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시장까지 집어삼킨 ‘대륙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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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웨어러블 시장까지 집어삼킨 ‘대륙의 실수’ 5배 이상 싸고 성능도 준수… 국내 업체들 위협

기사입력2015-06-10 11:45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샤오미의 웨어러블 기기인 미밴드. ©중기이코노미

샤오미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시장조사전문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웨어러블 기기 시장 점유율에서 샤오미가 2위(24.6%)를 차지했다. 웨어러블 시장에서 전통적인 강자였던 핏빗(34.2%)의 뒤를 바짝 쫓은 것이다. 애플워치 판매가 시작된 2분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무서운 상승세임은 틀림없다. 샤오미가 처음으로 내 놓은 웨어러블 기기, ‘미밴드’가 돌풍의 주인공이다.

샤오미 제품의 미덕은 가격이다. 샤오미는 기존 제품보다 조금 싼 가격이 아니라 파격적으로 싸게 제품을 판다. 미밴드의 출시가격은 14.99달러(약 1만6800원)로 한국에서는 2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시장 1위인 핏빗은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1만9000원~19만9000원선이다. 이달 말 한국에서 출시될 애플워치는 더 비싸다. 아직 국내 출시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이 349달러(약 39만원)였다.

가격이 싸다고 품질이 형편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미밴드는 원가 절감을 위해 디스플레이를 없애 시계 기능을 뺀 대신 기본에 충실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돼 전화가 오면 미밴드가 램프와 진동으로 알려준다. 만보계 기능을 통해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기록할 수 있고, 매일 목표치를 달성하면 진동을 울려 축하해준다. 수면패턴 체크 기능도 있다. 미밴드를 구입해 직접 써 보니 이 수면패턴 체크 기능이 상당히 쏠쏠하다. 수면 중 뒤척임의 정도에 따라 깊은 수면과 얕은 수면까지 구분해 알려준다. 2만원대에 이만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계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미밴드가 일부 얼리어답터들의 관심 대상이라면, 샤오미의 보조배터리는 보다 폭넓은 계층이 쓰는 효자상품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충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배터리 용량 10400mAh에 13.99달러(약 1만5700원)다. 같은 용량의 LG전자 보조배터리는 8만8900원이고, 삼성전자의 제품은 그보다 작은 용량인 8400mAh 모델이 5만5000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인터넷에서는 샤오미의 보조배터리와 미밴드가 ‘대륙의 실수’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본래 ‘대륙의○○’은 국내 네티즌들의 중국의 형편 없는 제품이나 기이한 현상들을 꼬집을 때 써왔던 말인데, 샤오미는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는 의미다. ‘실수로’ 잘 만들었다는 조롱의 의미도 있지만 고품질의 제품에 ‘실수로’ 저가의 가격을 매겼다는 찬사의 의미도 있다. 어쨌든 샤오미의 성능만큼은 인정한다는 의미다.

한국 시장에서 샤오미의 점유율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나 보조배터리나 미밴드로 신뢰를 구축한 소비자들이 차기 스마트폰으로 샤오미를 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현재 국내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샤오미 커뮤니티 회원 수는 5만5000명에 달한다.

샤오미의 위력은 IT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점에서 온다.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등 모바일 제품부터 TV, 체중계까지 출시하며 스마트홈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샤오미의 모든 제품은 미유아이(MIUI)라는 자체 OS로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도 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독립해 ‘타이젠’이라는 자체 OS를 구축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양새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