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면 늦다…개발단계서 상표권 선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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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발견하면 늦다…개발단계서 상표권 선점해야 지식재산보호원, 상표권 컨설팅 최대 1500만원 지원

기사입력2016-03-30 14: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해외 진출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선점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아직도 이를 비즈니스 외적인 영역의 손실로 보는 것 같다”

특허청 남영택 산업재산보호지원과장의 말이다. 29일 특허청의 지식재산권보호 지원사업 통합설명회에 참석한 남 과장은 “마케팅만 잘하면 소비자가 찾아주는 건 옛말이다. 지재권이 빠지면 세계 어디를 가도 사업하기 어렵다”며 “상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몸살을 앓는 건 중국 상표브로커들의 상표 선점이다. 중국에 진출하려고 보니 이미 브로커들이 모방상표를 출원해 놓은 경우다. 국내외에서 사용 중인 상표 중 특허청에 등록되지 않은 상표를 출원한 뒤 악의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사업자를 상표브로커라 부른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추형준 해외협력팀장은 “상표권 선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잠복기 단계에서 발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중국에서는 조직적으로 한국 상표를 선점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추형준 해외협력팀장에 따르면 중국 심양신사격림유한공사의 김광춘 대표는 회사와 개인 명의로 한국기업 240개의 상표 350개를 무단 출원했다. 풀무원, 하림, 국순당, 천호식품, 네이처리퍼블릭, 귀뚜라미 등이 피해를 입었다. 광저우 소재 화장품유통사인 광주시화하달무역유한공사는 한국 화장품 회사의 제품과 샘플을 소량으로 주문한 뒤 한국기업 16개 상표 41개를 출원하기도 했다. 2080(치약), 예지미인(생리대), 에스따르(샴푸) 등이 타깃이 됐다.

중국 내 상표분쟁은 심화되는 추세다. 중국에서 발생한 상표 분쟁은 2013년 연간 1826건으로 전년과 견줘 127.4%가 늘었다. 국내기업의 중국 내 상표출원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2013년 기준 중국에 출원된 상표의 국가별 순위를 보면 한국은 7위에 머물렀다. 중국이 한국의 제1수출국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성적이다.

상표권 침해 사실을 깨달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두 가지다. 첫째는 브로커가 무단으로 선점한 상표에 대해 무효심판 청구를 진행하는 것이고 둘째는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상표권을 되찾아오는 방법이다.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브로커와 협상을 시도하는 경우, 시장에 진출한지 오래된 기업일수록 지불해야 할 금액도 커진다.

추형준 팀장은 “브로커들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장 잠복기부터 기다린다. 제품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상표권의 가치도 상승하기 때문”이라며 “상표권 선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잠복기 단계에서 발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올해부터 상표권 침해 시 곧장 컨설팅 가능=상표권을 침해당한 중소기업이라면 지식재산보호원의 ‘K-브랜드 보호 컨설팅’ 사업을 활용해볼 수 있다. 지식재산보호원이 지정한 특허법인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컨설팅비용의 70%(중견기업은 50%)는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직접 특허법인에 의뢰하는 것보다 컨설팅 품질 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지식재산보호원의 설명이다.

올해부터는 별도의 사업 신청기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상표권 침해를 당한 중소·중견기업은 곧장 컨설팅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재권 분쟁은 연중 발생하는데 모집기한을 제한해 놓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실제로 여러 기업이 지식재산보호원을 통해 컨설팅을 받고 상표를 되찾았다. 중국과 홍콩 진출을 준비 중이던 치킨프랜차이즈 A사는 중국 상표브로커에 의해 모방상표가 중국에 선점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회사는 지식재산보호원 도움을 받아 상표브로커와 협상을 진행해 모방상표를 취하시켰다.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제조하는 B사도 대만 수출을 진행하던 중 선등록된 모방상표를 발견하고 모방상표를 취하시킬 수 있었다.

상표권 침해를 당하지 않은 기업도 예방 차원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정부지원금은 상표권 대응이 최대 1500만원, 예방이 500만원이다. 지난 21일부터 수시 접수를 받고 있으며 지식재산보호원은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국제 지재권 분쟁정보 포털(ip-navi.or.kr)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