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난방비 지원은 ‘립서비스’에 불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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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중산층 난방비 지원은 ‘립서비스’에 불과했나 정부 반대에 여당도 주춤…대통령은 지시를 왜 한건가

기사입력2023-02-1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통령이 중산층에게도 난방비 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여당도 주춤한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1/30, 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 1월 31일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중산층”을 포함한 난방비 경감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열흘이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정부는 여전히 중산층 난방비 지원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부처의 반대 기류에 여당마저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에너지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이창양 장관은 9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가 재정건전성과 예산 상황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반대의사를 개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재부와 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현재까지는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당은 중산층까지 확대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전달했다. 또 여러 차례 협의도 했다”면서도, “정부의 재정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기 때문에 절충점을 아직까지 못 찾았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밑에서 다시 검토를 해보니까 이러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점들이 있고 국가 재정적으로 이렇습니다, 또 말씀드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는 발언이다. 기재부를 압박한다기 보다는, 사실상 기재부의 입장을 변호해주는 뉘앙스다.

기재부와 산업부가 난색을 표하고 여당까지 주춤한 모습에, 오히려 야당이 질타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9일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고 있지 않은 정부 관료, 그것이 바로 ‘반 윤석열계’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박홍근 대표는 대통령의 지시 이후에도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 날짜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난방비 폭탄에, 공공요금 폭탄으로 국민 속은 타들어가는데 이렇게 한가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정부 내 고위 관료들이 대통령의 중산층 지원 입장에 반대해서 당정협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이 이렇게까지 돌아가고 보니, 윤 대통령이 중산층에게도 난방비를 지원하라고 지시한 경위가 궁금해진다. 대통령이 참모에게 중산층을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기 전에, 필요한 예산의 규모와 조달 방법에 대한 비공개 내부 검토는 마무리했어야 한다.

최소한의 내부 검토도 없이 대통령의 지시 사실을 먼저 공개해 버린 것이라면, 대통령실의 과속운전이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반대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중산층에게 난방비를 지원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중산층 지원 발언을 공개한 것이라면, 대통령의 지시가 처음부터 듣기 좋은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어느 쪽이건 간에, 대통령실은 중산층 난방비 지원 지시 발언으로 초래한 혼선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물가대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물가가 폭등해 일부 계층에서는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에 난방비 폭탄으로 국민의 부담을 더욱 무겁게 한 점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시급하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