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물가에, 가성비 좋은 ‘PB상품’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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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천정부지 물가에, 가성비 좋은 ‘PB상품’ 눈길 ‘저렴이’ 이미지 끝…착한 가격과 높은 품질에 소비자 만족도 ‘껑충’

기사입력2023-01-12 00:00

예전처럼 브랜드 이름 하나만 믿고 제품을 선택하는 시절은 지났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에 손을 내밀까? 제품의 품질이 비슷비슷한 시대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가령, 해당 브랜드의 색깔이 명확하다거나, 합리성과 경제성을 충족시켜주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최근 PB상품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한 제품력과 가격, 패키지는 요즘처럼 물가가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그 가치는 더욱 올라가기 마련이다.

착한 가격과 높은 품질에 소비자 만족도 ‘껑충’

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 대형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인 PB(private brand)는 제조사 상품과 달리 상품을 만든 유통업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기획상품이다. 따라서 유통단계를 축소해 마진을 줄이고, 제품 기획부터 출고까지 업체가 전담하기 때문에 매장의 특수성을 그대로 반영했고, 마케팅이나 유통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에 제조사 브랜드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 PB상품이 도입된 시기는 1997년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PB상품은 제조사 브랜드에서 출시한 같은 라인의 제품 대비 ‘저렴이 버전’으로 통칭하며, 소비자로부터 제품력을 의심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PB상품의 위상은 180도 달라졌다. 몇 년 전부터 서서히 매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품질은 기본이고, 가격 경쟁력까지 잡은 ‘가성비’ 제품으로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니어 소셜벤처 임팩트피플스가 PB상품 이용 트렌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060 신중년이 PB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44.1%)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형마트가 믿을만해서(21.2%)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서(8.6%) ▲품질이 우수해서(6.9%) ▲제품 관련 이벤트를 많이 해서(6.7%)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들이 PB상품을 구매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으로는 무려 45.3%의 응답자가 가성비를 꼽았다. ▲품질(21.3%) ▲맛(14.3%) ▲묶음 세일 패키지(8.4%)라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PB상품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68.7%의 응답자가 만족한다고 했고, 11%는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즉,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자연스럽게 PB상품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PB상품에 대한 신뢰성이 기본적으로 높은 것도 PB상품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설문조사 서비스업체 라임에서도 2022년 10월에 전국의 20~5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PB상품의 인기요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의 약 85%가 PB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PB상품을 선택한 이유(중복응답 가능)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해서(62.7%)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서(47.6%) ▲할인행사 및 이벤트(39.6%) ▲호기심(24.8%) ▲유통업체 자체에 대한 신뢰(16.4%)로 가격과 품질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다.

상품을 구매하는 비중에서도 이런 믿음은 영향을 미쳤다. PB상품을 구매하는 비율은 56.5%로 브랜드 상품 브랜드(43.5%)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 PB상품을 구입하는 상품 카테고리에 대한 질문(중복응답 가능)에는 ▲스낵류(50.3%) ▲유제품류(40.4%) ▲냉장·냉동·간편식류(38.6%) ▲화장지류(25.4%) ▲즉석밥·면류(21.4%) ▲생수류(21.2%) 등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PB상품을 지속해서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B상품에 대해 바라는 점(중복응답 가능)을 묻자, ▲다양한 상품군 출시(52.5%) ▲판매처 확장(35.4%) ▲다양한 용량 출시(35.2%)에 대한 니즈가 강했다.

최근 PB상품이 인기다. 요즘처럼 물가가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그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인 PB(private brand)는 제조사 상품과 달리 상품을 만든 유통업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기획상품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입맛에 익숙한 정통 식품부터 소비재까지 ‘강세’

PB상품의 강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의 대형유통사 PB상품 판매 수치는 많이 증가했다. 지난 9월에는 PB상품의 판매율이 12%나 늘었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성비가 상품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형 유통기업 내 PB상품의 판매 점유율을 살펴보면, 2010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다가 2017년 이후 안정세로 돌아섰다. 이후 2021년 31.9%였던 점유율은 2022년 상반기에 32.6%로 올라섰다. PB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글루텐 프리 ▲농산물 ▲바이오 ▲아기용품 ▲스포츠용품 ▲채식 ▲코스메틱 등 식품에서 소비재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편의점은 PB상품의 천국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편의점의 PB상품 브랜드인 헤이루(HEYROO)를 통해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선뵈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비자에게 알뜰한 쇼핑을 제안하기 위해 재작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인 초저가 라인인 ‘득템 시리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BGF리테일 홍보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기본적인 품목인 라면, 즉석밥, 생란 등을 별도의 PB 라인으로 구성해 소개하고 있다”며, “패키지도 대용량으로 출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단품으로 구성할 경우 매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라면의 경우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높고 오랫동안 먹어 익숙한 신라면과 같은 제품이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계란의 경우 브랜드별로 품질 차이가 크지 않고, 새벽 배송업체와 대형마트 제품 대비 6~19% 저렴해 매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재도 강세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롤 티슈는 100% 천연펄프로 만들어진 3겹의 제품으로 부드러운 촉감과 흡수력을 자랑한다. 무향·무형광·무색소로 피부 자극에 예민한 사람도 마음 놓고 쓸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유사 상품과 비교했을 때, 최대 40% 저렴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세하다. CU가 국제 펄프 가격과 운송비 급등으로 인한 티슈 가격인상에도 가격을 낮출 수 있던 이유는 직납 방식으로 홍보, 마케팅, 디자인 비용 등을 최소한으로 절감했기 때문이다.

BGF리테일의 ‘득템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500만개를 돌파해 매출은 전년대비 7배 신장했다. 특히 인기상품인 계란득템(15구)외에도 편의점 평균 김치가격의 1/4 수준인 김치득템(1.9kg)은 900g 이상 대용량 김치상품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마트의 PB상품도 대세다. 롯데마트의 가정간편식 PB 브랜드인 ‘요리하다’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온라인에서는 매출 상승폭이 더 크다. 같은 기간 롯데슈퍼와 롯데온에서 운영하는 롯데마트 몰의 매출은 각각 90%, 50% 늘었다.

매출이 오른 만큼 소비자의 반응도 뜨겁다.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평소 장을 볼 시간이 없어 온라인으로 장을 자주 보는 편”이라며, “‘요리하다’라는 브랜드에 대해 모른 상태에서 제품 리뷰만 믿고 구매했는데, 맛도 좋고, 품질과 포장 상태가 꽤 우수해 계속 구입해 먹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입맛 바꾸기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라면류에서도 PB상품의 도전은 이어졌다. 편의점 이마트24가 팔도와 손잡고 2019년 처음 선뵀던 ‘민생라면’은 총 2000만개 이상 판매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구매 리뷰를 보면, 국물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는 평가가 많다. 가격도 착하다. 민생라면의 가격은 550원으로 브랜드 라면보다 약 2배 정도 저렴하다.

PB상품은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는 편견을 깬 제품도 있다. 홈플러스의 PB상품인 ‘홈플러스 시그니처’는 고급화와 전문화를 내세우며 PB상품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기가 올라가면서 품목도 확대해 나갔는데, 2019년 956종에서 작년 하반기 기준 2498종으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생필품으로 꼽히는 반찬거리에서 매출 두각을 나타냈는데, 홈플러스 시그니처 국산콩 무농약 콩나물(300g)과 국산콩 두부(300g, 2모)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0%, 70% 증가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