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도 ‘소비’…극한의 합리적 알뜰 소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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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절약’도 ‘소비’…극한의 합리적 알뜰 소비 주목 비소비를 소비로 바꾼다…기업, 쿠폰·프로모션으로 공격 마케팅

기사입력2022-12-05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띵동~ 이달 15일까지 ○○카드로 2만원 이상 구매하신 고객님께 스타벅스 커피를 2잔 드실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합니다’

서울시 마곡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들어 이러한 광고 문자를 놓치지 않고 살핀다고 했다. “아무리 물가가 계속 올라간다 하더라도 소비를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최근 은행이나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각종 브랜드에서 무료 쿠폰을 풀고 있어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약’이 2023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계속 흘러나옴에 따라 ‘전략’을 세워 최대한 합리적으로 소비하겠다는 소비자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아끼는만큼 ‘자기만족’…만원의 행복부터 체리슈머까지

한때 현재를 중시하고, 과시하는 소비형태 중 하나인 ‘욜로’, ‘플렉스’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트렌디한 물건을 갖기 위해 오픈런을 불사하고, 5성급 호텔에서 즐기는 휴가와 수입차를 SNS에 자랑하며 소통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뜨면서 관련 산업도 고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의 소비행태는 이러한 분위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가파르게 이어진 물가상승 속에서 극한의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를 뜻하는 ‘체리슈머(Cherry-sumer)’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코리아 2023은 체리슈머를 가리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알뜰소비 전략을 펼치는 이들’이라고 명시했다.

이들은 무료로 지급되는 쿠폰을 적극적으로 소비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소포장, 소용량 제품을 선호한다. 또,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자기만족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이 같은 극한의 알뜰소비 트렌드는 온라인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MZ세대가 이끌고 있다. SNS에 소비하지 않은 기간과 내역을 인증하는 ‘#무지출 챌린지’의 유행을 이끈 세대도 2030이다.

무지출이 자랑이 된 최근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약 20년전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년전에도 #무지출 챌린지와 비슷한 콘셉트의 TV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며 이를 따라 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났다.

2003년부터 5년간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만원의 행복’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효도 관광 티켓’을 두고 2명의 게스트가 ‘누가 더 돈을 적게 쓰는지’ 대결하는 내용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던 2000년대 초반은 미국의 경기둔화와 일본의 장기불황 등 세계경제의 침체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던 시기였고, 국내에서는 2002년에 카드대란이 일어나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가 생겼던 시절이었다.

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에는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기’ 등으로 극단적 ‘소비 단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無지출, 공동구매’ 뜬다…유통가 공동구매 서비스 경쟁

알뜰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의 증가는 공동구매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냈다. 일명 ‘공구’라 불리는 공동구매는 특정 물건을 필요로 하는 구매자들이 모여 단체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단체로 구입하기 때문에 대량구매에 따른 가격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유통가에서는 공동구매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최근 극한의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체리슈머’가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러한 ‘알뜰소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쿠폰이나 프로모션 마케팅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케팅 비용이 상품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마트는 2023년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에서 공동 펀딩구매를 진행한다. 목록은 지난 공동 펀딩구매보다 늘었다. 지난 추석에 도입한 공동 펀딩구매에서 건강기능식품 3개 상품이 모두 조기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에는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올리브오일 등 대표 설 선물세트도 공동 펀딩 목록에 추가했다.

당근마켓은 지난 7월 ‘같이사요’ 서비스를 선보였고, 쿠팡이츠와 배달의 민족은 주문한 음식을 같은 장소에서 수령하는 ‘친구 모아 함께 주문’ 서비스를 내놨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면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해 소분하거나, 한 사람만 배달비를 부담해 비싼 배달비를 아낄 수 있다.

중고거래 역시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2020년에는 20조원으로 커졌고, 작년에는 24조원으로 성장했다. 패션시장도 중고물품이 핫하다. 한화금융연구소는 최근 4년간 미국 패션시장이 약 3% 성장할 때 중고거래 패션시장은 약 33%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신상 제품과 명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백화점에서도 중고품 거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2030을 중심으로 명품 중고시장이 활성화하고 있는데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젊은 수요를 끌어들이면 젊은층 집객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업계의 판단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9월 신촌점에 문을 연 세컨드 핸드(Second Hand)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는 오픈 3일만에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같은 공간에 설치했던 영패션 매출 대비 2배 이상 신장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뒤이어 미아점 1층에 중고 명품 전문매장인 ‘럭스 어게인’을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에 공들이고 있다. 올 초에 그룹 투자사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 82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8월부터 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을 통해 중고 명품관인 번개장터를 입점시켰다. 번개장터의 명품 편집숍인 브그즈트 컬렉션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리셀 제품과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알뜰소비에 쿠폰·프로모션 마케팅…가격인상·과소비 우려도

필수 소비영역으로 여겨졌던 통신비도 아끼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12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통신비 상승의 주원인은 이동전화요금과 인터넷이용료다. 이에 요금제를 아끼기 위해 무제한 데이터 대신 공공 와이파이를 사용하거나 알뜰폰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느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주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공공 와이파이가 가계통신비 절감에 도움을 준다. 김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 와이파이로 인한 가계통신비 절감액은 2021년 기준 1338억원에 달했고, 올 상반기에는 871억원이었다.

알뜰폰도 통신비 절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알뜰폰이란, 이동통신망을 구축하지 않고 기존 이동통신사의 망을 임대해 재판매하는 서비스로, 요금이 반 이상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비중은 16.28%로 전년동기 대비 2.32%P 증가했다.

멤버십 혜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실속파 소비자도 느는 추세다. 할리스커피는 매달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쿠폰을 발행한다. 실버, 골드, 레드, 다이아몬드 4개 등급으로 운영하고 있는 할리스 멤버십은 11월에 등급과 관계없이 티라미수 라떼, 스무디군, 우드 제품 구매 시 아메리카노(R) 1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쿠폰을 제공하기도 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공식 앱 딜리버리 주문 고객에게 시크릿 음료 1잔을 무료로 증정하는 ‘시크릿 레드데이(RED DAY)’ 프로모션도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레드데이 프모모션의 10월 매출은 5월 대비 약 150% 증가했다.

교촌치킨은 멤버십 등급 상향 주기를 한 달로 짧게 설정하고, 등급별 혜택도 늘려 모객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월 1회 주문만 해도 신규 고객에서 VIP 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고, 생일 축하나 할인쿠폰 혜택을 매월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알뜰소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소비가 곧 성장인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쿠폰이나 프로모션 마케팅을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컬리의 경우 작년 광고선전비로 전년보다 47% 늘어난 435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영업 손실액은 전년 대비 49.5% 증가한 2177억원이다. 마진을 남기기보다 비소비를 소비로 전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생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열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마케팅 비용이 상품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알뜰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쿠폰이나 이벤트를 무분별하게 발행하는 마케팅은 오히려 더 과한 소비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