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에 타인의 묘지가 있다면?…‘분묘기지권’

프린트

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내 땅에 타인의 묘지가 있다면?…‘분묘기지권’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법률 요건을 충족할 때에만 인정

기사입력2025-05-21 09:11

김재윤 객원 기자 (law1@lawjnk.kr) ㅣ다른기사보기

부동산변호사닷컴(법무법인 제이앤케이) 김재윤 변호사

내 땅에 타인의 묘지가 설치되어 있다면,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복잡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법적 개념이 ‘분묘기지권’이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분묘가 설치되었더라도 일정 요건이 갖추어지면, 그 분묘와 주변의 일정 면적의 땅에 대해 사용권을 인정하는 관습법상 물권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매장 문화를 반영한 특수한 법적 제도다. 다만 현대의 사유재산권 개념과 충돌하는 면이 있어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승낙형 분묘기지권=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승낙한 경우에 성립한다. 이는 법적으로 인정되며, 묘지 설치자는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해당 토지를 사용할 수 있다.

▲시효취득형 분묘기지권=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묘지를 설치했더라도, 20년 동안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해 온 경우 성립될 수 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 권리는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묘지에 한해서 적용된다. 이후 설치된 묘지는 시효취득이나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주장이 모두 어렵다.

▲양도형 분묘기지권=자신의 토지에 묘지를 설치한 후 땅을 제3자에게 팔거나 양도하면서 묘지에 대한 권리도 이전되는 경우다. 이 경우, 기존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권 이전과 관계없이 그대로 존속하며, 새로운 토지 소유자 역시 기존의 분묘기지권을 승계받게 된다.

최근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에 대한 주요 판결을 통해 법적 해석을 보다 명확히 했다. 판결에 따르면,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었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이를 지급해야 하며, 지료 납부의무는 청구 시점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묘지가 설치된 시점부터 전체 기간이 아닌, 청구한 날부터 적용된다는 의미다.

또한,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된 분묘는 법적으로 최장 60년까지만 그 권리가 인정된다. 이는 분묘기지권이 영구적인 권리가 아니라 일정 기간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규정이다. 과거에는 상속을 통해 묘지가 여러 세대에 걸쳐 사용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장사법’ 시행 이후 법적으로 제한된 기간 내에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분묘기지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묘지의 설치 시점,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여부, 권리 승계의 관계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2001년 이후 설치된 묘지는 법적 제약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처럼 분묘기지권 관련 분쟁은 토지 소유자와 묘지 설치자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매우 복잡하다. 관련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정확한 법적 해석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부동산변호사닷컴 김재윤 변호사)

정부 대규모 정보화사업 대기업 참여

객원전문 기자칼럼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