 등을 통해 단기수익을 추구하면서 그 폐해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임 박사는 정부가 사모펀드를 육성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사회적 순기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사모펀드 운용자와 가입자, 운용 현황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대폭 확대해야 하며, 사모펀드가 자기자본이 아닌 사회의 신용(레버리지 차입)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행태 역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일정 규모의 자기자본 유지 의무와 차입매수에 대한 엄격한 제한 등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에서 고용 축소를 제한하고, 고용에 영향을 주는 회사 정책에 대해서는 노동조합과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아울러 핵심자산 매각을 제한하고, 사모펀드에 주어지는 조세감면 범위를 축소하며, 역외 탈세 등 조세회피 시도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회생절차를 악용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사회에 전가하는 행위도 반드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정혜경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사모펀드가 약탈적 투기행위를 할 수 없도록 ▲상법 ▲근로기준법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국민연금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