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상속·증여 삼성·현대가 낸 세금은 창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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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수조원 상속·증여 삼성·현대가 낸 세금은 창피” 법인세, 상속·증여세 과세강화 원칙에 학계 전문가들 한 목소리

기사입력2017-07-12 11:05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일자리창출과 소득재분배를 위해서는 재벌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11일 주최한 ‘일자리창출 및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토론자 모두는 입을 모아 ‘부자증세’를 요구했다. 법인세, 상속·증여세에 대한 과세강화 원칙엔 토론자 모두 의견이 일치했지만, 실효세율 또는 명목세율 인상 등 우선순위을 놓고는 다소 입장이 갈렸다.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과 오문성 교수는 “대통령 선거당시 다른 후보들 역시 규모차이는 있었으나 증세하겠다는 약속을 했던 만큼, 사회적 분위기는 형성돼 있다”며 “각각 세목의 성격과 시기적 특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해야겠지만,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이 1순위”라고 말했다.

실효세율 인상방안으로 오 교수는 비과세·감면 축소를 제안했다. 명목세율 인상에 앞서 실효세율이 올라가도록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조세특례법상 일몰규정에 대한 관성적인 연장보다는 연장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일자리창출 및 소득재분재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에서는 일자리창출과 소득재분배를 위해 재벌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견해였다. ©중기이코노미

“실효세율 조정을 통한 세수확보는 한계가 있다”

반면 명목세율 인상과 함께 세수확보를 통해 적극적인 재분배를 촉구하는 주장도 있었다.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김유찬 교수는 “실효세율 조정을 통한 세수확보는 한계가 있다”며 “명목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저세율로 인한 혜택은 법인의 주주에 귀속되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예컨대 임대소득의 경우, 한국은 사업소득으로 분류하는 반면 다른 나라는 자산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업소득으로 분류되면 필요경비측면에서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돈이 많은 법인과 부자에게 유리한 세제란 얘기다. 따라서 제자리로 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김유찬 교수의 제언이다.

서울시립대학교 김우철 교수 또한 “이미 국민들 사이에 적절하게 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공유된 상황이다. 조세공평성을 회복하기 위해 소수재벌에 대한 증세는 필수 불가결하다”며 “삼성 후계자, 현대 후계자가 수조원의 재산을 상속·증여받았지만 낸 세금은 창피한 수준”이라 꼬집었다.

“불로소득과 근로소득 구분해 자산(불로)소득 우선 과세”

부자증세를 통한 조세정의실현에 맞춰져 있는 새 정부가 ‘국민개세주의’를 원칙으로 해 소득세 체계개편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소득세 개편론’ 우선주의자 상당수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보다는 소득세 면제자 등을 먼저 없애야 한다고 논지를 편다.

그러나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박기백 교수는 “소득종류별로 형평성을 갖는게 필요하다”며 “부동산 임대소득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강화가 선행돼야지,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을 줄이자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자산소득 2000만원과 근로소득 2000만원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전자는 불로소득이고, 후자는 노동에 대한 대가 개념으로 양자는 본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산소득 2000만원은 엄청난 자산을 자신이 벌었든, 상속을 받았던 관계없이 그것을 소유하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지대개념이란 말이다. 따라서 자산소득을 우선적으로 과세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임금 많이 주는 중소기업에 직접 세제혜택 주자”

일자리창출과 연계한 각종 세제지원은 필요한 정책수단이지만, 한계 역시 분명한 만큼 대·중소기업간 격차를 줄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등의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토론자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김완석 석좌교수는 “현재 정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세액감면 제도를 확대하고 있으나, 이는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으로 고용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정규직 근로자 전환시, 혹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세액감면제도의 감면금액을 확대하는 동시에 분산돼있는 제도를 통합해 눈에 보일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도 조언했다.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임금을 많이 주는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중소기업 조세지원의 경우 단순히 고용증대에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적정임금 이상을 주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임금 우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면 청년 구직자들이 모일 것이고, 기업간에는 임금을 많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또 “협력사에 이익을 배분하는 경우 대기업에 적은 수준의 인센티브라도 부여해 동반성장이 이뤄질 수 있는 산업생태계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