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쌀 소비 줄었지만, 가공식품용 쌀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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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1인당 쌀 소비 줄었지만, 가공식품용 쌀은 증가 ‘밥 짓는 집’ 줄고, 컵밥·즉석밥·도시락으로…업계, 쌀 가공식품 주력

기사입력2023-02-01 00:00

국민의 주식 ‘쌀’, 1970년만 하더라도 136.5kg이었던 국민 1인당 쌀 소비는 2013년 67.2kg으로 감소했다. 작년에는 더 떨어져 56.7kg을 기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발표한 ‘농업 전망 2023’을 통해 곡물·과일 소비량은 지속해 감소하고, 육류·채소·수입과일 소비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소비가 줄었다고 해서 생산량까지 준 것은 아니다. 쌀은 언제나 과잉생산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른 쌀값 폭락은 농촌 경제에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가루쌀 등 가공식품용 쌀 생산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 박한울 연구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이는 쌀 가공식품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가공용 식품에 적합한 쌀 품종을 육성하는 데 힘쓸 것”이라 말했다.

◇입맛 변한 한국인…쌀 소비 내리막=한국인에게 ‘밥’은 ‘쌀’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젠 이런 공식은 바뀌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양곡(쌀+기타 양곡) 소비량은 64.7kg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쌀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0.4% 떨어져 56.7kg으로, 양곡 소비량 집계를 시작한 1963년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역시 쌀 소비량은 지속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 박한울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가정에서 밥을 짓는 횟수가 줄고 있어 1인당 연간 소비량이 줄고 있다”며, “서구화된 식생활과 간편식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함에 따라 대체식품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2%씩 지속해서 감소해 2013년 대비 15.6% 줄어들었다. 112.9kg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을 보였던 1992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가공용 쌀 소비량은 계속해서 느는 추세다. 제조업 부문의 쌀 소비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69만1422t으로 68만t이었던 2021년 대비 1.7% 증가했다. 업종별 구성비를 살펴보면, 떡류 제조업(26.8%)이 가장 많았고, 기타 식사용 가공 처리 조리식품 제조업(20.9%), 주정 제조업(17.6%), 기타 곡물 가공품 제조업(9.3%)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체 부문의 쌀 소비량 추이를 보면, 기타 식사용 가공 처리 조리식품 제조업이 14만4595t으로 전년 대비 27.2% 증가했다. 장류 제조업의 증가율이 11.0%로 가장 많았고, 전분 제품 및 당류 제조업(8.7%), 기타 곡물 가공품 제조업(5.0%) 순으로 나타났다. 단, 주정 제조업은 작년보다 20.6% 감소했고, 면류·마카로니 및 유사 식품 제조업은 8.3% 떨어졌다.

집에서 쌀로 밥을 지어 먹는 가정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컵밥·즉석밥·도시락 등의 쌀 소비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 쌀 소비…가공용 쌀 식품 생산량 관건=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쌀 소비는 가공식품류로 향하고 있다. 집에서 쌀을 지어 먹는 가정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컵밥·즉석밥·도시락 부분에서의 쌀 소비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한울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가공용 쌀 식품 소비를 살펴볼 때, 2013년부터 연평균 3.5%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향후 10년을 바라봐도 3%씩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늘어나는 쌀 생산량 대비 쌀 소비량의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가공용 쌀 소비 증가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향후 쌀 소비 증가를 위해 농가에서는 쌀 고품질화 정책을, 산업적 측면에서는 가공용 식품에 적합한 쌀 품종을 육성해 가공용 쌀 소비 증가를 지속해서 끌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도 작년 6월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식품기업의 가루쌀 제품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품개발 지원사업은 가루쌀로 만든 면류, 빵류, 과자류 등 15개 제품군의 신제품 개발을 희망하는 식품업체다. 농식품부는 사업대상자로 지정된 식품업체에 ▲원료구입 ▲상품개발 ▲디자인 ▲포장재 개발 ▲시제품 생산 ▲소비자 평가 ▲홍보 등에 관한 비용을 1개 제품군 당 2억원까지 지원한다고 했다.

참고로, 가루쌀은 쌀의 만성적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핵심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건식제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쌀가루보다 밀가루를 대체하는 데 유리하다.

예전부터 쌀을 원료로 한 아이디어 식품을 개발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지자체와 기업도 있다.

전남도는 최근 2022년산 새청무쌀 약 1만3000t을 BGF리테일에 공급했다. 새청무는 전남도에서 자체 육성한 품종으로 농업재해에 강해, 전남 벼 재배면적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전남도가 공급한 새청무쌀은 1만7000여 곳의 CU 편의점을 통해 김밥, 도시락 등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간편식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쌀을 활용한 누룽지로 12억원의 매출을 올린 기업도 있다. 순천 농업회사법인 ‘상지뜰’은 현미, 찹쌀, 흑미를 이용해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는 스틱형 ‘오곡 누룽지차’를 개발했다. 끓이지 않아도 되는 간편함 때문에 여행객부터 나 홀로 가구에 입소문이 나면서 높은 매출을 올렸다. 이 기업은 초콜릿을 입힌 ‘버섯현미초코볼’, ‘블루베리현미초코볼과자’를 개발 중이며, 올해는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