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그린 넥타이 매볼까”…가치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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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아트 콜라보레이션 “우리 아이가 그린 넥타이 매볼까”…가치를 판다 후원아동 그림을 제품으로…그림타이㈜ 권금영 대표

기사입력2016-04-02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권금영 대표의 스카프와 클러치백 모두 후원 아동의 그림으로 만든 제품이다. ©중기이코노미

“넥타이가 월급쟁이들의 목을 졸라매는 존재가 아니라, 슈퍼맨이 망토를 입듯 힘을 주는 존재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림타이㈜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사회적기업이다. 이 회사는 아이들의 그림을 패턴 삼아 넥타이, 가방, 휴대폰케이스를 제작한다.

대학에서 디지털공예를 전공한 권금영 대표는 20대의 젊은 사업가다. 흔히 말하는 ‘청년사업가’를 꿈꿨던 건 아니다. 대학시절 보육원 봉사활동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인연이 자연스레 사업으로 이어졌다.

“봉사활동에 가면 일주일씩 아이들과 함께 지내곤 했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아이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요.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으로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내면 그림타이에서 이를 디자인해 넥타이로 만들어준다. <사진=그림타이>

권 대표는 보육원 아이들이 크면서 장래희망을 포기하는 것을 지켜봤다. 어린 시절에는 다양한 꿈을 품었던 아이들도 환경이 여의치 않자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잡혔다. 봉사활동에서 미술교육을 하곤 했던 그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도 훌륭한 제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어릴 때 그린 그림을 아빠가 20년이 넘도록 보관하고 계신 걸 봤어요. 아이 키우는 집들은 다 그럴 거예요. 아이의 그림을 소중히 여기죠. 그림을 액자에만 보관할 것이 아니라 패턴으로 만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에서 섬유 패턴디자인 관련 공부를 했었거든요. 처음에는 한명씩 알음알음 만들어주다 주문 규모가 커지며 구체적인 사업이 됐죠”

아빠에게 선물할 넥타이는 주로 엄마들이 주문한다. 엄마가 그림타이에 아이의 그림을 보내면 이 회사는 디자인 작업을 해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넥타이를 만들어준다. 넥타이 뒷면에는 아이의 얼굴이나 이니셜을 새겨 넣기도 한다. 아빠의 심장과 가까운 곳에 아이의 흔적이 있는 셈이다. 넥타이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그림타이가 후원을 맺고 있는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

최근에는 휴대폰케이스, 스카프, 클러치까지 범위를 넓혔다. 그림타이에서 제작한 클러치는 ‘마리끌레르’와 제휴를 맺고 신세계백화점에서 팔고 있다. 여기에 들어간 그림은 그림타이가 후원하는 보육원에 있는 아이가 그렸다. 자신의 그림이 들어간 제품이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걸 보면 아이들이 무척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 권 대표의 말이다.

제품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그림을 그린 아이에게 지급된다. 모델이 제품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그림타이>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도 많이 했다. 현대중공업, LG생명과학의 의뢰를 받아 넥타이를 주문 제작해주기도 했다. 비결을 묻자 첫 번째는 그림타이가 가진 가치를, 둘째는 품질을 꼽는다.

권 대표는 “넥타이는 100% 천연실크 소재를 쓴다. 발색이 잘 되도록 전처리, 후처리를 거치다 보니 원단 작업을 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린다. 넥타이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다”며 “넥타이는 심지가 중요하다. 값싼 제품을 쓰면 느슨해지거나 꼬인다”고 했다.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4년째다. 덩치 큰 회사들과 제휴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나름대로 고충이 많았다는 것이다. 마무리단계에서 일이 틀어진 경우도 있었고, 함께 작업을 진행하다 디자인만 도용당한 경우도 있었다. 패션업계는 변화가 빨라 디자인권 등록을 해도 수명이 길지 않은데다 조금만 디자인을 바꿔도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권 대표의 말이다.

제품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데 쓴다. 현금, 현물,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환원한다. 현금기부가 가장 유용한 건 맞지만 최근에는 더 잘할 수 있는 쪽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적은 금액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죠. 금액으로만 보자면 대기업들만큼 기부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요즘은 최대한 자주 아이들을 만나려 하고 있어요. 세상 모든 아이들을 보살필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후원하는 아이들부터 시작해야죠. 그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