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이 ‘햇빛연금, 바람연금’ 받는 마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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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지역주민이 ‘햇빛연금, 바람연금’ 받는 마을은 마을연금제도 부상…“지자체 공유자원 활용한 기본소득 확대를”

기사입력2023-04-28 11:1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 소멸위기지역인 전남 신안군은 지역주민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안군은 타 지역보다 월등한 일조량과 섬으로 이뤄진 군인데, 타 지역보다 저렴한 토지가격 등의 조건으로 대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이 가능했다.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2018년 제정하고 신안군민 전원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구성했으며, 조합가입비는 1만원으로 전체 개발비의 30%가 주민 자본으로 사용됐다.

2021년 4월 첫 배당을 시작해 총 9회 개발이익 배당금을 지급했으며, 현재까지 총 75억원의 배당금이 지급됐다. 지역과 거주기간에 따라 가구당 분기별 최대 185만원에서 423만원의 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 신안군은 향후 햇빛 아동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며, 해상풍력을 활용한 바람연금 지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 충남 보령시 오천면의 장고도는 81가구 200여명이 생활하는 작은 섬이다. 장고도의 어촌계는 마을공동체의 성격과 어민의 경제적 조직 성격을 갖는다.

어촌계는 해삼과 전복 양식 수익금을 배당소득 재원으로 해 1993년 89만원 배당을 시작, 현재까지 27년간 배당을 하고 있다. 2019년 어촌계는 해삼과 전복 양식을 통해 약 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해녀 작업비와 기타 운영비를 제외한 금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장고도에서 20년 이상 거주해야 가능해, 전체 81가구 중 75가구가 배당을 받고 있다.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과 더불어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사)기본사회, 민주연구원 등이 27일 개최한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 도입 현황 및 과제 국회 토론회’에서는 햇빛과 바람 등 공유자원을 활용해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국내 지자체의 이러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고경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의정연구센터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농어촌 마을연금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산업화, 도시화, 초고령 사회 진입을 거치면서 농어촌지역과 도시 노동자의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지역의 고령화 심화로 인한 사회보장 안전망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농촌지역의 노후소득 보장체계 강화를 위해 자생적 마을공동체 중심으로 자체 사회보장 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마을연금 제도가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마을연금, 마을사업이 창출한 수익이 재원=국내에서 마을연금은 신안군과 보령 장고도 외에도 태안군 만수동 마을, 포천시 장독대 마을, 정읍시 송죽마을, 익산시 성당포구 마을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마을연금 제도는 연금이라는 용어가 포함돼 있지만, 엄밀하게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연금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마을연금은 마을사업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월 소득 일정부분을 보험료로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사업에 의해서 창출된 경제적 수익의 일부를 마을 단위에서 보험료 형태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마을사업의 경제적 수익은 사회·경제·자연적인 환경에 따라 매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마을 단위에서 납부하는 보험료도 매월 상이할 수 밖에 없다. 또, 마을사업을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으면, 마을의 보험료 납부도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마을연금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리더의 전문성과 공동체 의식수준 등 필요=그래서 고경훈 센터장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사업에 참여하고 마을연금 필요성을 인식하며, 마을사업 추진 및 제도화를 위해 사업추진 주체의 리더가 전문성과 동기부여를 가지고 사업을 초기단계부터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을기업 등 마을공동체 수익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이 중요하며, 이와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재정적 지원 역할도 중요하다.

고 센터장은 마을연금 도입을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의 의식수준 ▲자생적인 기업(조합)의 유무 ▲지속가능성 등의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성 못지않게 주민들 간의 상호작용과 유대감은 마을을 규정하는 중요한 구성요소이며, 마을공동체는 소규모의 지역 또는 마을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필요와 참여를 통해 형성될 때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마을 주민에게 마을연금을 매월 지급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마을의 자생적인 마을기업 또는 영농조합 등이 구성돼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내에서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나누는 복지를 위해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 행정, 각종 단체, 주민, 전문가 등이 서로 연계하는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고 센터장은 “지역의 신뢰, 호혜성을 기반으로 한 마을연금이 자생적으로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과 더불어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사)기본사회, 민주연구원 등은 27일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 도입 현황 및 과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용혜인 의원실>

◇“부분 기본소득을 확장, 온국민 기본소득으로”=한편,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중앙정부의 공공투자 산업으로 발생하는 성과와 이익 역시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을 국가 차원의 모델로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민생위기에 무능한 이 시점이야 말로,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이 지자체에서 확대되어야 하는 시점이며, 동시에 국가 차원의 도입이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