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국가에 공급망 구축, GVC 단순화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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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여러 국가에 공급망 구축, GVC 단순화 할 것” 한은 “국제 무역감소 규모, 금융위기 때보다 클 것…장기화도”

기사입력2020-08-25 12:57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로 인한 국제무역의 감소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무역 대붕괴보다 더 심하고, 더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2009년에 국제무역이 크게 감소한 “무역 대붕괴” 현상이 발생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국제무역 감소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무역 대붕괴보다 더 심하고, 더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최문정·김명현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역 대붕괴는 주로 수요 측면에 기인하였던 데 반해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은 수요뿐 아니라 공급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였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무역 감소 폭은 무역 대붕괴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더 길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글로벌 생산이 동시에 중단된 후 점차 회복되었던 무역 대붕괴와는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 EU, 북미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산되면서 시차를 두고 생산 중단이 발생함에 따라 그 기간이 글로벌 금융위기시 보다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생산이 정상화되더라도 미국, EU 등의 수요 감소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수요측 충격이 중국으로 재차 파급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충격증폭에 영향”=두 연구위원은 WTO와 세계은행 등의 연구를 근거로 “주요 관련 연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무역 대붕괴(great trade collapse)보다 국제무역을 더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WTO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국제무역 규모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도 지난해보다 12.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는 -31.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 국제무역 감소 규모는 -11%였다.

지난 6월 IMF(-11.9%)나 세계은행(-13.4%)의 전망치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국제무역 감소 규모보다 더 큰 폭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유행이 국제무역에 이처럼 큰 영향을 미친 이유로, 두 연구위원은 “글로벌 가치사슬이 충격 증폭 기제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된 중국,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서 이들 국가의 생산 중단 및 수요 감소 충격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전세계로 빠르게 파급되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독일과 이탈리아 등 각 지역의 생산허브 역할을 맡은 국가들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생산중단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자,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세계 제조업 생산의 위축과 국제무역 둔화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의 차이점으로는, 상호의존도가 당시보다 높아졌다는 원인이 지목된다. 특히 “독일과 미국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의존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시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본국회귀 전망”=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공급망 붕괴를 경험한 일본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 재고관리 능력 강화 등을 통해 공급망과 관련된 위기관리 능력을 강화한 사례” 등을 근거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장기적 위험회피 전략을 선택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중국 등 단일 지역에 대한 생산 및 공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멕시코, 인도 등의 국가 및 지역으로 생산지를 다양화하여 위험 노출을 축소하려는 유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혼다, 도요타, 삼성 등의 기업들은 중국+1 전략을 통해 중국 이외의 국가로 공급망을 다양화”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또 글로벌 기업들의 본국 회귀와 함께, “복잡한 GVC(글로벌 가치사슬) 구조에 기인하는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GVC의 복잡성을 축소하고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생산단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기업간 협력을 통한 리스크 축소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제조업 중심의 인건비 절감 목적의 GVC는 약화되고 서비스업 중심의 지식 집약적 GVC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 수출산업에 대해서는, 중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의 공급망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