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사이 메운 스마트폰 무엇을 바꿨나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사람과 사람사이 메운 스마트폰 무엇을 바꿨나 유튜브·AI로 모든 걸 대신하는 시대…인간의 경험이 ‘멸종’한다㊤

기사입력2025-10-04 00:00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는 일이 점점 줄고 있다. 많은 이들이 타인과 직접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메신저와 SNS에서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지도 앱의 별점을 확인하지 않고는 식당과 카페에 방문하지 않으며, 직접 여행을 가지 않거나 영화·드라마를 보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후기를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직접적인 경험이 왜 ‘멸종’되고 있는지,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살펴보자.

사람과 사람 사이를 메운 스마트폰, 무엇을 바꿨나

우리는 어쩌다가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는 즐거움보다 유튜브와 생성형 AI에 만족하게 됐을까?

2010년대에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이용하게 된 것이 초석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PC를 켜야 인터넷을 할 수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에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기만 하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많은 이들이 강제적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음식 배달과 온라인 장보기, 온라인 수업과 화상회의,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문화가 더욱 확산되었고, 이러한 환경이 몇 년 동안 지속되면서 우리 삶 속에 고착화됐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든 이후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온라인과 비대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됐다. 이어 AI가 발전하면서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직접 찾아보지 않더라도 쉽고 빠르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기술이 대신하는 일은 더욱 늘어났다.

물론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까지 직접 찾아가서 기다린 뒤 금융 서비스를 처리하는 것보다는,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해 버튼을 몇 번 누르는 것이 훨씬 간편할 수 있다. 유튜브만 봐도 맛집과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AI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지시만 내리면 그림 한 장이 뚝딱 완성된다. 사람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인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

문제는 편리해도 너무나 편리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한 번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힘들어한다. 이에 온라인과 비대면 서비스를 상시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습관으로 굳어지고, 기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음식 배달과 온라인 장보기, 온라인 수업과 화상회의,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문화가 더욱 확산됐고, 이러한 환경이 몇 년 동안 지속되면서 우리 삶 속에 고착화됐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물론 시간과 금전의 여유가 부족한 만큼 모든 것을 경험하고 직접 처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으며, 타인의 경험을 담은 콘텐츠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것조차 직접 시도하지 않고, 온라인과 AI에만 의존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 과연 어떤 문제가 생길까?

사람을 ‘NPC’ 취급하는 이유…대면 경험 상실 때문

타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보고 듣는 것은 자신이 몸소 부딪치며 쌓은 경험과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나와 타인의 의견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데, 유튜버가 말한 내용만을 받아들인다면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이나 생각을 쌓을 기회는 사라진다. 사람은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면서 감동하고 좌절하고 실패도 겪으면서 깨달음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데, 타인의 경험을 비대면으로 소비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들을 몸소 체험하는 과정을 생략한다. 직접 부딪치며 도전하며 정보를 찾아보고 사고하지 않기 때문에 깊이가 적어 기억에 오래 남지 못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량의 저하나 정서적 빈곤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AI가 제공한 내용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AI를 통해서는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맥락이나 실제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 변수를 파악할 수 없다.

이처럼 간접적인 경험 얻기에만 의탁한다면, 직접적 경험을 통한 정서 함양이나 성장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온라인과 AI에 지나치게 기댈 경우, 자신의 생각이나 능력이 오직 온라인에서 접한 정보의 울타리 안에 한정될 수 있다. 가령 유튜버의 의견이나 지도 앱의 별점만을 보고 판단한다면 좋은 장소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이에 따라 한정되면서, 유튜브와 별점에서 미처 언급하지 않은 좋은 경험을 놓칠 수도 있다. AI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 그럴싸해 보이는 결과물은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내가 직접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은 기를 수 없게 된다. AI의 한계에 갇히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한때 ‘AI는 와인이 잔 끝까지 가득 찬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라는 이야기가 이슈가 된 적 있다. 인간은 와인을 잔 끝까지 가득 따른 모양새를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지만, AI는 그런 이미지를 학습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리지 못하는 것이다(해당 문제가 이슈가 되고 난 뒤에야 개선됐다). 이처럼 AI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므로, 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자칫 우리의 생각도 좁아질 수 있다.

온라인과 AI에만 지나치게 기댈 경우, 인간관계와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다. 면대면 상황에서는 더 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만큼 온라인보다는 소통이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온라인 소통에만 의존한다면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의 표정이나 미묘한 감정,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분위기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사람과 직접 부대끼는 과정에서 짜증을 느끼거나 갈등을 겪더라도 이를 통해 느끼는 점도 많은데,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지면 타인의 입장에 깊이 공감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인내하며 문제를 조율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온라인은 상대방의 계정을 차단하거나 페이지를 나가는 방식으로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기 쉽고, 생성형 AI는 늘상 친절하기 때문에 사람과 직접 의사소통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결국 온라인과 AI를 통해서는 타인의 입장을 고려한 대인관계를 배우기 어렵다.

최근에는 ‘사람을 NPC(게임에서 제한적인 역할만 수행하는 캐릭터)처럼 취급한다’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 익숙해지면서 타인을 살아있는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특정한 기능만 수행하는 존재 또는 투명인간처럼 대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온라인에 대한 의존 심화와 면대면 소통의 약화에서 비롯된 부작용 중 하나다.

현실보다 온라인에 우선순위를 두는 나머지 벌어지는 촌극도 있다. 가령 공연장이나 축제 장소에 방문하면, 눈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집중하기보다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디지털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 SNS에서는 ‘달리기를 하러 나왔는데, 스마트워치를 차고 나오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면서 의욕이 식었다’라는 의견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는 실제 현실의 가치를 간과하고, 온라인에 전시하는 일을 우선한 나머지 데이터로 기록하려 드는 욕구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로 기록하는 것보다는 순간의 본질을 오롯이 만끽하는 것이 기억에 더 오래 남지 않을까? 이처럼 우리는 당장 눈 앞에 놓인 현실의 소중함을 잃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