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기한늘리고…파견노동범위 넓히고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비정규직 기한늘리고…파견노동범위 넓히고 정부 ‘비정규직 대책’에 노동계·재계 모두 반대

기사입력2014-12-29 17:38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법 관련 비정규직 당사자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관계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비정규직종합대책 폐지 서명서를 들고 정부서울청사로 진입하자 경찰병력이 가로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한 2년 연장(2년→4년), 고령자 및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파견 허용범위 대폭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노사정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하자고 내놨다. 노동계는 “정규직 회피수단” 논리로 즉각 반발하고 나서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재계에서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고용부가 29일 노사정위 논의사항으로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먼저 35살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가 원할 경우 같은 직장에서 최장 4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담았다. 현재 최대 2년에서 2년을 더 늘린 것이다. 고용기간 연장 후 정규직 전환이 안될 경우 퇴직금에 더해 연장기간 수령 임금의 10%에 해당하는 ‘이직수당’을 따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에 대한 계약 갱신은 2년에 3회로 제한되고, 계약 기간이 남은 근로자를 부당해고할 경우 잔여 계약기간 임금을 주도록 하는 내용도 넣었다.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의 파견 허용을 대폭 늘린 것도 눈에 띈다. 이들의 ‘재취업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이다. 55세 이상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과 절대금지 업무를 제외하고 파견이 허용된다. 현재는 32개 업종에 대해서만 파견근로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고소득 전문직은 절대금지업무(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를 제외한 관리직과 전문직 업무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되, 2년의 기간제한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한다.

이와 함께 6개 특수형태업무 종사자는 산재에 더해 고용보험에도 가입시키는 방안이 검토된다. 레미콘 자차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등이다. 신용카드·대출모집인, 전속대리운전기사 등 전속성이 강한 직종은 산재가 당연적용되도록 했다. 비전속 대리운전기사는 임의 가입이 되도록 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대의사를 밝혔다. 노사정위에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조합원 차별실태 및 정부대책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정규직 조합원 42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정부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 기간제노동자의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약 70%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정규직 회피수단화 가능성’(53%)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근본적 고용안정 보장방안이 아니다’(34%), ‘비정규직 고착화를 심화시킬 것’(11%) 등이 뒤를 이었다. 앞서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밀어부칠 경우 노사정위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노예계약 연장하며 곡식 한 바가지 더 쥐어주는 격”이라는 날선 반응을 보였다.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라는 평가절하와 함께였다.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 노조 등으로 구성된 ‘박근혜 비정규직 양산법안 저지 긴급행동 준비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종합대책은) 기업들이 숙련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려 먹으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연합회도 “비정규직의 범위를 과도하게 넓히고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한 대책”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내놨으며, 경총도 기업의 인력운용 부담 심화 가능성을 이유로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