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술탈취 의혹…공정위 처리 공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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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현대차 기술탈취 의혹…공정위 처리 공정했나 사건접수 후 8개월 묵혔다가, 신고자 독촉에 2주만에 ‘무혐의’ 결정

기사입력2017-11-02 19:2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대차 中企 기술탈취 논란 ⑦공정위 사건처리 공정했나?]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권리구제를 호소할 수 있는 정부기관은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회가 유일하다. 그러나 피해 중소기업이 공정위에 신고·진정 등을 제기해도 원하는 결과를 제때 얻지 못해 피해가 더 커진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 대상이 됐던 ‘현대자동차의 ㈜비제이씨 기술탈취 의혹’ 사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환경전문 중소기업 비제이씨는 ‘현대차가 자사의 기술을 탈취했고, 이후 납품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며 지난해 3월 공정위에 현대차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고했다.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는 “2016년 신고후 한차례 담당직원이 바뀌더니,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며 “답답한 마음에 공정위에 12월초 메일을 보냈고, 공정위는 1주후 비제이씨와 현대차 담당자를 불러 한차례 대질심문을 했다. 그리고 2주후인 12월21일 신고 회신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회신문을 통해 공정위는 현대차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8개월 이상 묵혔다가, 신고자 독촉하자 3주만에 ‘무혐의’ 결정

현대차의 불공정거래 행위 사건, 최초 신고 이후 공정위 사건처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볼 수 있다. 먼저 사건 신고자에게 별도의 통지없이 9개월 가까이 해당사건은 공정위에 계류돼 있었다. 또 신고자가 조사를 재촉한 메일을 발송한 직후 사건 당사자간 대질신문이 있었다. 이외 대질심문 직후 2주만에 사건결과가 나왔다.

“이와같은 사건 처리과정이 정상적인 것인가”라는 중기이코노미 취재에 대해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 관계자는 “말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지난달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왼쪽 세번째). ©중기이코노미

사건 처리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공정위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 사건에 대한 무혐의 결정 이유 역시 선뜻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공정위가 비제이씨로 보낸 ‘신고회신문’에 따르면, 비제이씨의 기술탈취 주장에 대해 “현대차의 기술자료 요청은 현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고, 비제이씨가 현대차에 제공한 자료는 고도의 기술자료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일방적 계약해지에 따른 불공정거래 행위 주장 또한 “현대차의 계약해지는 비제이씨의 영업활동을 어렵게 하거나 불이익을 줄 목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공정위는 회신문에서 “신고인(비제이씨)은 자료요청이 있을 때마다 비밀유지 및 권리귀속 관계 등에 대한 유의사항없이 즉각 메일로 제공했고, 주고받은 메일을 살펴보면 자료제공에 강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대표는 “2004년 현대차와 거래를 시작한 후 비제이씨가 현대차에 제공한 자료는 모두 대외비로 취급되고 있다”며 “하도급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무혐의로 처리한 이유에 대해 알려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지만, 사건 당사자임에도 공개할 수 없다는 대답을 보내왔다”고 반박했다.

기술분쟁조정·중재위, 을지로위원회…‘현대차의 기술탈취 있었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무혐의 처분은 앞선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 결정과는 상반된 결과다. 조정·중재위원회는 지난해 8월 ‘현대차의 기술침해가 인정된다’며 현대차에 대해 같은달 31일까지 3억원을 비제이씨에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이와함께 조정·중재위원회 결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같은해 9월1일부터 15%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해 지급할 것도 함께 결정했다.

현대차의 기술탈취를 뒷받침하는 조사결과는 또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현대차와 경북대가 산학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제이씨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결론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국감에서 현대차를 상대로, 올해 국감에서는 경북대를 상대로 기술탈취 여부에 대해 증인심문 과정도 거쳤다.

지난해 3월 공정위 신고 이후 ‘현대차 기술탈취 의혹’ 사건은 이렇듯 우여곡절이 있었고, 최 대표는 올해 7월 동일한 사건을 공정위에 다시 신고했다. 재신고를 접수하면서 최 대표는 ‘현대차가 비제이씨로부터 기술자료를 받았다’는 내용의 경북대측의 법정진술 등 추가자료도 함께 제출했다.

“갑자기 담당직원 바뀌고, 담당부서를 바꾼 이유 석연치 않다”

공정위는 재신고 사건 접수 이후 한달을 훨씬 넘긴 지난 9월 담당부서를 제조업감시과에서 서비스업감시과로 변경했다.

이에대해 최 대표는 “해당 분야가 다른 서비스업감시과에서 어떻게 이를 처리할 수 있을지 신뢰할 수가 없다”며 “지난 신고 때도 공정위 담당직원이 바뀌어 조사기간이 길어졌는데, 전문부서도 아닌 곳에서 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또한 지난 7월 재신고 이후 심의위원회에 결정만 남은 것으로 알려왔는데, 갑자기 담당부서를 바꾼 이유도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언론기관에도 관련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고 했다. 다만 부서 변경에 대해서는 “제조업감시과나 서비스업감시과나 같은 시장감시국에 속한 부서로서, 개별 사안이나 내부 사정에 따라 판단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