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벗부터 치매 예방까지 ‘돌봄 로봇’ 효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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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말벗부터 치매 예방까지 ‘돌봄 로봇’ 효자인가 돌봄 로봇 보급 반갑지만, 고령화 시대 근본적인 사회안전망 필요

기사입력2023-02-18 00:00

총 인구 가운데 만 65세 노인인구가 14%인 사회를 고령사회, 20%를 넘는 경우를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이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노인 돌봄’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최근에는 그 대안으로 ‘돌봄 로봇’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돌봄 로봇은 어르신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고령화 시대 과제들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까?

◇정서 지원, 건강 체크, 긴급상황 신고까지=돌봄 로봇이란 노인이나 경증치매 환자, 중증 장애인 등 홀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 로봇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사용자의 물음에 간단한 대답을 하는 등 말동무가 되어 정서에 도움을 준다. 식사와 약 복용 여부를 체크하는 등 사용자의 건강을 관리하고,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훈련 등을 지원한다. 현재 여러 기업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반려 로봇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원더풀플랫폼의 인공지능 케어로봇인 다솜은 ‘다솜 M’, ‘다솜 B’, ‘다솜 K’ 등 다양한 제품이 있는데, 주로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 및 안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와이파이에 연결하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다솜과 보호자의 스마트폰 앱을 연동하면 어르신들을 위한 영상통화와 모니터링, 복약 알람 등을 설정할 수 있다. 멀리 사는 자녀들도 부모님의 상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다솜은 사용자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사투리도 학습하는 기능을 갖췄다. 또한 사용자의 감정상태와 수면상태를 체크하고, 질병 데이터를 보호자 앱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갖췄다. 사용자가 긴급 단어를 말하면 다솜이 보호자 또는 관제센터로 긴급 콜을 보내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서비스와 정책, 솔루션 등을 연구하는 기업 효돌에서 선보인 AI 반려 로봇 ‘부모사랑 효돌’은 어린아이 모습의 봉제인형 디자인으로 친근한 느낌을 준다. 자녀를 비롯한 보호자는 스마트폰에 효돌 앱을 설치해 어르신 사용자의 활동을 체크할 수 있다. 효돌은 온몸에 다양한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덕분에 사용자가 머리나 등을 쓰다듬으면 애교를 부리고, 사용자가 말을 걸면 간단한 대답을 한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식사, 약 복용, 산책 등 사용자의 일과를 알려주고 관리한다. 체조와 퀴즈, 이야기, 음악, 종교 말씀, 영어학습 등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재생할 수도 있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일정 시간 동안 감지가 되지 않을 경우,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갖췄다.

이러한 돌봄 로봇은 직접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대여 또는 구독 서비스로 체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전국 지자체와 복지기관, 병원, 학교 등에서 돌봄 로봇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각 지자체에서 돌봄 로봇을 구입해 개인에게 대여해 주거나, 치매안심센터에서 개인에게 대여해 인지자극 활동과 건강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돌봄 로봇이란 노인이나 경증치매 환자, 중증 장애인 등 홀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 로봇을 일컫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돌봄 로봇, 어르신들은 얼마나 만족할까?=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돌봄 로봇을 직접 사용하는 어르신들의 만족도인데, 과연 어떠할까?

순천시가 지난해 전남지역 시군 가운데 처음으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반려 로봇 ‘루미’를 지급했는데, 루미를 사용해 본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루미는 일상 대화와 트로트 듣기, 식사와 약 복용시간 알려주기 등 각종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설문조사 결과 “말동무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94%에 달했다.

돌봄 로봇은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한 정서 지원과 외로움 감소, 간단한 의료정보 제공과 긴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

물론 로봇과 지내는 것보다는 활동적인 취미나 친목 활동을 권할 수도 있겠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경우 바깥에 나가 활동하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돌봄 로봇이 어르신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아 성장 가능성 높아=돌봄 로봇에 주로 쓰이는 기술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인데, 이 기술들이 발전한다면 돌봄 로봇의 성능도 보다 고도화되며, 사용자를 위해 더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사용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일상 생활에 보다 맞춤화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주변 사물들을 연결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을 뜻한다. 만약 돌봄 로봇과 집안의 가전제품, 각종 센서가 모두 연결된다면 어떻게 될까? 돌봄 로봇이 집안일을 돕거나, 사용자의 의료기기와 연동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미래 시대에는 로봇이 생활가전 중 하나로 자리잡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돌봄 로봇을 향한 관심은 뜨겁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정부도 2019년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4대 서비스 로봇 분야’ 중 하나로 돌봄을 선정하고 연구개발과 보급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에서도 돌봄 로봇과 서비스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CES 2023’에서 올해 중 시니어 케어에 특화된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봇의 이름은 EX1이며 노인들의 운동을 돕는 헬스케어 보조 로봇으로 알려졌다.

◇노인 인구와 1인 가구 증가…돌봄 지원 절실=우리가 로봇에게 돌봄이라는 과제를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출생 고령화로 돌봄 수요는 증가하는데 돌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형태와 국민 인식 역시 빠르게 변화하면서 사회에서 돌봄의 울타리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 역시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가나 사회에서 돌봄을 책임지기보다는 가족 구성원에게 맡겨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족 구성형태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빠르게 바뀌었고, 어느덧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2022년 우리나라 1인 세대수는 972만 세대로 전체 세대의 41%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은둔 및 고립 인구, 고독사 문제도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현대 복지가 맞닥뜨린 가장 큰 화두는 ‘외로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돌봄 로봇의 발전과 보급은 반가운 일이지만, 각 가정에 로봇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돌봄은 소통과 공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돌봄 당사자와 보호자를 위해서는 당사자 중심의 사회적·심리적 안전망이 필수적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해 70대에 접어들고 인구 감소의 충격이 피부로 와 닿을 것으로 전망되는 2030년이 되면 ‘돌봄 대란’이 사회적 이슈가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려면 지금부터 다양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물론 돌봄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지만, 기술의 힘을 빌어서 최소한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돌봄 분야에 로봇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이유다.

돌봄 로봇은 돌봄이 필요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 당사자를 향한 도움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면서 소외되는 보호자들의 현실 역시 돌아보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봄 로봇이 보호자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면, 보호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여지가 생기게 된다.

◇당사자·보호자 중심의 사회안전망이 해결책=돌봄 로봇의 발전과 보급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러한 흐름에 의문을 던지고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 역시 필요하다. 과연 로봇만으로 돌봄을 다 해결할 수 있을까? 또는 돌봄을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는 태도는 과연 건강할까?

돌봄 로봇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우려되거나 보완해야 할 점 역시 존재한다. 돌봄 로봇은 사용자의 일상, 의료정보 등 민감한 사생활을 데이터로 수집한다.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화·고도화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의 발전은 지향하면서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고, 제도적 장치 역시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제조사들이 가급적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로봇을 만들고 있지만, 장치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격차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로봇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지속적이고도 맞춤화된 교육도 중요하다.

이외에도 사용자마다 질환과 장애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돌봄 로봇이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특히 중증 장애와 희귀 질환이 있는 사용자들을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각 가정에 로봇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으며, 로봇으로만 접근하려는 시선 역시 경계해야 한다. 돌봄이란 소통과 공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돌봄 당사자와 보호자를 위해서는 당사자 중심의 사회적·심리적 안전망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돌봄이 ‘사회적 비용이자 문제’처럼 여겨질 수 있는 시선 역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간은 그 동안 돌봄과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성장해 왔다. 이에 비춰 본다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돌봄이라는 화두 역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동등하게 바라보며 상호 공존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는 거대한 질문일 수도 있다.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동시에 더욱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따스한 시선으로 논의할 때다. 그래야 비로소 미래 시대의 공존에 관한 새로운 실마리가 열리지 않을까.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