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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그들’만이 아닌 ‘모두’의 리그돼야

‘9988’의 주역,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추진을 주도해야한다 

기사입력2020-09-10 14:21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왜 스마트공장은 정부가 투자한 것에 비해 성과가 적은가요?”, “스마트공장이 일부 공급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사업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요?”,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한 기업이 어떻게 망할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답을 찾기 어려워 쩔쩔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공개된 세미나에서 뿐만 아니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그렇다. 이해는 간다. 원인을 콕 집어 명쾌한 답을 한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다. 그 원인이 되는 뿌리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질문하기는 쉽지만, 질문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게 답하기는 절대 쉽지 않다. 스마트공장과 같은 제조혁신이 그렇다. 말이 쉬워 스마트공장이지, 그 표현 속에는 1차산업혁명부터 4차산업혁명까지 모두 들어 있다.

필자도 답을 찾는 과정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야 겨우 첫째와 셋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정도다. 현장을 직접 가보고 분석하지 않았다면, 결코 답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현장도 한두 곳이 아닌 적어도 수십여 곳 이상 가봐야 한다. 게다가 업종별, 공장 크기별, 수준별에 따른 특성까지 고려해야만 겨우 보인다. 현장을 그냥 간다고 답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론적인 지식도 상당히 끌어올려야 한다. 뭘 보고 뭘 분석할 것인지, 프레임워크가 있어야 실체가 보인다. 혁신기술 동향과 트렌드 역시 상당한 수준이상 꿰고 있어야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사례와 활동 역시 알아야한다. 이 정도면 하루이틀 공부해서 될 일이 아니란 사실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기간으로 치자면 적어도 1만 시간의 법칙 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쌓여야만 겨우 보인다. 그만큼 답을 찾기 어려운 분야가 제조산업 혁신이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한국의 스마트공장 추진과정에 ‘사상누각’ 같은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다행히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 위험요인인 ‘그들만의 리그’가 가동됐다. ‘그들만의 리그’와 상대되는 표현은 ‘모두의 리그’ 또는 ‘열린 리그’ 정도가 된다. 

곰곰이 돌아보면 ‘그들만의 리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이 된다. ICT분야에서 일해 본 적이 있다는 사람들, 그것도 소수인력, 서로 선택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만든 정책과 활동이 있었다. ‘참조모델’, ‘진화모델’, ‘업그레이드모델’ 등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근거·바탕이 취약한 모델이 만들어졌다.

‘초보’, ‘중간1,2’, ‘고도’, 또는 ‘4단계분석’이니, ‘5단계분석’, ‘정량분석’, ‘정성분석’ 등 수많은 주장이 검증과 실험없이 만들어지고 시행됐다. 스마트공장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조차 활용하지 않는 기준이 제정되고 발표됐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또 다른 예로 스마트공장 추진을 돕는 8대기술 속에 ‘홀로그램’이나 ‘3D프린팅’이 포함됐다. 지금 돌아봐도 선정된 이유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누가 스마트공장의 주인공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제조기업 이어야한다. 그것도 중소·중견기업이다.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88% 일자리 책임지는 중소기업. ‘9988’의 주역, 이들이 스마트공장의 주인공이 돼야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제조란 것은 너무 넓고 다양하다. 광석 또는 농수산물을 가공하는 작은 공장에서부터 축구장 10개 크기의 공장이 빈틈없이 돌아야 제품이 나오는 공장까지, 그 범위와 규모가 제각각이다. 이들 공장의 환경과 생산되는 아이템 또한 모두 다르다. 각각의 공장마다 설비, 사람, 공법, 공정이 모두 다르다는 뜻이다. 당연한 내용이며 새로울 것이 없다.

너무 당연한 이런 사실을 ‘그들’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끼리끼리 자신들의 지식만을 모아 일 처리하는 실태를 우린 봤다. 그들이 만든 여러 가지 ‘xx모델’이란 것이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이유다. 이들 모델이 버젓이 KS 표준화 문서에도 올라가 있다. 이들 모델을 열람하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모델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누구는 ‘4단계’라 하고, 누구는 ‘3단계’라 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민간에서는 ‘6단계’, ‘7단계’, 또는 ‘8단계’를 주장하기도 한다. 애당초 소수가 만든 근거가 부실하기에, 다른 소수가 그렇게 주장해도 별문제가 없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거 그냥 참고하라고 만든 거예요. 꼭 그렇게만 사용하라고 만든 것은 아니에요.” 이상한 말이다. 정부사업 지원 자료에 등장하는 기준을 맘대로 판정하도록 만들었다고? 그렇게 하라고 쓰여 있는가? 또 그런 기준이라면 왜 만들었을까? 정책기획자·예산운영자·사업운영자·솔루션공급자에게는 편한 논리가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실제 스마트공장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 스마트공장 구축을 돕는 사람들은 늘 혼란과 혼선을 겪었다. 이 순간에도 스마트공장이 절실한 중소기업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서까지 사업신청을 위해 노력한다. 정부지원금을 받기위해 억지로 끼는 옷을 입는 불합리한 현실, 관련업계 종사자 모두가 함께 개선해야할 때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이 있다. 필자가 지칭한 ‘그들’이란 특정인, 특정 집단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하나의 현상을 말한 것뿐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 의도는 더더욱 없다. 스마트공장은 겨우 트랙의 30%를 돌았을 뿐이다. 앞으로 곱절이상 남은 70%를 위해 꺼낸 이야기다. 할 일 많은 스마트공장의 미래를 보고 방향설정을 새롭게 하고자 함이다. 

앞으로의 스마트공장에는 ‘그들만의 리그’는 필요 없다. 대신 ‘모두’에게 ‘열린’ 모습을 보여야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누가 주인공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정부일까? 공급자일까? 학교나 연구소일까? 아니다. 주인공은 제조기업 이어야한다. 그것도 중소·중견기업이다.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88% 일자리를 책임지는 중소기업. ‘9988’의 주역, 이들이 스마트공장의 주인공이 돼야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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