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아닌 불공정한 사회·시장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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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최저임금이 아닌 불공정한 사회·시장이 문제다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보다 강력하고 빠르게 추진돼야한다

기사입력2019-05-22 18:54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저임금 인상에 고용감소…정부, 공식 첫 확인(매일경제)”, “최저임금 1% 올릴 때마다 일자리 1만개씩 사라졌다(중앙일보)”, “與 내부서도 동결론…힘받는 최저임금 속도조절(한국경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불가피할 듯…고용감소 결과 후폭풍(조선일보)”

고용노동부가 21일 주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 직후 극우·보수 언론이 뽑은 기사제목이다. 반면 중도·진보 성향의 일부 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 이외에도 고임금·저임금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줄었고, 저임금노동자 비중 또한 현저히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언론은 도소매업·음식숙박업 등 취약업종에서 발생한 고용감소만을 부각시키며, 소득주도성장론 폐기를 촉구했다.

경제단체와 보수·극우 언론, 시간당 1만원도 채 안되는 최저임금을 공격할 게 아니라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 잡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이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소득주도성장론을 비난할 게 아니라,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자고 주장해야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이같은 보수·극우 언론의 논조는 주휴수당 포함하면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OECD 1위(전경련)’이고, ‘한국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OECD 최상위권(경총)’이란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이들은 비교자체가 불가능한 ‘상대적 최저임금’, 분석자체가 무의미한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이란 개념까지 창안해 최저임금을 공격했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앞서, 이들 경제단체와 보수·극우 언론이 ‘최저임금 동결’을 목표로 선제적 공세를 가하는 모양새다.

경제단체와 보수·극우 언론 주장대로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면, 도소매업·음식숙박업 등 취약업종과 영세중소기업에서 고용이 늘어나고 경영여건이 개선될 수 있나. 산업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단언컨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백번을 양보해 최저임금을 동결해 내년 한해는 버틴다고 해도, 내후년이 또 문제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이들 취약업종·영세중소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유일한 해법은 공정경제뿐이다. 이들 기업이 최저임금 이상을 지불할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장에서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는 방법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아울러 공정한 시장에서조차 자생할 수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동반돼야한다.

이런 이유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은 폐기 대상이 아니라, 보다 강력한 수준에서 추진돼야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대기업 수출 편향의 산업생태계를 대·중소기업이 공존하고, 수출과 내수가 조화되는 시장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도 소득주도성장은 보다 빠른 속도를 내야한다. 한계기업 구조조정 연착륙을 위해 필수적인 사회안전망을 정비할 수 있는 토대 역시 소득주도성장이다.

최저임금 동결 주장과 함께 소득주도성장론을 폐기하라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경제단체와 보수·극우 언론은 해법을 제시해야한다. 2018년말 기준 1000조원에 가까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30대재벌의 기(氣)를 살리겠다는 억지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미 극단으로 치닫는 대·중소기업 간 경쟁력격차를 보다 심화시킬 뿐이다. 또 기업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노동관련법을 개악하고,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전담시키겠다는 발상으론 한국경제는 한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가계와 기업 간 소득격차는 더욱 커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사회계층 간 갈등만 깊어질 뿐이다. 규제완화란 미명하에 환경을 파괴하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려서는 대한민국은 복지국가로 갈 수 없다.

결국은 모두 돈의 문제다.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포함 경영여건을 정상화할 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노동자에게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을 포함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기업은 비용을 부담해야한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금, 의료·양육·교육·주거 복지 강화 및 확대를 위해서도 재정이 필요하다.

한국사회,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편중된 게 문제다. 재벌대기업 곳간은 차고 넘치는 반면 중소기업 곳간은 텅 비어있다. 기업소득은 20여년이상 계속 늘어났지만, 노동자의 임금은 지속적으로 쪼그라들었다. 가계부채 1500조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2007~2016년까지 부동산매입에 따른 이자를 제외한 연간 불로소득이 374조원에 달한다. 해마다 대한민국 전체 GDP의 1/4(22.9%)에 육박하는 돈이 땅·주택 보유자(기업)에게 쏠리는 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경제단체와 보수·극우 언론, 시간당 1만원도 채 안되는 최저임금을 공격할 게 아니라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 잡을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이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소득주도성장론을 비난할 게 아니라,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자고 주장해야한다. 정의와 형평을 지향하는 이들이라면, 땅·주택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가계·기업이 땀 흘려 번돈을 가로채지 못하도록 할 대책을 촉구해야한다. 이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이고, 최저임금 인상은 그 출발점이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