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1차 디젤게이트 후에도 기만 광고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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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벤츠, 1차 디젤게이트 후에도 기만 광고 지속 공정위, 과징금 202억원 부과…2차 디젤게이트 제재 완료

기사입력2022-02-07 12:34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벤츠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마지막으로 2차 디젤게이트 관련 5개사에 대한 공정위 처분이 완료됐다. 사진은 2018년 6월 환경부가 검사 대상 차량을 봉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메르세데스 벤츠가 경유승용차의 배출가스 저감성능 등을 사실과 다르거나 기만적으로 표시·광고한 행위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2억원을 부과받게 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인해 1차 디젤게이트 이후 발생한 5개 수입차 회사들의 배출가스 저감성능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했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른바 ‘2차 디젤게이트’와 관련된 아우디와 FCA(피아트-크라이슬러)에 대해 지난해 9월 과징금 등 제재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닛산과 포르쉐의 경우 지난해 10월 제재를 받아, 이번 벤츠에 대한 제재가 디젤게이트 관련 마지막 제재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는 2013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메르세데스 벤츠 매거진, 카탈로그, 브로슈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사의 경유승용차가 질소산화물을 최소치인 90%까지 줄이고,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광고했다.

또, 2012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자사 경유승용차 내부에 부착한 배출가스표지판에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및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되었습니다”라고 표시했다.

공정위는 “해당 표시는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이 사건 차량이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도 배출가스 허용기준에 해당하는 배출가스 저감성능을 구현하고, 이러한 성능이 10년간 유지되며, 관련 법령에 따라 적합하게 제작됐고 불법이 없었다는 인상을 형성했다”고 판단했다.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 후 이를 숨기고 장치 최대성능만 광고”

공정위에 따르면, 문제가 된 벤츠의 디젤승용차 15개 모델에는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었다.

공정위는 이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숨기고 배출가스 저감성능을 과장한 벤츠의 행위가 표시광고법 상 위법성 인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광고 내용에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등의 거짓·과장성이나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기만성 등이 있고,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와,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방해해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불법 소프트웨어는 실제 도로 주행에서 25~30분 정도가 경과하면 작동한다. 이후 요소수 분사량이 크게 감소하고, 질소산화물이 배출허용기준의 5.8~14배까지 과다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작동 이전에는 배출가스가 정상적으로 저감돼, 배출가스 기준 위배 여부를 측정하는 기존 인증 절차에서는 문제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벤츠 측은, 국내 승용차 주행의 90% 이상이 주행시작 후 30분 이내에 종료되므로 30분을 초과하는 주행은 일반적인 주행조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30분 이상 주행이 하루 평균 435만2406건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예외적인 주행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벤츠 측은 또,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인다는 것은 학계와 산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능이며 이러한 성능에 대해 전형적인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90%까지 줄인다”, “최소치로 저감” 등이 단순한 기술소개나 이미지 광고를 넘어서서 소비자에게 더욱 강한 인상과 신뢰감을 주게 된다고 봤다.

아울러, 저감장치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의도적으로 설치해놓고 이를 숨기고 자사 차량이 저감장치의 이론적 최대성능을 구현한다고 광고한 것은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불법 프로그램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대기환경보전법에도 위반되기 때문에, 해당 법에 적합하다는 표시·광고도 거짓으로 인정했다. 소비자오인성과 공정거래 저해성 등 표시광고법 상 위법 요건도 모두 인정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공정위는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사업자가 1차 디젤게이트 이후에도 배출가스 저감성능에 대한 거짓·기만 광고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방해한 행위를 엄중 제재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우디·폭스바겐이 경유차에 배출가스 조작을 해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1차 디젤게이트는 2015년 9월 발생했다. 이번에 벤츠가 제재를 받은 행위는 1차 디젤게이트 이후인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도 이어졌다.

공정위의 제재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대기환경보전법 등을 위반하고 부당하게 인증을 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환경부과 국립환경과학원 등이 인증취소와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