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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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비전문가’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판단은 경영자의 몫…외부에서 하는 조언을 받아들이는 방식

기사입력2021-11-08 00:00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이사

#1. 한 중소기업의 이야기다. 꼭 중요한 서류에 서명하고 나서, 법률 검토를 의뢰하거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서 의견을 요청해 온다. 한번은 화를 버럭 냈다. 그만큼 오래된 인연이기도 했고, 안타까웠다. 이 회사는 결국 기업회생을 시도하다, 회생 폐지가 됐다. 대표가 나중에 이야기했다. “안에 있을 때는 안보이더라고,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 맞는 줄 알았다고.” 그리고 “비전문가인 외부인이 자신에게 조언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2. 필자는 ‘법률꿀팁’이라는 약 1만의 구독자를 가진 소규모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가 H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을 보여주며, “이 채널을 분석해서 한번 따라잡아 봐!”라고 말했다. 주제가 다르기는 하지만, 나름 H변호사의 채널을 여러 가지로 흉내 내고 장점을 취하려고 노력해 본 거다. 믿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저만큼의 구독자라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작은 차이를 극복해라’, ‘○○○를 벤치마킹해라’, ‘×××만 따라잡으면 된다’는 말들을 조언한다. 문제는 이 말을 듣는 사람이 화자(話者)보다 더 전문가일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런 ‘비전문가’의 의견제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필자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법인에서 갓 나와서 처음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을 때, 필자는 잘 갈아놓은 칼과 같았다. 내가 쓴 법률 서면에 대해 (사실관계의 오류나 오타를 제외하고는) 의뢰인이 간섭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비전문가’가 지적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사실, 의뢰인 대부분은 어떤 말을 해야 법정에서 유리한지를 알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서면에 넣어 달라고 변호사에게 조른다. 이것을 다 받아 주면, 소송은 산으로 간다. 이기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 친절한 변호사 따위가 되고 싶지 않았다.

우리 회사 또는 해당 사건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의 조언은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또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하는 조언은 그가 내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런데 변호사로서 일해 온 시간이 쌓여 가면서, 오히려 서면에 ‘법률 비전문가’인 의뢰인의 의견을 반영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일이 익숙해지고, 사건에 대한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뢰인이 넣어달라는 내용이 대세에 지장이 없거나 단지 무익(無益)할 뿐이라면 반영해 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의뢰인은 당연히 필자보다 사건에 대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송은 생물과도 같아서, 그런 작은 움직임 때문에 어떤 흐름의 변화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를 업무에 반영할 수는 없다. 의뢰인이 넣어 달라는 이야기라도, 법률적으로 해가 될 것 같은 것은 가차 없이 쳐낸다.

필자는 외부의 의견을 받아들일 때 나름의 원칙을 정해 놓았다. 이러한 원칙은 자문을 받는 기업에게 우리의 관점을 설명하고,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때도 유용하게 제시된다.

첫째,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가? 둘째, 조언자가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의 지위에 있는가? 이 두 가지다.

우리 회사 또는 해당 사건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의 조언은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생각하지 않은 부분까지 더 깊게 생각해보고, 보지 못한 면까지 세밀하게 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하는 조언은 그가 내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한 분야의 ‘전문’은 물론 변리사, 세무사 같은 자격증은 당연히 포함되지만, 그것을 넘어서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필자는 몇년 전부터 전문가 지인들과 모여 스타트업에 대한 창업컨설팅을 시도해 왔는데, 하나의 기업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분석해보면 참 재미있다. 분명히 접근하는 방식이 각자 다른데도, 최종적으로는 같거나 비슷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과 일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반면에 조언을 하는 사람이 나와 얼마나 가까운지(예를 들어 가족이라든지, 친한 친구인지 아닌지)는 적어도 업무에 있어서는 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고려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친소관계에 있는 사람이 업무에 관해 하는 조언은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외부에서 해주는 말을 조언으로 받아들일지 단순한 오지랖으로 치부해 버릴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그것이 대표자의 경영판단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