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속 ‘연장근로’의 유연화를 주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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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인력난 속 ‘연장근로’의 유연화를 주장하지만 “주 52시간제, 현실 안맞아” vs “경영부담, 노동시간 확대로 전가”

기사입력2025-05-19 16:5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악의 경제위기…중소기업이 직면한 과제는

70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한 경제위기,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의 장기화로 중소기업이 고통을 겪고 있다. 내수 경기침체, 세계 무역환경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출범에 즈음해, 중소기업 현장에서 제안한 현안과제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①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②매출채권 팩토링 확대

③중소기업 범위기준 확대·조정기준 명확화

④중소기업협동조합 거래조건 협의요청권 부여

⑤납품대금 연동제 적용대상 주요 경비까지 확대

⑥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및 독점규제법 제정

⑦소기업·소상공인 특화 T커머스 채널 신설

⑧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⑨근로시간 제도 유연화

⑩숙련 외국인 근로자 체류시간 연장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인력부족 규모는 10만 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력난 속에서도 주 단위로 제한된 연장근로 규정은 중소기업 현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즉 주 52시간제가 산업현장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특히 수출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은 수위탁 구조로 인해 자체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제조업, IT, 서비스업 등에서는 주기적으로 일이 몰리는 ‘성수기’와 한가한 ‘비수기’가 존재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 협력사 관계자는 중기중앙회가 주최한 현장 간담회에서, “거래처 파업 시 일감이 끊겨 휴업수당을 신청하는가 하면, 파업 종료 후 물량이 쏟아져도 주 52시간 내에서 처리할 수 없어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56%, 중소제조기업의 28.3%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로 인해 수주와 납기 준수, 생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 근로자의 41.7%가 소득 향상을 위해 연장근로 의향이 있으며, 이 중 39.7%는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도 감수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주 52시간 초과근무 형사처벌 대상=현행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을 초과한 근무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노사 합의가 있더라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적용된다.

정부는 ‘특별연장근로제도’를 통해 일부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업계는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해당 제도는 신청 기업이 특별한 사정을 서류로 입증해야 하고, 단순한 수주 증가나 정기적인 업무량 증가만으로는 인가를 받기 어렵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제도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기중앙회 추문갑 경제정책본부장은 “노사의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단위 등으로 유연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중 ‘업무량 폭증’과 같은 기준을 명확히 해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근로시간 제도, 노사 의견 반영해야=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주 52시간제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단 한 시간만 초과해도 사업주가 형사처벌 받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운영”이라며, “최소한 월 단위 이상의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은 월 단위, 프랑스는 연 단위, 미국은 별도의 제한이 없는 구조로 연장근로를 관리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도 산업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근로시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주 52시간제 유연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유연화가 주 52시간제의 근간을 흔들고, 다시 장시간 노동체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본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이라는 기준이 무너질 경우, 일정기간 내 근로시간 총량만 맞추면 되므로 특정주에 60~70시간 이상 일하는 상황도 가능해진다는 것이 노동계의 설명이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에서는 노동자의 협상력이 낮아 사실상 사용자 주도로 제도가 운영될 우려가 크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인력부족 문제나 납기 대응 등의 어려움을 노동시간 확대라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에 대해서도 기업의 경영부담을 노동자의 희생으로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박완규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제화지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사례를 보면, 52시간제 유연화가 일부 사업장에서 시작됐을 때 전체 사업장으로 전파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노동시간 규제의 완화가 장시간 노동의 관행이 만연했던 시절로의 퇴행이고,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확보된 일과 삶의 균형이 다시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중기중앙회의 토론회에서 “근로시간제도는 노사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며, 이를 통해 기업경쟁력 향상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가제도 활성화 및 기업문화 개선, 근로시간 및 포괄임금제를 엄정하게 관리하는 등의 지원방안이 필요하고, 근로자 건강악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