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증가-불량률 감소’ 불구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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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생산성 증가-불량률 감소’ 불구 부작용 우려 맞춤형 지원방안 필요…스마트공장 장려 앞서 풀어야 할 과제는㊤

기사입력2016-03-29 14: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스마트공장 개념

<자료=스마트공장추진단>

# 충북 보은의 A사는 맨홀뚜껑, 자동차부품용 주물 등 선철주물을 제조하는 매출액 130억원 규모의 기업이다. 45명의 종업원 중 절반이 외국인 근로자인데 이들의 작업 실수가 잦다. 또 한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와함께 설비와 공정 관련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기록하고 있어, 실시간으로 자료를 집계하지 못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불량률이 높은 편이다.

A사는 고부가가치 생산품을 개발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고객사에 주기 위해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원자재의 투입부터 조형·용해·주입·사상·도장 등 전 공정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자동 집계하도록 시스템화 했다. 또 키오스크(정보전달시스템)를 통해 품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외국인 근로자들도 현장 데이터를 기초로 소통이 가능해져 생산성이 10% 향상되고 불량률도 125% 감소했다. 원가도 연평균 7800만원 절감하면서 영업이익도 7% 향상했다. 자동차부품 등의 품질도 높아져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얻게 됐다.

매출액·종업원 수 기준 스마트공장 보급 현황

<자료=스마트공장추진단>

# 경기도 화성의 B사는 금형 및 스틸제품 열처리를 주업으로 하며, 40억원의 매출을 냈다. 근로자 32명 대부분이 외국인이며, 365일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수익이 크지 않고 원인을 알수 없는 불량 제품이 빈번하게 나왔다. 전기요금과 인건비가 적지 않은데다, 근로자들은 만성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B사는 전 공정의 혁신을 위해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 고객사가 스마트폰으로 주문정보를 직접 입력하면, 지능형생산계획시스템이 주문 즉시 납품기한을 고객사에 전송한다. 생산현장에서는 집계와 보고서를 자동화해 오류를 줄였으며, 온도·압력·전력량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실시간으로 제품에 대한 품질을 점검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공장 도입 후 특히 주문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던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계획된 납기일에 맞춰 생산이 이뤄짐에 따라 근로자들은 휴일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생산계획 수립률은 5%에서 80%로 확대됐고, 불량률은 3%에서 1%로 감소했다. 전기사용료는 연간 8000만원을 줄일 수 있었으며, 매출액은 연간 4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증가했다.

스마트공장추진단이 2014년 시범사업을 통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277개 기업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동생산성은 14.5% 증가하고 불량률은 32.9% 감소했다. 제조원가는 23.1% 줄었고, 매출액은 16.8% 늘어났다.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전 공정의 현장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불합리한 요소를 없애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근로자의 현장 이해도가 높아지고 데이터를 기본으로 한 ‘정보경영’이 가능해져 기업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스마트공장 수준

<자료=스마트공장추진단>

이처럼 스마트공장 도입효과를 경험한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스마트공장에 대한 중소·중견제조기업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10일 공고한 150억원 규모의 ‘2016 ICT융합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지원사업’에는 한꺼번에 신청자가 몰려, 현재 예산이 모두 소진됐다.

제품 기획·설계, 생산, 유통·판매에 ICT기술 도입

스마트공장이란 제품의 기획·설계, 생산, 유통·판매 등 모든 과정에 ICT기술을 도입해 최소비용과 시간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말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1만개의 스마트공장을 만들기 위해 보급·확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스마트공장 관련 기술은 감지기(센서), 사물인터넷(IoT) 부분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기술력 대비 70~80% 수준이다. 하지만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컴퓨터지원 설계(CAD) 등의 솔루션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추진단 배경한 부단장이 지난 7일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정부는 스마트공장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관련 기술을 단계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1단계(2015~2017년)는 스마트화 수준을 기초에서 중간 이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2단계(2018~2020년)는 기업과 기업간 연계 운영이 가능한 융·복합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스마트공장추진단 배경한 부단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공장 사업은 제조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한 것이지만, 국내 중소제조기업의 80%가 현재 기초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제조업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자동화율이 떨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정보기술 격차도 크다. 또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된 구조여서 정보경영을 통한 중소기업 자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부단장은 따라서 “앞으로 뿌리기업에서부터 스마트공장화가 이뤄지면, 국경과 기업 규모를 초월한 ‘가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생태계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부단장이 말한 ‘가치 네트워크’는 기업이 제품을 조달하고,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또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 만드는 파트너십과 제휴 시스템을 의미한다.

스마트공장 지원분야

<자료=스마트공장추진단>

하지만 스마트공장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사업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이라야 신청할 수 있다”며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산업분야별로 매뉴얼화하고 패키징화해 제공한다면, 영세기업들도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각 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일괄 적용하기 보다는 맞춤형·순차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정부와 대기업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사업이 자칫 중소기업 기술유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스마트공장화로 인해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마디로 무턱대고 제조업 혁신을 외치며 도입부터 할 게 아니라 스마트공장을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