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이전, 금융경쟁력에 도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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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산은 부산이전, 금융경쟁력에 도움 안된다” 여의도 ‘금융허브 특구’로 지정, 국책은행 노하우 활용 필요

기사입력2022-11-30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윤석열 정부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하고 산업은행 이전이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내부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국회의원이 29일 개최한 ‘산업은행 이전,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에서 ‘지역균형발전, 지방이전이 최선인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기업과의 경제적 연계와 여타 금융기관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다른 공공기관의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산업은행법은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산업은행 이전을 위해서는 국회 처리과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본사, 투자기관 등 수도권에 집중…부산이전시 사업추진에 걸림돌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 교수는 현재 산업은행이 산업구조조정과 핀테크, 녹색금융 등 국내 혁신성장형 금융의 중심이라며, 산업은행이 이전하면 산업구조조정과 관련된 투자은행, 관련 국내외 투자자들이 부산까지 이동하거나 산은 관계자가 서울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산은 노조 역시 같은 입장이다. 조윤승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산업은행이 2020년 기준으로 조달자금 전체 178조원 중 77%인 137조원을 산금채 및 외화차입을 통해 충당한 사실을 지적했다. 세금으로 자금을 지원받는 기관이 아니라 자체 재원의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32조원의 별도수익 중 87%인 28조원이 비이자수익에 해당한다. 그런데, 전국 2485개의 상장사 중 72%의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상황에서 부산으로 산은을 이전할 경우 수익사업에 큰 타격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 지원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벤처기업에게 투자유치 기회를, 투자자에게 우량 투자처 발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장형 벤처투자유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히 벤처기업, VC, PE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기업 금융 또한 소통이 필수이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대규모 협조융자 진행시 통상 6개월 간 46회이 대면협의가 이뤄진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산업 지원의 경우 6개월 간 38회의 대면협의가, LG에너지솔루션 2차전지 산업 지원 시에는 6개월간 32회의 대면협의가 이뤄졌다. 구조조정 업무의 경우에도 기업, 채권단 및 유관기관 대부분이 서울에 소재하고 있어 부산 이전에 따른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이미 전국 8개 지역본부, 해양산업금융본부, 전국 60개의 지점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지원하고 있다며, 부산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비상식과 비효율이고 부경지역의 지방은행 영업에 영향을 주며, 수익성이 감소할 경우 다른 지역의 금융 금융지원 축소가 우려된다는 것이 산은 노조의 입장이다.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에도 금융경쟁력 정체

우리정부는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탈피해 국내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금융 강화를 목적으로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해 금융허브 기반 구축을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서울은 제1 금융중심지로, 부산은 제2 금융중심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금융중심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모국 투자 편향이 여전하고 외국계 금융호사의 국내 집입이 정체돼 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산은의 부산 이전이 국내 금융경쟁력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3월 발표된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서울은 12위, 부산은 30위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지수의 경쟁력은 ▲비즈니스 환경 ▲인적자원 ▲기반시설 ▲금융분야의 발전도 ▲평판의 5가지 분야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우리나라의 금융중심지는 외부에서 금융하기에 그다지 좋은 환경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10여년 간의 금융중심지 추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경쟁도시에 비해 작은 규모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연기금 규모는 약 700조원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는 331개로 싱가포르의 절반에 못미친다. 또한 국내 은행은 홍콩 대비 약 4분의 1 수준이며, 싱가포르보다는 3분의 1 수준이다.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디지털금융 역량 제고가 금융중심지 전략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통산업에 안주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탑 핀테크 유니콘 2021’에 따르면 전세계 핀테크 유니콘 기업 207개를 국가별로 구분했을 때 미국이 54개, 영국이 12개, 한국은 3개에 불과하다.

우리 나라의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여의도 금융중심지를 금융허브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의도 금융중심지 내 금융기관에 대한 조세감면 등 수도권 배제규정을 삭제하고 특구 내에 진입하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패스트 트랙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국책은행의 노하우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 한국계 금융의연을 확대하고 성장동력을 견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은 제2 금융중심지인 부산의 내실화에 크게 기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전면 개편해 보증과 대출, 투자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정책 공간을 설립해 부산에 설치하고 현지 보증기금과 중진공, 산은, 모태펀드 등으로 분산된 기능을 통합해 중소기업지원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