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비합리적 소비 유도…해지절차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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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구독경제 비합리적 소비 유도…해지절차 복잡 구독료 인상도 한창…소비자 ‘구독 피로감’ 호소 늘고 있다

기사입력2022-06-08 13:00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대 직장인 A씨는 약 2년 전부터 월 이용료 1만원의 오디오북 구독서비스를 이용해왔다. 첫 해는 오디오북을 구독하는 게 책을 사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젠가부터 오디오북을 듣는 게 시들해지면서 드러났다. 한권의 오디오북도 듣지 않은 채 5개월째 이용료만 따박따박 결제한 호구가 된 걸 깨달은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즐겨 이용하는 구독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구독료를 인상한 데 이어서 오는 10월 가족·친구와 계정 공유를 못할 수 있다는 소식이 돌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았던 구독서비스 업체들의 태세 전환에 구독서비스를 계속 지속해야할지 회의감이 든다. 게다가 OTT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며 넷플릭스 외에 디즈니플러스, 티빙, 쿠팡플레이, 왓챠, 웨이브 등 각각 가입을 해야하고 그만큼 구독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구독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인앱결제

구글이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유료 콘텐츠 결제 시 자사 결제수단을 이용하게 하는 방식

최근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은 물론 멜론, 바이브, 카카오웹툰, 네이버웹툰 등도 구독료 인상에 나섰다. 그 동안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되고 코로나19로 집콕이 늘면서 구독서비스 업체들이 수혜를 입어왔으나, 수익구조 악화로 1차적으로 구독료를 인상하자 소비자들은 뿔이 났다. 지난 1일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며 앱 개발사들이 30%의 수수료를 고스란히 떠안게 돼 구독료 인상에 기름을 부었다. ‘저렴한 가격’을 필살기로 무섭게 몸집을 불려 온 구독경제에 적신호가 깜박인다. 구독경제 이대로 괜찮을까?

기업은 이익 얻으면서 소비자에겐 비합리적 소비 유도

기업들은 구독서비스를 통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락인(Lock-in) 효과에 기대를 건다. 고객 입장에서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데다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기업은 이런 점을 강조하며 구독서비스 도입으로 수익성 향상 효과를 누리지만, 고객들은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이 정기결제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이용권을 판매하는 30개 앱의 표시·약관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계약해지 효과 등 중요 정보 제공이 소홀해 소비자 피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11개월 간(2019년~2021년 11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관련 소비자상담은 총 268건이었는데, 불만 이유로는 ‘계약해지’가 50.4%(135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청약철회’ 20.9%(56건)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이 계약체결 단계에서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음’으로 간단히 표시할 뿐 해지의 효과에 대해서는 안내하지 않았다. 청약철회 방법에 대해서도 86.7%(26개)가 계약체결 단계에서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가 계약해지·철회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정기결제를 해지하는 경우, 바로 잔여대금이 환급되지 않고 다음 정기결제일에 해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연 단위 정기결제임에도 월 단위 결제금액만 강조하는 등 거래조건에 대해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은 경우도 30.0%(9건)으로 나타나 소비자 피해 우려가 있었다. 정기결제 방식을 이용한 소비자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3.9%(172명)가 착오 또는 실수 등으로 원하지 않는 정기결제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무료기간 내 구독취소를 하지 못함’ 55.2%(95명), ‘무료기간 종료 알림 또는 결제 전 별도 알림을 확인하지 못함’ 41.9%(72명), ‘무료체험 등의 의미를 착각함’ 38.4%(66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복수 응답).

이처럼 무료기간이 끝나면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자동결제가 되도록 전환하는 것이 ‘다크 넛지(dark nudge)’의 가장 흔한 유형이다. 다크넛지는 기업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구독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해지·탈퇴 버튼을 찾기 힘들게 만드는 수법도 흔하다.

‘저렴한 가격’을 필살기로 무섭게 몸집을 불려 온 구독경제에 적신호가 깜박인다. 구독료가 인상되면서 구독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구독경제 이대로 괜찮을까?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구독료 일제히 인상…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 가중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프리미엄 요금제)는 지난해 11월 월 1만4500원에서 월 1만7000원으로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OTT 플랫폼 웨이브, 티빙도 비슷한 수준에서 구독료를 올렸다. OTT 플랫폼 중 가장 저렴한 편인 쿠팡플레이도 와우멤버십 이용료를 월 2900원에서 월 4990원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고했다.

앞서 구독 피로감을 호소했던 직장인 A씨는 넷플릭스(1만7000원), 티빙(월 1만900원), 디즈니플러스(월 9900원), 쿠팡플레이(와우멤버십 월 4990원)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OTT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만 월 4만원을 넘게 쓰는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행하며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인상하는 ‘구글 통행세’가 도입되며, 구독서비스 업체들이 잇따라 구독료 인상을 단행했다. OTT 플랫폼뿐만 아니라 멜론, 플로, 바이브 등 음원서비스와 네이버·카카오웹툰도 요금을 10~20% 가량 인상했다. 웨이브는 웹사이트(PC, 모바일웹)에서 직접 구독 신청을 할 경우 이용방법은 좀 더 불편하나 기존과 동일한 가격으로 구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AI기반 글로벌 시장 분석기관 아르고이드(Argoid)는 ‘OTT Streaming Consumption Trends’ 리포트를 통해, “OTT 산업은 지난 18개월 동안 상당한 성장을 보였지만 미국 가정에서 구독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독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용 상승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52%가 여러 구독으로 나눠진 콘텐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독료 인상 행렬에 대해 네티즌들은 “돈독이 올랐네”, “월급 빼고 다 오르네 ㅠㅠ”, “비싸지기만 하고 ○○○ 끊어야하는지 고민되네요”, “구글 인앱결제 소비자를 호갱으로 아나” 등 분통을 터트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앱결제와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해 근거를 마련하고 실태 점검을 통해 위반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사실조사로 전환해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앱 마켓 이용 과정에서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앱 개발사와 업계 관계자 등은 앱 마켓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를 통해 신속하게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