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태풍’, 우리사회 전반의 치부 낱낱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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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조국태풍’, 우리사회 전반의 치부 낱낱이 드러냈다 태풍 뒤 새로운 생태계 복원을 위해…검찰개혁이 그 시작이다

기사입력2019-10-15 19:3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태풍이 지나간 바다는 뒤집어진다. 퇴적된 침전물이 떠오르고, 물속을 떠다니던 쓰레기가 바닷가로 토해진다. 깊은 바다 찬물과 위쪽의 따뜻한 물이 뒤섞이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인명·재산을 앗아가는 상처를 내고 나서야 태풍은 멀리 물러간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태계는 새로운 체계를 잡아간다. 생채기를 보듬고, 더러는 전에 없던 씨앗이 뿌리내리기도 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복원한다.

올해 유난히 태풍이 많았다. 이달 초까지 한반도를 찾아온 태풍은 7개. 60년 이래 가장 많았고, 그 규모 또한 컸다. 작게는 일상의 불편함에서, 재산과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을 만들어내고 태풍은 떠났다. 사람들은 다시 일상에서 망가진 주변을 정돈하고, 떠나버린 고인을 추모하며 또다시 삶을 살아간다.

천재가 분명 아닌 인재, ‘조국태풍’도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법무부장관 임명을 전후한 두 달여, 조국태풍은 격랑을 동반하며 우리사회 부조리한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다. 검찰과 언론·정치·종교·교육 전반에 내재됐던 치부, 그 모두가 물 밖으로 올라왔다. 이 모두를 두고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의견이 나눠졌지만, 우리사회 개혁이 절실하고 시급하다는 사실에 국민 모두가 뜻을 같이 했다.

조국태풍은 검찰개혁이란 새로운 씨앗을 심고 떠났다. 특수수사부가 검찰권 남용을 위한 수단이 됐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특수부 인원을 대폭 줄이고 이름도 바꿨다.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절차를 보완하고, 수사관행 개선 등 검찰개혁안도 내놨다. 행정부 권한으로 가능한 검찰개혁이 속도를 내는 지금, 입법이 필요한 검찰개혁은 국회 몫으로 넘어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무를 거부했다. 고위공직자수사처법을 21대 국회로 넘기고, 정부에게 사실상 검찰개혁 중단을 요구했다. 서초동과 광화문에 모였던 이들의 염원을 외면하고, 당리당략을 우선시 하겠다는 몰염치한 행태다. 서초동이든, 광화문이든 대부분의 참가자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안고 모였다. 부정부패로 국가질서를 훼손하지 말하고 소리쳤다. 불공정한 경쟁으로 억울하고 힘든 사람이 없는 나라를 만들자는 공통된 소망을 안고 말이다.

모든 국민에게 ‘정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로 가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다. 그 방안 중 하나가 공수처법 제정이다. 혼돈스러운 두 달이었지만, 조국태풍 이후 나타나게 될 새로운 생태계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검찰개혁을 시작으로 정치, 언론, 재벌, 종교, 교육 등 우리사회 전반의 생태계는 새롭게 복원돼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