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재활용 적합업종 대신 협약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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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폐플라스틱 재활용 적합업종 대신 협약 아쉬움 종이 한장의 협약이 되지 않기 위해 대·중소기업간 신뢰 지켜야

기사입력2022-11-29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과 롯데케미칼, 삼양패키징, 제이에코사이클, LG화학, SK에코플랜트, SK지오센트릭 등 플라스특 재활용 관련 대기업 6개사 그리고 한국석유화학협회가 참여해, 플라스틱 재활용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28일 체결했다. <사진=동반성장위원회>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적합업종 권고 대신 상생협약 체결로 최종 결정했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과 롯데케미칼, 삼양패키징, 제이에코사이클, LG화학, SK에코플랜트, SK지오센트릭 등 플라스특 재활용 관련 대기업 6개사 그리고 한국석유화학협회가 참여해, 28일 플라스틱 재활용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플라스틱 선별업·원료재생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은 물리적 재활용을, 대기업은 화학적 재활용을 담당하는 역할분담 원칙을 세웠다. 이를 통해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생활계 배출 플라스틱 선별업과 원료재생업 진입과 확장을 자제하고, 화학적 재활용 및 중소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고품질 제품 제조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로써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을 둘러싼 대기업과 영세중소기업 간의 갈등은 봉합된 듯 하다. 그러나 중소재활용업계에서는 이 결정이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조남준 전국고물상연합회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절충안을 마련해 서로 노력하기로 협의했다”면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미 관련 산업에 진출한 대기업이 있고, 상생협약은 강제성이 없어 향후 서로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재활용 산업은 대기업에도 매력적인 산업이 됐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재활용업체의 재활용제품 연간 총 판매규모는 약 10조원대다. 2018년 약 9조원대에 비해 13.3% 증가한 규모다. 환경 중심의 경영이자 새로운 수입원의 원천으로 주목받으며, 대기업들이 앞다퉈 재활용 시장으로 진출했다.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LG화학, 효성, 보광 등 다수의 대기업은 중소재활용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에 진출하거나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 재활용 업체의 99%는 중소기업이다. 이 가운데 54.8%는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기업이며, 총판매액이 1억원 미만인 업체가 전체 재활용업체의 59.2%를 점유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고물상과, 폐품을 모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이 이 생태계 안에 있다. 기술과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과 맞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조남준 회장은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이른바 재활용 대란의 이유는 폐기물 가격 하락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공공주택의 재활용품 수거를 규모 있는 대형 선별장이 독점해 영세재활용업 또는 고물상에 다시 맡기는 즉, 하청구조의 이중 일처리 방식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영세재활용업체 또는 고물상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로 생태계 붕괴는 물론 제2, 제3의 재활용 대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또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다. 영세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생계 자체가 되는 시장을 지키려는 마지막 안간힘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로 인해 적합업종 지정은 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번 사례처럼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맺기도 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재활용업체는 한 발씩 뒤로 물러섰다. 이제는 서로의 신뢰가 깨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종이 한 장으로만 남는 협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이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 ESG 경영에는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포함돼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