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상인, 관중의 삶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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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최초 상인, 관중의 삶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젊은 시절 친구 포숙을 속여 자신이 좀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간 관중

기사입력2018-09-01 06:00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철기시대에 쇠로 농기구를 만들어 쓰면서 잉여생산물이 생기기 시작했고, 먹고 남은 생산물을 교환하거나 팔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터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면서 농사보다는 전적으로 물건을 사고팔아서 이윤을 남겨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도 생겨났을 것이다.

기록에 나와 있는 최초의 상인으로 거론할 만한 이는 아마도 관중(管仲, ?~B.C. 645)이 아닐까 싶다. 관중은 포숙(鮑叔)과 절친한 친구로서, 흔히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관중은 주(周)나라 춘추(春秋)시대 초기의 정치가로, 이름은 이오(荑吾)이고 영상[潁上, 지금의 안휘성(安徽省)] 사람이다. 관중은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했지만, 제(齊)나라 환공(桓公) 때 재상이 되어, 부국강병 정책을 펴서 제나라가 당시 여러 나라 가운데 패권을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후 공자나 맹자처럼 당시 유력한 학자들인 제자백가들이 대개 정치적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사상과 학파만을 후세에 남겼다고 할 수 있는데, 관중은 법가(法家)의 시조로서도 후세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으니 정치 방면은 물론 사상 방면에서도 모두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관중열전(管仲列傳)’에는 관중이 젊은 시절 포숙과 장사를 함께 했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관중열전(管仲列傳)’에 실려있는 관중의 전기에는 평생토록 변함이 없이 포숙과의 깊은 우정을 나눴던 관중이 젊은 시절 포숙과 장사를 함께 했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관중은 이익을 나눌 때 포숙을 속여서 자신이 더 많이 가져갔다. 다른 친구들도 이 사실을 알고 포숙에게 관중이 정직하지 못하니 사귀지 말라고 충고를 했다. 이때 포숙은 관중이 본디 나쁜 친구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가난한데다가 늙은 어머니를 모셔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관중의 처지를 이해해 줬다.

그 밖에도 관중이 일찍이 포숙과 어떤 일을 함께 도모했는데, 일이 더욱 어렵게 됐다. 포숙은 관중이 어리석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세상 일이란 것이 때때로 유리하기도 하고 불리하기도 한 것이라며 관중의 처지를 이해해 줬다.

또 관중이 포숙과 함께 전쟁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전세가 불리할 때마다 관중은 도망 다니기 일쑤였지만, 포숙은 관중을 비겁하다고 나무라지 않았다. 게다가 관중이 군주에게 발탁돼 세번이나 관리로 등용됐다가 세번 모두 쫓겨났지만, 포숙은 관중이 못나서가 아니라 제때를 만나지 못해서라며 관중을 이해해 줬다.

글자의 형태는 두 꾸러미의 조개를 본뜬 모양으로 본래는 화폐단위의 명칭이었는데, 뒷날 친구라는 뜻으로 쓰게 됐다.<출처=한자연변오백례, 제공=문승용 박사>

당시 제(齊)나라의 소백(小白)과 규(糾) 왕자가 군주 계승문제로 싸우게 됐는데, 관중이 모시던 규가 패하자 관중이 마땅히 죽었어야 하는 처지가 됐을 때에도 관중은 구차하게 살아남았다. 이때에도 포숙은 관중이 앞으로 세상에서 큰일을 하기 위해서 살아남았던 것이라고 이해해 줬다.

그 뿐만 아니라 이제 자신이 큰 벼슬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된 포숙은, 자신보다는 앞으로 관중이 나랏일에 큰 보탬이 될 인재라고 하면서 제환공에게 큰 일을 맡기라고 추천해 받아들여졌고, 이때부터 관중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제나라가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평생토록 포숙은 관중의 능력을 믿고 후원해 주었다. 그 덕에 결국 관중은 당시 최고의 정치가로서 오늘날까지 명성을 얻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관중은 포숙의 이와 같은 우정에 감사하며, 자신을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자신을 알아 준 이는 포숙이라고 해 고마운 마음을 끝내 잊지 않았다.

당시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뛰어난 정치적 능력보다는 포숙이 친구인 관중을 끝까지 믿어 주고 후원해 주었던 것을 더욱 높이 칭찬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이 관중과 포숙 두 사이의 절친했던 친구 사이를 빗대어서 일컫는 관포지교의 실제 내용이다.

두 개의 오른손이 한데 모여 있는 모양으로 뜻을 함께하는 친구라는 의미를 나타낸다.<출처=한자연변오백례, 제공=문승용 박사>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절친했던 친구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친구와 함께 하는 동업의 뒤끝이 좋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어째서일까? 나중에 정치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던 관중도 젊은 시절 친구 포숙을 속여서 자신이 좀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갔을 만큼 대개는 장사를 해 이윤을 다투다 보면, 자신이 좀 더 가져가야만 하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인 모양이다.

물론 관중은 집안이 가난하고 늙은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하기는 하지만, 예로부터 공자나 맹자는 근본적으로 이윤을 다투는 일을 꺼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흔히 유가사상의 주요 덕목인 삼강오륜에서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해 친구끼리의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덕목이 들어 있는 이유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공자는 관중의 정치적인 능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한편으로는 “관중의 그릇이 작구나(管仲之器小哉)”라고 해 관중이 검소하지도 않으며, 예(禮)를 알지도 못한데다가 외람되게도 군주의 권력을 넘보기까지 했다고 비난했다.

이렇듯 관중이 아무리 정치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겼더라도 친구를 속이고 이윤을 가로채며 신의가 없었던 점을 공자가 비난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높은 지위의 공직에 오르는 이들을 검증하는 청문회 자리에서 때로는 그가 맡아야 할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집안 가족의 흠집이나 얼마간의 세금을 제때에 내지 않았던 것 등이 문제가 돼 사회적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낙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의를 중시하라는 공자의 말씀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언제까지 엄연히 살아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