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 지원 “복귀 대신 국내투자 활성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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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유턴기업 지원 “복귀 대신 국내투자 활성화”로 업종별 차별적 지원도…산업연구원 “유턴기업 정책 관점 전환 필요”

기사입력2020-09-11 12:5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공장들의 가동 중단으로 주요 부품의 공급이 막히자, 국내 자동차 공장도 2월초 일시적으로 조업을 중단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1월, 중국에 있던 공장들이 대대적으로 가동을 중단하자 국내 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주요 부품의 공급이 막히면서, 국내 자동차 공장들도 2월초 일시적으로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신뢰를 코로나19가 깨버린 것이다.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유턴을 통해 공급망의 독자 구축과 다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산업연구원 민혁기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유턴기업의 실태와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국내복귀 중심이던 유턴기업 지원정책을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제언했다.

현재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를 지원하는 유턴법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사업장을 줄어거나 청산하는 등의 전제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또, 해외에서 생산하던 품목과 동일한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민혁기 연구위원은 외국인투자기업을 지원할 때 해외사업장의 축소나 동일품목 생산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 요건을 완화해 해외진출기업의 국내투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사업장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의 유턴정책 도입”도 필요하다고 봤다. 특정 사업장을 국내로 옮길때 지원해주는 정책은 해외진출기업의 글로벌 경영전략을 반영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해외 특정 사업장의 국내 이전뿐 아니라 기업의 활동에서 필요 기능에 대한 추가적 투자, 즉 연관 활동에 대한 국내투자도 유턴으로 인정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3년 법시행 이후 유턴기업 80곳=흔히 유턴법이라고 불리는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은 2013년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은 기업은 2020년 현재 80개사에 그쳤다.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이 68개로 가장 많고, 중견기업이 11개였다. 대기업은 2019년 사업장을 유턴한 현대모비스 단 1개에 그쳤다.

단순히 기업 하나의 유턴이 아니라 연관기업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산업규모가 커지는 확장성은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민혁기 연구위원은 “확장성은 핵심기업의 유턴에 달려 있는데, 최근 중견기업의 유턴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19년 3개, 20년 6개)”이며, “2019년 현대모비스가 유턴한 자동차 업종에서 산업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산업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유턴기업의 유치뿐 아니라 기업운영의 지속성이 중요”하다며, 유턴 이후에도 스마트공장화 지원이나 고부가가치 업종으로의 전환 등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맞는 유턴정책 필요하다=해외기업의 국내복귀, 이른바 리쇼어링에 대해 가장 과감한 정책을 펴는 나라는 미국이다. 민혁기 연구위원은 “미국은 내수중심 경제구조와 자체 거대시장 존재라는 경제적 요인과 글로벌 패권에 기반한 관세부과 등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정책수단 사용이 가능한 정치적 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내수시장이 협소하고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과 같이 강력한 국내복귀 정책을 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 현실에 맞는 정책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보편적 지원에서 업종별 차별적 지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은 기업유형과 복귀지역에 따라 지원이 달라질 뿐 업종별 차등화는 없다.

반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보면 고도기술 수반 여부, 기술이전 효과, 고용창출 규모 등의 평가를 통해 현금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차등화 정책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유턴정책도 핵심업종을 선정하고, 선정된 업종에 대해 여타 업종보다 완화된 요건을 적용하거나 추가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 등의 차등적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진 소재·부품·장비 산업이나, 코로나19로 인한 배타적 보호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또, 국내 산업정책과 보다 밀접하게 연계된 유턴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공급망 확보를 보조하는 유턴정책은 물론이고, 산업정책이나 지역산업 전략과 유턴정책을 연계시켜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