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 과세, 투자 범위 어디까지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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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사내유보 과세, 투자 범위 어디까지 인정해야? 경기 활성화 도움되는 “‘국민계정상 투자’로 한정” 주장 나와

기사입력2014-08-26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대기업의 투자·배당·임금인상을 촉진하기 위한 ‘기업소득 환류세제’ 방안이 확정된 가운데, 사내유보금의 어느 정도를 투자해야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것인지에 대한 범위 설정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투자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주간금융브리프’를 통해 발표한 ‘기업소득 환류세제 중 투자범위 설정의 과제’ 에서 “기업소득 환류세액의 계산식에서 ‘당기소득×α’로부터 차감하는 투자 또한 국민계정이 투자로 인정하는 것으로 한정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업소득 환류세액 계산 시 과세대상에서 제외할 사내유보금의 투자분을 제한적으로 인정하자는 의미다.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한 경우 단일세율 10%로 추가과세하는 제도다. 적용대상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 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이다.

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의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한 경우”에서 당기소득의 일정액은 A유형과 B유형 중 기업 스스로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A유형의 과세산출공식은 [당기소득 × 기준율α (60~80%) - (투자+임금증가+배당액등)] × 10%다. 임금증가와 배당액, 투자의 합이 당기소득의 60~80%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분에 대해 10%의 과세를 한다는 의미다.

B유형은 [당기소득 × 기준율β (20~40%) - (임금증가+배당액등)] × 10%로 과세액을 산출한다. A유형과 달리 투자를 제외하고 임금증가와 배당액이 당기소득의 20~40%에 미치지 못한 경우 그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유형별 세액계산식

<자료=기획재정부>

기존 논의의 초점은 이 기준율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맞춰졌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6일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3년 비금융업 상장회사 중 계속사업 당기순이익 상위 10개(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네이버, 포스코, LG화학, SK텔레콤, 현대제철)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회사들은 과세대상 이익이 없었다”며 “특히 투자 포함 과세방식(A)에서 기준율(α)을 가장 높은 80%로 정할 경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네이버는 과세대상이익이 존재하나, 가장 낮은 60%로 정할 경우 현대모비스와 네이버만이 과세대상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반대입장은 분명히 하고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방안이 확정되기 전인 7월, 전경련은 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논의에 대해 “사내유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과세”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기업 사내유보는 “기업 설립 후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되지 않고 회사내부에 남아 있는 것으로 공장․기계설비․토지 등에 투자하는 데 이미 사용된 부분이 많다”며 “유보금을 투자하라는 일각의 주장은 이미 투자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같은 재계의 주장을 ‘국민계정’과 기업회계간 차이에서 발생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단순 소유권 이전도 투자로 판단하면 경기활성화 달성 못할 우려”

‘국민계정’이란 한 나라의 경제활동을 모두 종합하는 국가의 재무제표라고 보면 된다. 이를 통해 GDP 등을 계산한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회계에서의 ‘투자자산’은 장기에 걸쳐 이자 및 배당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취득한 자산으로 장기금융상품, 장기투자증권, 장기대여금, 투자부동산 및 지분법적용투자주식 등을 포함한다”며 “신규건축이 아닌 건물이나 구축물의 매입, 토지 매입, 예금, 채권투자, 중고 기계류 구입 등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기업 활동을 위해 미리 확보해 둔 투자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항목들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투자일지 몰라도 GDP를 집계하는 국민계정에서는 자산의 소유권 이전일 뿐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이 아니므로 투자로 간주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업이 기계장치·선박·건물 등을 신규로 제작한다면 기업회계상 투자이면서 국민계정상으로도 투자로 계산되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장치나 건물 등을 매입한 경우로만 국민계정에서 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2008~2011년 법인세 감세 당시 기업들이 줄어든 법인세 세부담을 투자로 돌려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고 기대했을 때의 투자는 국민계정상 설비투자, 건설투자, R&D투자였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유도하려는 투자는 계열사 지분투자, 타사주 매입, 예금, 채권, 토지 및 부동산 매입 등 보다는 부가가치 창출을 수반하는 국민계정상의 투자라고 판단된다”며 “이 점을 확실히 하지 않을 경우 제도의 시행 결과, 기업들의 유가증권이나 토지 및 부동산, 계열사 지분 등만 늘어나는 가운데 국민계정상 투자 증가가 부족하여 경기 활성화가 부진하고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정책목표가 100% 달성되지 못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