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사업주는 원청서 발생한 산재책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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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하청사업주는 원청서 발생한 산재책임 없을까 대법, 소속 근로자 원청 보내놓고 안전책임 손 놓고 있어선 안된다

기사입력2022-10-11 09: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일반적으로 원하청 관계에서 산업재해 사건의 쟁점 사안은 하청근로자를 사용하는 원청사업장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문제가 핵심 이슈였다. 발전소 하청근로자 김용균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0년대 이후 원청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회사로 넘기고 하청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에 소홀해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로 인해, 정부는 지난 2022년까지 계속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개정해 원청의 안전조치 의무를 강화했다.

산안법에서 유해 업무를 외주화해 도급할 수 없도록 금지시키는가 하면, 근로자 파견관계에서는 원청인 사용사업주에 파견근로자에 대한 산안법상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채용해 원청에 보내는 하청사업주의 산안법상 책임은 없어지는 것일까?

최근 대법원 제2부는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에서 재해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 그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실질적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사업주는 안전조치의무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대법 2021도 11288, 선고일자 2022.7.28.).

◇사건의 경위=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주식회사 에스아이테크는 2017년 3월5일 경 도급인인 주식회사 지에스건설로부터 경기도 포천시 ○○산업단지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내 연료운송설비의 제작, 설치, 시운전 용역을 하도급 받았다. 하도급 계약에서 정한 용역기간은 2017년 3월5일부터 2018년 8월9일까지다.

피고인 회사가 2018년 8월8일 이 사건 발전소 내 연료운송설비 중 버킷엘리베이터의 속도감지장치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던 중 소속 근로자(이하 이 사건 ‘공소외인’이라 한다)가 버킷엘리베이터 하부에 쌓여있던 석탄 분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공소외인은 그 자리에서 튕겨져 나가 바닥에 떨어져 사망했다. 이 사건 해당 작업은 2018년 7월12일에 원청인 지에스건설이 요청한 사항이었다. 피고인 회사는 앞서 2018년 1월2일에 이 사건 발전소 사업장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피고인 1을 선임했다.

검찰은 피고인 1과 피고인 회사에 대해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1.15. 법률 제 162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이 정한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원심인 의정부지방법원은 2021년 8월10일 판결[의정부지방법원 선고 2020노1421, 2020노 2991(병합)(분리) 판결]에서, 피고인 회사에 대해 구 산안법 제23조 제1항이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산안법 관련 조항 위반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최근 대법원은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에서 재해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 그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실질적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사업주는 안전조치의무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대법원의 판단=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한 공소외인(피해 근로자)과 피고인 회사는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해, 근로자 공소외인을 사용해 사업을 행한 피고인 회사는 산안법 제23조 제1항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피고인 회사를 산안법 제23조 제1항의 ‘사업주’가 아니라고 전제해 피고인 회사의 산안법 위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구 산안법상 관련 법령을 보면, 구 산안법 제2조 제3호는 이 법에서 사용되는 ‘사업주’를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3조 제1항은 이법이 모든 사업 및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다. 구 산안법 제23조 제1항은 제2호는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폭발성, 발화성,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 산안법 제23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25조 내지 제238조는 사업주가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경우 ‘폭발·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취해야 할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대법원 재판부는 위와 같은 구 산안법상 사업주의 산업재해 예방 의무와 함께 과거 대법원의 관련 판례를 법리로 제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20년 4월9일 판결(선고 2016도 14559)을 통해, 2015년 엘지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장비유지보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작업하던 중 질소가스 누출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사망한 피해 노동자와 근로계약한 협력업체의 산안법 제23조 제1항 위반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이 밀폐공간이어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산안법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구 산안법 제2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동부령(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에 따라 ‘산소농도 측정’(규칙 제619조제1호), ‘송기마스크 비치’(규칙 제619조제3호) 등의 보건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판례는 따라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구 산안법)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구 산안법 제24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과거 대법원 판례 법리에 따라 피고인 회사가 공소외인이 작업을 수행한 이 사건 발전소 내 연료운송설비에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로 인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었음에도 당시 구 산안법 관련 규정과 구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232조 제1항(통풍·환기 및 분진 제거 등의 조치), 제237조(자연발화 방지를 위한 조치)에 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는 취지로 원심의 오류를 비판하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판결의 의의와 과제=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기존 원하청 구조에서 산업재해 문제와 결이 조금 다르다. 이번 판결의 교훈은 하청사용자가 원청사업장에 소속 근로자를 보내놓고 근로자의 안전은 내 책임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원하청의 권력관계에서 하청사업주가 시설관리권이 있는 원청사업주의 협조 없이 소속 근로자의 산재예방을 위해 안전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원청사용자가 소속 근로자의 산재예방을 위한 하청사용자의 산재예방 조치에 협력할 의무를 강력하게 부여하지 않을 경우 하청사업주에게만 부담이 지워질 위험이 있는 만큼 관련 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