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소재’로 K-제조 혁신의 무한확장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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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첨단 소재’로 K-제조 혁신의 무한확장 잇는다 고기능 첨단소재 산업 트렌드…국제첨단소재기술대전

기사입력2025-10-20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조광페인트가 최첨단 산업 분야에서 점접착 케미컬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전통적으로 페인트라고 하면 철, 교량, 아파트 혹은 주거환경에 들어가는 도료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산업 트렌가 첨단 제조산업, 전기차 등으로 나가다 보니 우리도 배터리, 반도체, AI,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으로 산업 분야를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3일간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국제첨단소재기술대전(Int'l Advanced Materials Technology Expo)에 참여한 조광페인트㈜ 관계자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산업 트렌드가 첨단 분야로 집중하면서 페인트 업계 역시 이차전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팅 점접착(코팅제, 점착제, 접착제) 등에 대한 케미컬 솔루션 기술개발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세라믹, 코팅 등 전통 뿌리 분야로 분류됐던 산업 역시 전문성을 가미한 첨단 소재와 기술력으로 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우리 중소기업이 어떻게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이를 통해 최첨단 산업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봤다.

재료 내구성·방열 등 미래 제조 솔루션 책임…페인트·코팅·도전제

1947년부터 축적해 온 기술을 바탕으로 건축, 공업, 자동차, 선박 등에 적용되는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는 조광페인트㈜는 최근 변화하는 산업 변화 트렌드에 발맞춰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소재, 친환경 소재 등 고기능성 코팅, IT, 신소재 산업 등에 적용되는 첨단 소재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차전지 솔루션을 살펴보면, 고용량 배터리 개발을 위한 음극재용 소재인 실리콘 복합소재와 도전재, 이차전지의 핵심 부품인 분리막의 내열도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통해 배터리가 가동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발, 방열 등을 방지하는 특수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이차전지가 구동하거나 급속 충전 시 발생하는 고온 조건에서 양극과 음극의 쇼트로 인한 화재를 막는 역할을 하는 게 분리막인데, 이 분리막에 들어가는 공정 중 하나가 코팅이다. 조광페인트는 이 코팅에 적합한 수계 아크릴 에멀젼·수계 바인더 수지의 합성 기술과 이를 활용한 최적의 슬러리 포뮬레션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셀파우치용 접착제, 배터리 하우징용 접착제를 통해 파우치 필름의 내화학성 및 성형성의 우수성을 극대화하고, 외부의 습기, 부식, 진동 등 외부 충격으로부터 배터리 팩을 보호하는 배터리하우징의 기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건식 코팅 공정용 전극 소재와 실리콘 탄소 복합 음극재를 연구 개발 중이라고 한다.

조광페인트는 최근 첨단 소재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전자부품소재 분야 중 필수 핵심 소재인 전도성 페이스트(PASTE)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자재료 소재에 대한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MLCC, 칩, 컨덕터(conductor) 분야, 인덕터(inductor) 분야로 납품할 계획이다.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자동차 처리제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그중 자동차 내장 시트의 표면 질감과 내구성 향상을 위해 적용하던 유성 처리제는 제조 공정으로 인한 작업자 건강과 VOCs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자 건강 문제로 인해 수성 처리제로 전환되는 추세다. 조광페인트 역시 이런 추세에 발맞춰 수성 처리제, 내장재 플라스틱 코팅 소재 등을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친환경 페인트로 널리 알려진 수성 페인트를 넘어 바이오매스 기반의 친환경 바이오 물질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캐슈너트 껍질에서 추출한 카다놀을 이용한 코팅제 원료 생산을 위한 연구 특허를 취득한 상태로, 훗날에는 연구를 기반으로 페인트화를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용량 배터리 개발을 위한 음극재용 소재인 실리콘 복합 소재, 전해액 첨가제에 대한 연구 개발을 통해 이차전지 산업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근간인 소·부·장의 핵심 소재에 대한 연구와 기술 융복합을 통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식물의 세포벽에서 얻어지는 천연 고분자 물질을 통해 친환경 제조 공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코팅에서 코팅한 재료들 ©중기이코노미

제조 분야의 마지막 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 코팅은 기계 부품이나 설비의 내구성 향상을 위한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한국코팅 김재신 이사는 “마모나 부식 문제로 파손이 일어나면 부품을 자주 갈아줘야 하는데, 이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 코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증착, 도금 등이 필요한 기간산업 분야, 금속을 녹여 표면에 입히는 용사 코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라믹 코팅의 경우에는 플라즈마 열을 발생시켜서 세라믹 분말을 녹여 액화를 시킨 다음에 강한 에어로 불어 표면에 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리는 제조업체에 이런 코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화력발전소, 철강, 반도체, 이차전지 등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차전지용 도전재로 시작해 탄소나노튜브(CNT) 슬러리로 확장하고 있는 우리 기업도 있다. Better Material이라는 뜻의 ㈜베터리얼(BETTERIAL)은 CNT 분산액 소재 및 공정을 자체 기술로 내재화 한 업체로,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스케일업 팁스 본부에서 지난 9월 개최한 스케일업 팁스 IR Summit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베터리얼의 SWCNT 제품들 ©중기이코노미

이 회사의 관계자는 “전극성 첨가제에는 원래 카본블랙이라는 입자가 들어갔는데, 최근 CNT로 대체하기 위한 기술 개발 요구가 늘고 있다”며, “카본블랙은 점형입자로 돼 있는데, 문제는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로 점과 점을 연결하려고 하면 이 사이에 저항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NT는 길쭉한 실 형태로 돼 있어 카본블랙보다 열 전도율이 높다. 또한, 도전제가 파이버 형태로 전극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전도성이 훨씬 좋아진다”고 했다.

문제는 선형으로 돼 있다 보니 용매 등에 분산하는 작업이 어렵다는 데 있다. 마치 머리카락이 서로 엉켜 빗질조차 어려운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이런 문제로 인해 CNT에 최적화된 기술을 가진 업체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즉, CNT가 전도 물질로서는 최적의 효능을 보이지만, 이를 다루는 기술이 필수인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용량을 높이는 등 성능 향상을 목적으로 쓰이고 있고, 휴대전화, 자동차 등 리튬이온배터리 쪽으로 확장성이 넓다”고 했다. 또한, “PEDOT:PSS의 대체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PEDOT:PSS는 표면의 변화 등에 의해 수명이 달라지는 등 영구적이지 않다보니 CNT로 업계의 관심과 방향성이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들여온 광학측정장비의 핵심 모듈과 센서를 자체 연구소의 개발 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원하는 맞춤형 소프트트웨어, 설비 등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프로센(PROSEN) 변승수 부장은 “대부분 유럽, 미국의 제품을 들여오는데, 하이엔드급 광학측정장비는 한국에서 제조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신, 최신의 신기술과 제품을 발굴해 각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그동안 축적한 우리만의 노하우와 외국의 첨단기술을 결합해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센의 반도체 케미컬라인 파이프 디파짓 모니터링 시스템 ©중기이코노미

이중 테라헤르츠 극판 코팅 두께·밀도·로딩량 측정 시스템은 다양한 물질의 두께를 비접촉, 비파괴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다.

변 부장은 “코팅을 진행할 때 그 두께가 중요하다. 코팅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불량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생산설비 인라인 과정에서도 측정할 수 있어 생산 라인에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이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철, 알루미늄, 금속 등 소재에 코팅할 때 녹이 슬거나 스크래치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지막인 도막은 어느 정도의 두께로 코팅했느냐가 생산성을 유지하는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변 부장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스펙은 10mm인데, 15mm로 코팅을 하면 원가가 올라가고, 적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항상 같은 스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측정하기 위한 장비”라며, “현재 철강 쪽에서 컬러 강판을 생산할 때 도막 두께를 측정하거나, 전자 제품 분야에서도 플라스틱 두께를 측정할 때 쓰인다”고 소개했다.

첨단기술의 실용화 절실한데…부족한 전문인력은 성장의 걸림돌

국내 기업이 그동안 쌓아올린 역량과 노하우를 첨단 기술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지만, 기존 뿌리산업에 있던 기업들은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에 부딪혀 고심하고 있다.

특히 재료공학도들이 반도체, 자동차, AI 등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라믹 분야는 전공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SC 사업의 일환으로 작년에 한국세라믹기술원이 신설돼 운영되고 있다.

한국세라믹기술원에 따르면, 재료는 우리 제조업에 없어서는 안 될 뿌리산업을 이루는 근간으로, 크게 금속재료, 고분자재료, 세라믹소재로 나뉜다. 그중에서 금속가공의 경우 금속 3D 프린팅 등 형태부터 가공까지 전환이 잘 되고 있지만, 세라믹 3D 프린팅은 상용화가 미진한 단계다. 이에 학생들에게는 도자기를 만들거나 벽돌, 시멘트 제조 등 노후 산업 이미지가 있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세라믹기술원에 따르면 세라믹 재료는 첨단 산업에 꼭 필요한 재료다.

김진우 선임연구원은 “세라믹은 반도체 공정 중 열을 가하는 단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금속이나 플라스틱은 열에 녹거나 휘어져 버리지만, 세라믹은 열에 안정적인 물질이라서 2차 전자 분리막에 사용하거나 세라믹 가습기 같은 곳에 쓰인다. 이뿐만 아니라 민감한 반도체 장비를 세척할 때 빛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반사가 일어나지 않는 세라믹이 활용된다”며, “실제로 반도체는 세라믹 원료를 통해 만들어지고,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원료, 소재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는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전공자들이 첨단 산업 쪽으로 몰리거나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대기업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라믹 전공자수의 감소를 불러오고, 반도체학과로 편입되거나 에너지학과로 변경되는 흐름의 가속화를 낳는다. 게다가 세라믹 관련 전공 과목들은 전공 선택 과목인 경우가 많아 세라믹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재료공학과 졸업생을 힘들게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세라믹에 대한 전공지식이 없어 실무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현재 세라믹 관련 기업이 전국에 1300곳 정도 되는데, 대부분 인재 구하는 것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졸업하는 재료공학과 학생들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포스코, 한국제지 등 대기업에만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 한다. 심지어 업계에서 알아주는 중견기업도 잘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현재 박람회에서 세라믹 직무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재료산업 전반에서 채용에 대한 니즈가 많다는 걸 느낀다”며, “철강SC에서도 함께 하자는 제안을 줄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첫날 진행했던 직무설명회에도 모두 업체 관계자들이 올 정도로 채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