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강제해산 당하기 싫으면 입 좀 다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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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전경련 강제해산 당하기 싫으면 입 좀 다물어라 상속세 문제, 이재용은 말이 없는데…괜히 나서 설치지마라

기사입력2020-11-07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경제연구원은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연구소다. 사실상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향한 한국경제연구원의 노골적인 구애가 볼썽사납다. 이 부회장 집사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 대통령 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조선일보까지 사설을 통해 “전경련 해산 결단할 때가 됐다(2016.10.06.)”며, 전경련 해산을 촉구했다. 실제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LG그룹, SK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했다. 재계와 정치권 모두 전경련 해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게 당시 상황이다. 그럼에도 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제 의문이 풀렸다.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 재벌총수의 가려운 곳을, 필요할 때 긁어주는 기술이 생존비결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5일 발표한 ‘기업 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상장주식 가치는 18조2251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직계비속이 이를 상속받을 때, 내야할 상속세를 10조5905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어 보고서는 동일한 조건이면 일본의 상속세는 10조원(55%), 미국은 7조2700억원(39.9%), 독일이 5조4600억원(30%)이라 소개했다. 그런 다음 한국경제연구원의 속내가 나온다. “기업승계시 징벌적인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해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보고서는 이재용 부회장 상속세율을 58.2%라면서, 실효세율이라 했다. 그러면서 비교대상 국가의 세율은 명목세율을 적용했다. 동일한 기준이 아닌 상호 다른 잣대로 상속세 부담률을 비교하는 건 틀린 주장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도착했다.<사진=뉴시스>

게다가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 그리고 실효세율에 따른 세금은 명목세율을 적용한 세액보다 작거나 같다. 세금부과에 앞서 세무당국이 이러 저런 명목으로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 이건희 회장 직계비속이 부담해야한다는 실효세율은 명목세율보다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상속세 최고세율(50%)에 최대주주 할증평가(20%)를 적용 계산해서 그렇다. 난데없이 실효세율을 끌고나온 이유가 너무 속보인다. 상속세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다.

상속할 때 적용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시에도 적용된다. 그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2016년 현대증권 지분(22.6%)을 KB금융지주에 넘기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1주당 2만3182원 총 1조2400억원을 받았다. 반면 현대증권 소수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받은 돈은 1주당 6637원에 불과했다. 현대상선이 주가의 350%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받은 셈이다.

이렇듯 살아서 지분을 매각할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긴다. 하지만 상속할 때는 경영권 프리이엄이 없다고 억지를 편다.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든 이건희 회장께서는 그리 생각하지 않을 터이니, 한국경제연구원은 쓸데없는 걱정을 그만 뒀으면 한다. 괜히 국민정서를 자극해, 잊고 있었던 전경련 해산 요구에 직면하기 싫으면.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이중과세’라는 주장도 했다.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세후소득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또는 그 반대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2위)을 유지하면서 소득세 최고세율(14위)은 계속 올리고 있어 전체적인 세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체적인 세 부담이 증가한다는 주장의 진위 역시 소득세와 상속세 각각을 따져 봐야한다. 백번을 양보해 한국경제연구원 주장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렇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축재과정을 안다면, 소득세와 상속세 간 보완관계를 거론하며 진실을 호도해선 안된다. 이 부회장을 포함 고 이건희 회장 일가가 온갖 불법을 동원해 탈세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수십년 이상 변칙증여·세금탈루 등 신종 기법으로 대한민국 상증세법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삼성그룹이다. 그 중심에 고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 부회장은 6조원 이상을 모았고, 작년에만 1400억원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1994~1995년 부친으로부터 60억원(증여세 16억원 포함)을 받은 이 부회장. 이 종자돈이 1000배 넘게 불어났다. 그 과정에서 소득세를 제대로 냈다면, 한국경제연구원 주장대로 상속세율(58.2%)은 높은 게 맞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지금 이재용 부회장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축척한 혐의로 재판까지 받는다. 소득세와 상속세가 조화되는 시점, 그 때는 한국경제연구원 주장대로 상속세율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58.2% 상속세를 낸다한들, 이 부회장은 밑지는 장사를 한 게 아니다. 수십년이상 탈루했던 소득세의 극히 일부를 낸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속세 납부의무가 있는 이재용 부회장, 당사자가 상속세에 관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인 내년 4월말까지, 한국경제연구원은 입을 다물었으면 한다. 최소한 고 이건희 회장 일가의 상속세 문제만이라도. 한번 더 경고하지만, 역풍을 맞아 강제로 해산되고 싶지 않다면.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