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나에게 필요한 서비스만 가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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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마이데이터…나에게 필요한 서비스만 가입을 ‘내 손 안의 금융비서’ 마이데이터…개인정보 유출 우려 불식이 관건

기사입력2022-01-16 00:00

우리는 이제까지 은행 입출금 내역을 알고 싶으면 주거래은행 사이트나 앱에서 확인하면 됐다. 또 이번 달 통신비와 사용내역이 궁금하면 통신사 사이트나 앱에 접속하면 알수 있었다. 금융, 보험, 신용, 자산관리, 통신 등 일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 이용하는게 당연했다. 그런데 각각의 서비스에 일일이 접속해서 확인하기란 번거롭고 복잡하기도 하다. 만약 내가 사용하는 금융 관련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면 훨씬 편리하지 않을까?

이제 더 이상 이러한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각종 기관과 기업 등에 분산돼 있는 자신의 신용정보 등을 한 번에 모아서 확인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지난 5일부터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는 각 금융회사들이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가 각각의 서비스에 일일이 접속해야 했지만, 이제는 사용자가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든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서 직접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는 지난 2019년 선보였던 오픈뱅킹과는 차이가 있다. 간단히 말해 오픈뱅킹은 여러 은행 앱들을 연결하는 서비스였다. 반면 마이데이터는 은행 거래정보뿐만 아니라 주식, 펀드, 신용카드 사용내역, 통신비까지 한 번에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보다 넓다.

그렇다면 각 서비스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를 모아서 볼 수 있는 것이 전부일까?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본질은 사용자가 정보의 주체가 돼 자신의 신용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해 자신에게 유익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그래픽=김준호 기자> ©중기이코노미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자신의 은행 입출금 내역, 카드 거래명세서, 통신비 지출 내역, 가입한 보험 및 납입금 내역, 대출금 정보 등을 마이데이터로 한 번에 살펴보고 관리한다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신용관리, 자산관리, 건강관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는 사용자가 자신에게 알맞는 서비스를 추천받는다는 점에서 ‘내 손 안의 금융비서’라고 불릴 만하다.

마이데이터는 현재 은행, 카드, 핀테크, 증권사 등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마이데이터가 본격 시행되면서 총 33개 사업자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중 21개 회사가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마이데이터 서비스로는 하나금융투자의 ‘하나합’, KB국민은행의 ‘KB마이데이터 서비스’, 신한은행의 ‘머니버스’ 등이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통신사업으로 축적한 빅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만든 핀테크 합작법인 핀크는 지난해 11월 대비 마이데이터 이용자 수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모바일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0만 건을 돌파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빅데이터 시대…주인공은 ‘나야 나’=마이데이터는 그 이름처럼 사용자가 정보의 주체가 돼 자신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는 데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 그 동안 사용자는 각종 기관과 기업의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개인정보를 제공하기만 할 뿐, 이에 따른 이득은 얻지 못했다. 마이데이터는 자신에 관한 정보의 활용시기, 대상, 공개범위 및 이용범위 등을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제3자에게 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인정보이동권’을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주도권을 갖게 된 셈이다.

한 사람이 가진 자신만의 개인정보는 무궁무진하다. 한 사람의 소비, 저축, 투자 습관과 보험 가입현황 등은 모두 데이터다. 마이데이터는 이를 빅데이터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그전에 없던 유용한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처럼, 자신이 가진 수많은 개인정보를 빅데이터로 삼아 활용한다면, 개인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받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향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고도화된다면 학비, 자동차 구입, 주택 구입, 결혼과 출산, 노후대비 등 인생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금액과 현재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의 상태, 향후 기대소득 등을 바탕으로 필요한 금융 솔루션을 받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처럼 주식과 부동산, 코인 등 재테크 수단이 다양해지고 개인 자산증식에 관심이 높아진 시대, 자신의 신용정보를 분석해 자산증식에 활용하도록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점차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개인정보를 심층 분석해 최적화된 금융 서비스를 추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그래픽=김준호 기자> ©중기이코노미

빅데이터 시대는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연결해 자신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이러한 측면에 따라 마이데이터 시장은 초연결, 초개인화를 중점으로 발전해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마이데이터에 진출한 사업자는 은행, 금융사, 핀테크기업, 통신사 등이 주를 이루지만, 향후에는 비금융 분야에서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다. 마이데이터가 금융 분야를 넘어 의료, 교육, 여행,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면 사용자가 자신에게 맞춤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와 비금융사의 데이터를 결합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올 상반기 중에 데이터전문기관을 추가로 지정할 방침이다.

◇개인정보 유출 없도록 안전장치 필요=마이데이터는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산업을 견인할 새로운 먹거리로 손꼽힌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고객 신뢰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질적 제도와 기술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이 우려된다. 그래서 마이데이터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나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만 가입하는 것이 좋다. 무분별하게 서비스에 많이 가입하는 것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전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면서, 고객의 동의를 받은 사업자들이 고객을 대신해 각 금융사 사이트에 접속해서 화면에 나온 정보를 읽어내는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이 전면 금지됐다. 그 대신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보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방식을 통해서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용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갈 길이 멀다. 사용자들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하도록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금융사의 보안관리와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실질적 제도 또한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서비스 초기인 만큼, 다양한 금융사의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오픈뱅킹과 큰 차이가 있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이데이터의 궁극적인 가치는 개인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추천하고 제공한다는 것에서 나온다. 따라서 각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사용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떠한 유익함을 줄지 깊이 고민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