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없는 플랫폼 공룡이 공정화 입법을 불렀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자성없는 플랫폼 공룡이 공정화 입법을 불렀다 수수료·불공정 논란에도 자발적 상생 노력 찾아볼 수 없어

기사입력2021-12-24 19:07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3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6개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은 공동으로, 올 1월 공정위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이번 1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플랫폼 공룡들이 이런 상황을 달가워할 리 없다. 산업진흥이 시급한데 규제를 앞세운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정부 탓을 할 경우가 아니다. 불공정거래나 갑질 논란 등 플랫폼 공룡들이 스스로 벌인 일의 결과일 따름이다. 아직도 구태를 반성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입법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건 당연한 이치다.

23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6개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이 공동으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올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이번 1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라는게 이들의 요구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은 “코로나19로 유통산업의 온라인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중소상공인의 의존도가 증가했다”며,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송유경 중기중앙회 유통산업위원장은 과도한 수수료 등 비용 부담, 각종 불공정행위 발생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 조사로도 확인된 바다. 지난 2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1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이용 사업자 1000개사 중 74.1%는 2020년 연 매출 중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매출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59.2%에 달할 정도다. 오픈마켓·배달앱·숙박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런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가 더 편하니,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 커질 전망이다.

중개수수료가 적정한지에 대한 물음에 ‘부담된다’는 응답은 71.3%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조사결과에 비해 9%p 증가했다는 점이다. 수수료나 광고비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문제라는 응답이 많았다.

사실 수수료 인하를 비롯해 수수료 산정근거 공개,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소통 등은 하루이틀 나온 요구가 아니다. 하지만 플랫폼 공룡들이 이런 요구에 응했다는 소식은 들려온 적이 없다. 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자 카카오가 소상공인 상생안을 내놓은 일이 있지만, 이 역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거론되는 등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이후 뒤늦은 대응 과정에 나온 해법이다.

카카오뿐만이 아니다. 쿠팡은 납품사에 경쟁 온라인몰 판매가를 올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고, 아이템 위너 제도는 약관법 위반이란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네이버는 검색알고리즘을 네이버쇼핑 입점업체에 유리하게 변경하면서, 개편 사실을 경쟁사에 알리지 않았다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심판이면서 플레이어도 같이 한다. 그런데 심판이 그냥 공정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자기편 선수한테는 점수도 더 주고, 뭔가를 더 알려주는 이런 차별이 있었다”는 설명까지 나왔다.

플랫폼 공룡들이 산업진흥 운운을 하며 규제입법 반대를 외치려면, 이같은 불공정 행태들에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책을 제시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니 중소입점업체들은 공정화법 입법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현실을 국회가 더 이상 외면할 명분도 없다. 방대해져 가는 온라인 경제가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밀하고 적극적인 입법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