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최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임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이는 분명 발전된 반응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활동의 긍정적 성과라고 생각한다. 실제 정부 지원사업 건수가 약 2만 건이 넘는다는 보도를 보면, 한국의 스마트공장 추진 활동은 양적으로 압도적이란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스마트공장 추진정책이 스마트공장에 대한 기업의 지식을 향상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사업 초기인 2014년 경부터 처음 서너 해 동안에는 스마트공장을 ‘무엇(What)’ 관점에서 자주 묻곤 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어떻게(How)’로 바뀌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다.

‘어떻게’란 질문은 개별 기업의 현장에 서면 제일 중요해진다. 그런데 자신감 있게 말하던 ‘무엇’이란 초점이 현장에 서면 다시 흐려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호기롭게 ‘어떻게’로 대화는 시작하지만, ‘무엇’과 ‘왜’로 질문이 바뀌는 경우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장에서는 공법, 공간효율, 작업자 관리, 정리정돈 등과 같은 문제가 먼저 눈에 보인다. 이런 것이 먼저 보이는 순간 스마트공장의 생산성이나 디지털화, 품질개선, 자동화 등은 주춤거리며 저만큼 물러난다. 당장 공법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고, 그래서 R&D가 우선이란 생각도 든다.

현장에는 한가지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여러 문제들이 얽혀 있는 것이 다반사다. 그렇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애매하게 결론이 맺어지기도 한다. 스마트공장의 출발은 종종 이처럼 다시 제자리를 맴돈다.

이럴 때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일단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먼저 설치해 보면 어떨까요?”

‘스마트공장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에 서면 방향을 잃을 수 있다. 당황할 필요가 없다. ‘무엇’, ‘왜’, ‘어떻게’를 반복해서 묻고 답하면서, 스마트공장은 점점 개별 공장과 기업 현장에 맞는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꼭 틀린 말도 아니고 밑져야 본전이 될 것이기에 이것도 대안은 된다. 그러나 개별 기업에서 그것이 가장 우선 순위인지, 최선의 선택인지 장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기업에서는 맞아도 해당 현장에서는 예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손에 잡힐 것 같던 스마트공장’의 초점이 갑자기 흐려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업 현장이 교과서의 모습을 한 곳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동화 라인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런 경우에는 교과서에서 말하는 수작업을 개선할 여지는 찾기 어렵다. 고도화라는 용어를 들이대어 보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약품 제조공장이나, 반도체 제조 관련 공장이 대개 그렇다. 현장에 작업자나 사람이 없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공정이 상당한 수준으로 성숙하게 자동화된 제조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다른 기업에서는 잘 맞는 것 같던 ‘5단계 스마트공장 참고 모델’을 들이대면 십중팔구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다른 기준이나 절차가 없다면 스마트공장 추진은 맴도는 것이다.

어떤 현장은 자동화와 거리가 멀다. 공장 환경도 어수선하다. 정리정돈도 잘 안되어 있고, 환경이 산만하며, 작업자도 통틀어 10여명 활동한다. ‘이런 곳에서 스마트공장이 필요할까?’ 뭔가 할 일은 있어 보이지만, 시작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 지 방향을 잃을 수 있기도 하다.

서두에서처럼 누군가는 ‘스마트공장을 안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현장에 서면 방향을 잃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무엇’에서 시작한 스마트공장은 ‘왜’를 거치면서 ‘어떻게’로 넘어간다. 그리고 다시 ‘무엇’으로 되돌아 가서 다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엇’, ‘왜’, ‘어떻게’를 반복해서 묻고 답하면서, 스마트공장은 점점 개별 공장과 기업 현장에 맞는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한국의 3만개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는 2022년 경이면 실현될 것 같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스마트공장이 더욱 기업 현장에 적합한 모습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필자 역시 늘 기업이 이렇게 답을 찾아가도록 도우려고 노력 중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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