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등록 확인 안하면 제품생산 중단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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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상표등록 확인 안하면 제품생산 중단할 수도 책임자 ‘기업자산’ 상호·상표 관심가져야 예기치 않은 손실 줄인다

기사입력2016-09-01 10:19

한태근 객원 기자 (tkhan@kanghanip.com) ㅣ다른기사보기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한태근 파트너 변리사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한 카페에 올려져 있는 글을 봤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대출을 하려고 보니까 검색되는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곳이 없어진건가요? 최신 정보들을 찾을 수 없어 이렇게 상담 신청합니다”

이 글을 보고 ‘아직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기심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검색해 보니,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아직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2013년 8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SBI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니 만 3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만큼 소비자들의 뇌에 각인된 이미지를 바꾼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호란 상행위를 하는 기업이나 사람의 이름이고, 상표는 상품의 식별마크이니 상호나 상표를 바꾼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이름을 변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간 번거롭고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게다가 상호나 상표 변경엔 크든 작든 돈도 들어가야 한다. 이래 저래 기업입장에서는 상호 또는 상표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타의에 의해서 자신이 사용해오던 상호나 상표를 변경하는 일이 간혹 발생하곤 한다. 필자가 대형 로펌에서 근무했을 때 한 대기업에서 자신의 그룹 명칭과 동일한 명칭을 상호나 상표로 사용하고 있는 회사에 경고장을 보낸 적이 있었다. 경고장을 받은 업체들 중 대다수는 대기업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상호와 상표를 변경했다. 그러나 상호를 변경하면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수년간 해온 회사의 노력이 헛되이 되는 것이고, 더욱이 공공입찰에도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로 한 업체는 대기업과의 분쟁을 감내하고 상호 및 상표 변경을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상호나 상표를 변경하는 것은 기업입장에서 돈이 들어가고 번거로운 일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사용해온 상호나 상표에 화체된 신용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상호나 상표 변경 후 변경된 상호나 상표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만한 자본력이 크지 않는 중소기업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 이미지 제고나 브랜드 강화 전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면, 가능한 종전의 상호나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관리나 마케팅 차원에서 유리한 전략이라 할 것이다.

상호나 상표를 변경하게 되면 기업입장에서 돈이 들어가고 번거로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사용해 온 상호나 상표에 화체된 신용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기업자산인 ‘지식재산’에 관심을 가져야 예기치 않은 손실을 줄일 수 있다.<자료=비자트>

변경하기 힘든 ‘상호·상표’ 첫 단추 잘 끼워야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아무리 좋은 옷도 맵시가 흐트러지듯이, 상표를 선정하는 첫 시작점에서 잘못을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중소기업에서 중장비 브랜드로 새로운 상표명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후, 필자에게 상표등록을 위해 등록비용 견적을 요청한 적이 있다. 요청을 받은 대로 비용견적만 했으면 상표출원이 됐을 것이고 그에 따라 필자도 약간의 수익이 발생했겠지만, 그랬으면 아마 지금쯤 특허청에서 상표등록을 거절하는 통지서가 발급됐을 것이고, 그에 따라 회사 담당자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의 촉(?)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내부적으로 상표등록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안 해봤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비용견적서를 송부하면서 상표등록가능성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함께 송부했더니 미팅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결국 회사가 처음 결정한 상표명은 등록이 어려워 포기했다. 그 이후 여러 후보 상표명이 오고 갔지만, 최초 선정된 상표명과 같은 느낌이 없어서 그런지 결정을 못하다가, 상표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잠정 중단됐다. 아마 처음부터 상표등록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같이 했으면 이런 실수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 사안은 비용이 들어가기 전에 확인했기에 회사에서도 금전적 손해 없이 수습할 수 있었던 어쩌면 운(?)이 좋은 경우다.

소송 끝에 상표권자 바뀌어 허락 받아 사용하기도

직접 다룬 사례인데, 한 업체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제품 디자인까지 모두 완성하고, 제품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유사한 타인의 등록상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제품 생산을 중단한 적도 있다. 또 필자가 다룬 사례는 아니지만, 코웨이의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와 엘지생활건강의 ‘리엔’ 상표 간에 싸움이 붙었다. 4년이라는 긴 소송 끝에 결국에는 ‘리엔케이’의 상표권자가 엘지생활건강으로 변경되고, 코웨이는 자신의 상표였던 ‘리엔케이’를 엘지생활건강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사용하게 된 경우다.

지식재산권 침해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그 대응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적지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분쟁을 막고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기업 내 전담 부서나 직원을 두는 것이 좋지만, 여건상 어렵다면 외부 변리사에게 수시로 자문을 받아야 한다.<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최근에는 상표에 대한 인식이 커져 상표 선정시 등록가능성 및 사용가능성에 대해서 사전에 조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 중소기업의 경우 상표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일례로 자문을 맡고 있는 매출 200억원 정도하는 한 중소기업은 자신의 상호 뿐만 아니라 제품 상표에 대해 국내에서 어떤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제품 특성상 상표보다는 제품의 품질이나 특허가 더 중요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상표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 않나 싶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추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상표나 상호를 선정할 때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 내 전담 부서나 직원을 두는 것이 좋지만, 여건상 어렵다면 기업의 상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외부 변리사에게 수시로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필자가 아는 한 그러한 자문에 별도로 비용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의 변리사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소기업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당 업무의 담당자이든 아니든 상표 등에 문의가 있을 경우 바로 외부 변리사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든다면, 위에서 언급한 실수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더 얘기하면, 기업 내 전담 직원이 있든 혹은 외부 변리사를 활용하든 어느 경우든 기업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해당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담당자에게만 일임하고 손놓고 있다가 기업의 담당자가 갑자기 퇴사함으로써 기업이 어떤 상표나 특허를 가지고 있는지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을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상표나 특허는 모두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으로서 기업의 자산에 속한다. 따라서 기업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위치에 있다면, 기업 자산으로서 현금이나 부동산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지식재산(특허, 상표) 또한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기업 책임자의 위치에 있으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이를 챙길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지식재산을 중요시하는 기업문화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