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깔끔한 한잔 찾는다…도수낮은 술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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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가볍고 깔끔한 한잔 찾는다…도수낮은 술 선호 ‘참이슬·처음처럼’으로 양분된 편의점 소주 지형도에 ‘원소주’

기사입력2022-09-15 17:02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대 직장인 A씨는 홈술·혼술 마니아다. 그런 그가 ‘하이볼’에 빠졌다. 하이볼(highball)은 위스키에 탄산수 등을 타서 마시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저도주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취향은 무알콜 맥주를 선호하는 추세에서도 드러난다. 이와함께 참이슬, 처음처럼이 양분해 온 국내 소주시장에 원소주가 일대 돌풍을 일으키며 신제품을 둘러싼 삼파전이 전개되고 있다.

◇가볍고 깔끔 ‘하이볼’ 인기=코로나19로 ‘홈술’ ‘혼술’이 늘어나면서 주류시장이 판을 뒤집는 형세다. 소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하이트진로(참이슬), 롯데칠성(처음처럼)도 신제품을 내놓으며 방어전에 돌입했다.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취향은 소주 등 주류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홈술 마니아 A씨가 하이볼을 선호하는 이유는 저도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퇴근 후 얼음을 채운 위스키잔에 위스키와 탄산수를 채운 하이볼 한잔은 지친 하루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데 제격이었다. 와인 역시 집에서 가볍게 한잔하기 좋아서 주로 찾게 되는 주종이었다. 요즘 대세가 된 수제맥주도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A씨뿐만 아니라 주류 소비층 전체가 들썩이는 중이다.

하이볼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이 1억7534만 달러로 전년대비 32.4%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위스키 수입액은 5219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7% 늘었다. 수입량도 4737톤으로 같은 기간 45.9% 증가했다. 홈플러스의 위스키 매출은 전년대비 46% 증가했는데, 그중 2030세대의 구매가 전년에 비해 71%나 늘었다. 이마트 역시 지난해 위스키 구매 고객 가운데 2030세대의 비율이 46.1%로 2019년(39%)보다 높아졌다. 40~50대의 사랑을 받던 접대주로서의 위스키의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도수가 낮은 술 선호 ‘뚜렷’=롯데멤버스가 지난 8월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을 통해 실시한 ‘주류 소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주 마시는 주종(중복응답 가능) 1위는 맥주(77.0%)다. 2위 희석식 소주(48.6%), 3위 와인(30.1%), 4위 막걸리·동동주(28.2%), 5위 칵테일(14.6%), 6위 무알콜 맥주(13.3%) 등 전반적으로 도수가 낮은 술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증류식 소주(11.7%), 위스키·보드카(11.3%), 담금주(5.3%), 중국술(4.4%) 등 도수가 높은 술을 즐겨 마신다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다른 항목에서도 고도수주(29.2%)보다 저도수주(70.8%)를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두 배 이상 많았다.

백화점·마트·슈퍼·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점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201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무알콜 맥주 판매량은 417%, 와인 판매량은 120% 증가했으나 소주 판매량은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통주 판매량은 오프라인 유통점 거래 데이터 기준 2019년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49% 증가했는데, 라임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30.5%가 온라인으로 전통주를 구매해본 적 있다고 답해 실제 판매량 증가폭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김근수 롯데멤버스 데이터사업부문장은 “다같이 빨리 취하려 하거나 술을 강권하던 음주문화가 점점 사라지면서 전 연령대에 걸쳐 낮은 도수의 술을 가볍게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 층으로 갈수록 하이볼, 모히또 등 자신의 입맛에 맞게 섞어 마실 수 있는 혼합주나 저도수 또는 무알콜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처음처럼 새로’. <사진=롯데칠성음료>

GS25에 따르면, 지난 8월1일부터 18일까지 전체 맥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에서는 10%, 이마트24에서는 13% 늘었다. 특히 금·토·일 할인 행사기간 동안 매출이 급증했다. 최근에는 과일 향미가 첨가된 라들러 맥주를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라들러 맥주는 레모네이드, 소다 등의 소프트 드링크와 밝은색 라거 맥주의 혼합주다. 4~5% 정도의 라거 맥주들보다 알코올 도수가 1.5~3% 정도 낮은 맥주를 뜻한다. 올해(5~8월) 이마트24의 라들러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1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제맥주 매출은 3배 이상(209%)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주 1병 2만원?…소주시장 3강=‘서민의 술’로 통했던 소주의 판세도 변했다. 지난 1일 원스피리츠는 ‘박재범 소주’로 알려진 원소주와 원소주 스피릿에 이은 세 번째 제품 ‘원소주 클래식’을 출시했는데, 소비자가격이 2만1900원(375㎖)이다. 기존 원소주(1만4900원), 원소주 스피릿(1만2900원)보다 비싸게 출시가 됐다. 오랜 기간 참이슬·처음처럼 상품으로 양분됐던 편의점 소주 지형도는 원소주가 포함된 3강 체제가 됐다.

맞불 작전도 뜨겁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5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했다. 소주 신제품을 선보이는 건 2006년 ‘처음처럼(360㎖)’ 이후 16년 만이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새롭게 선보인 ‘처음처럼 새로’는 최근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른 MZ세대의 새로운 음주문화인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를 반영해 과당류를 빼버린 제로 슈거 소주”라고 한다. 도수는 16도, 한 병(360mℓ)에 처음처럼보다 저렴하게 출고됐다.

2019년 4월 선보인 진로이즈백의 인기로 소주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시장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병당 1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소주를 출시하며 원소주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진로 1924 헤리티지’를 출시한 것이다. 임금님표 이천쌀을 100% 사용하고 3번의 증류를 거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