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창업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벤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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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새 창업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벤처 스튜디오’ “국내 초기창업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

기사입력2025-09-02 09: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벤처 스튜디오(Venture Studio)’ 모델이 국내 초기창업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사)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가 최근 주최한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강화 액셀러레이션과 벤처 스튜디오 미래전망’ 세미나에서 이를 주목했다.

김 대표는 “액셀러레이터와 벤처 스튜디오는 본질적으로 역할과 구조가 다르다”며, “특히 벤처 스튜디오는 공동창업자(co-founder) 수준으로 창업 전 과정을 주도하고, 초기 자본금을 납입하며, 30~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기존 액셀러레이터 모델이 다수 스타트업에 소액을 분산 투자하는 방식이라면, 벤처 스튜디오는 소수의 프로젝트에 집중 자원을 투입해 직접 기획부터 사업화까지 참여하는 구조다.

전통적인 스타트업 창업방식은 창업자가 아이디어 도출부터 MVP(최소기능제품) 개발, 시장 검증, 법인 설립까지 모든 단계를 주도하는 ‘창업자 중심 모델’이다.

반면 벤처 스튜디오는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먼저 사업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이를 함께 실현할 창업가를 선발한 뒤, 내부 팀과 외부 인재가 공동으로 사업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스튜디오는 법인 공동설립자로 참여하고, 초기 지분의 30~40%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김 대표는 이러한 구조에 대해 “일종의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이자, 탈렌트 기반 창업의 진화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업 창업모델로 확산되고 있는 ‘벤처 스튜디오’

벤처 스튜디오는 최근 10년간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며, 글로벌 기준 700여개 이상의 스튜디오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방식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초기 실패를 줄이고 빠르게 성장 가능한 스타트업을 반복 생산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업 창업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사례로는 패스트트랙아시아, 퓨처플레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이 벤처 스튜디오 모델을 실험하고 있으며, 김 대표가 이끄는 더인벤션랩도 자체 벤처 스튜디오 프로젝트인 ‘매터랩(MATTER LAB)’을 통해 공동창업형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그는 “특히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특화된 ‘섹터특화형 벤처 스튜디오’가 국내 시장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소개하며, “B2B SaaS, 바이오, 프롭테크 등에서 기회가 많다”고 전망했다.

“데이터 기반 창업 시대… AI를 활용한 퀀트 VC 부상”

김 대표는 최근 AI 기술과 데이터 활용이 고도화되면서, 데이터 기반 창업이 주목을 받으며 벤처 스튜디오의 전략적 가치도 더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데이터 기반 창업은 시장 수요, 문제 정의, 고객 세그먼트, 성장 가능성 등 창업 초기의 주요 의사결정을 사람의 직관 대신 정량 데이터에 근거해 설계하는 방식을 말한다.

김 대표는 “이전에는 창업자 개인의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발자국(digital footprint), 즉 시장 내 데이터와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회 영역을 선별하고 창업 아이템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김 대표는 미국의 시그널파이어(SignalFire), 콜러레이션 벤처스(Correlation Ventures)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AI 기반 창업 탐지, 예측, 검증을 통해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는 ‘퀀트 VC(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정량 기반 벤처캐피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도적 장벽 여전…중간 회수 가능한 M&A 시장 필요

하지만 한국에서 벤처 스튜디오 모델이 정착하는 데는 제도적 장벽과 환경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중간 회수(Mid Exit)를 기반으로 한 M&A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초기 회수전략을 짜기 어렵다”고 했다.

벤처 스튜디오는 10배 이상의 수익률이 아닌 2~3배의 적정 회수를 목표로 자주, 빠르게 성과를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M&A 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근 제도 변화가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의 시행령 개정 추진으로 액셀러레이터가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고, 모태펀드와의 연계를 통한 벤처 스튜디오형 펀드 조성도 가능해졌다”며, “정부가 이를 촉진하기 위해 전용 계정 신설,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LP 참여 장려 등 정책적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AC간 연합형 벤처 스튜디오’, ‘섹터 특화형 벤처 스튜디오’, ‘대기업과 연계한 스튜디오형 창업 발굴 펀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이 사내벤처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벤처 스튜디오 펀드에 참여해 초기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벤처 스튜디오는 창업 생태계의 양적 팽창을 넘어서 질적 전환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며, “자본력과 전문성을 갖춘 AC간 협업, 정책적 유인, 대기업의 연계가 함께 구축된다면 한국형 벤처 스튜디오 생태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