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1년 “코스닥 및 중소형주의 참여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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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밸류업 1년 “코스닥 및 중소형주의 참여 미흡” 성과 “긍정적”이나, 미공시 대형계열사·중소 상장기업 참여 높여야

기사입력2025-05-28 09:3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 도입 1년. 주가 수익률 개선과 투자자 신뢰 회복 등 초기 성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금융기업의 구조적 저평가와 중소형주의 낮은 참여율은 여전히 과제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이 27일 개최한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이렇게 진단하고, “한국 시장에서도 밸류업은 충분히 가능하며, 또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다. 본질 가치의 체계적 제고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년간 153곳 참여…성과 “긍정적”=지난해 5월 도입된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주식시장의 기업들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본질적 가치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해소, 투자 매력도 제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을 목표로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1년 동안 총 153개사가 밸류업 공시(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참여했으며, 이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49%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산업재(32개사, 25.6%), 금융(22개사, 17.6%), 자유소비재(19개사, 15.2%) 순으로 참여율이 높았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밸류업 공시기업의 지난해 주가 수익률은 4.5%를 기록했다. 이는 미공시기업 -16.9% 대비 21.4%p 높고, 코스피지수 -9.6%보다도 14.1%p 높은 수치다. 특히 금융업종의 수익률이 두드러졌는데, 금융업종 공시기업의 주가 수익률은 25.3%로, 코스피지수 대비 34.9%p나 높았다.

◇“밸류업,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한국거래소가 자산운용사, 연기금, 보험사, 증권사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 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57%) 투자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디스카운트 해소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답했다. 85%의 투자자들은 밸류업 공시가 투자 유치 및 주가 상승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90%의 투자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기업과 주주간의 소통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사가 금융업과 대규모 기업에 다소 편중됐지만, 참여기업 대부분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소통 강화 등의 측면에서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금융주의 주가 상승은 밸류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지목했다. 금융사들은 이미 안정적인 수익성과 주주 환원 정책을 내재화해왔기 때문에, 밸류업 공시 이후 단기간에 주가 할인율이 크게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구조적인 혁신없인 가치 제고 어려워=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시장의 근본과제로 비금융기업의 저평가를 지목했다. 한국 비금융기업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미국, 독일, 영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순히 PBR만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장부가치 자체가 초과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면 시장이 낮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정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 배치효율성, 수익성, 무형자산 활용 등에서 국내 비금융기업이 본질 가치를 끌어올릴 구조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은 27일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 연구위원이 주요 6개국 시장에서 본질가치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해 온 비금융기업의 핵심 동인을 분석한 결과,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 ▲이익 유지를 위한 사용자본의 효율적 활용 ▲노동집약적 사업구조 보다는 무형자산에 기반한 사업 영위 ▲높은 회계정보품질, 효과적 조세전략 등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글로벌 고밸류 기업의 이러한 특징들은 실효적 밸류업을 위해 벤치마크가 필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중소형주 참여 확대·제도적 지원 필요=국내 상장사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율이 낮은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한 코스닥 및 중소형주의 참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공시 대형 계열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중소 상장기업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향후 과제다.

이 연구위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배당 성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초과 유보 현금에 대한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시장과의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본질 가치 제고를 위한 구조혁신도 요구했다. 기업 내부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비핵심 자산 정리 ▲무형자산(브랜드, 기술,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더불어 구조적 저평가 기업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토지, 건물, 계열사 지분 등 보유 자산가치는 높지만, 현금화 가능성이나 사업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른바 ‘자산주’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과 자산유동화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나 회계기준의 유연한 적용, M&A 시장의 활성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와 충돌 없이 자산 재배치가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