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25%, 근로시간 개편시 60시간 이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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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기업 25%, 근로시간 개편시 60시간 이상 한다 장시간 노동 우려 크다…불통 행보 멈추고 근로시간 개편 철회해야

기사입력2023-03-25 00:00

대한상의가 ‘연장근로 개편하더라도 69시간 장시간 근로는 기우’라는 제목의 자료를 24일 배포했는데, 오히려 우려가 더 커졌다. 근로시간을 개편할 경우 주 최대 예상근로시간을 묻는 질문에, 기업 4곳 중 1곳이 60시간 이상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조사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이후인 3월 중순 국내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기업 82곳, 중견기업 74곳, 중소기업 146곳이 참여했다.

주 최대 예상 근로시간이 52~56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40.2%로 가장 많았고, 56~60시간 미만이 34.3%로 뒤따랐다. 대한상의는 여기에 초점을 두고 “이번 개편방안의 핵심인 연장근로 관리단위가 확대되더라도 일각의 주장처럼 주 69시간 장시간 근로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뒤이은 답변이 시선을 끈다. 60~64시간 미만이란 응답이 16.0%에 달했고, 64~68시간 미만(5.9%)과 68시간 이상(3.6%)을 합치면 25.5%에 달하는 기업들이 최대 60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을 예상한 것이다. 게다가, 60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75%의 기업들 역시 최대 근로시간이 현행 52시간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근로시간 개편안 중 고용노동부가 힘줘 강조하고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에 대한 응답에서도 우려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연차를 모두 휴가로 소진한다는 기업은 45.4%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연차휴가를 소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업무량이 많아 휴가 사용 어려움이란 답변이 32.7%로 가장 많았다. 현행 연차휴가 조차도 업무량이 많아 모두 소진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근로시간저축계좌제로 장기간 휴가를 떠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 역시 부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적극 반대할 것(18.9%)과 도입 소극적(39.4%)이란 예상이 58.3%에 달했다.

정부의 건강권 보호대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제 또는 4주 평균 64시간 중 하나의 보호책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선택지를 더 많이 늘려 달라거나(32.5%), 노사자율로 보호방안을 선택(30.8%)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건강권 보호제도가 불필요(17.2%)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정부의 건강권 보호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질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통에 나서겠다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며 유연근무와 휴가사용이 활발한 기업이나, 근로시간 기록·관리가 우수한 기업 등 모범사례를 찾아가고 있다. 반대로, 현재도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현장을 찾아가 근로시간을 줄일 방안을 듣는다거나,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기업들을 찾아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현장에서 제기능을 할 수 있을지를 타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모범사례를 주로 찾다보면 정부의 안이 이상적으로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더 강해질 뿐이다. 반대로 장시간·불규칙 노동을 우려하는 목소리와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이러고서 현장과 소통을 통해 보완책을 찾겠다니, 소통이 아니라 불통 행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17일 갤럽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무·관리직의 68%가 정부의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기능·노무·서비스직군 역시 61%가 반대했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자영업자에서도 과반 이상인 51%가 반대의사를 밝힌 점은 여론의 추이를 잘 보여준다.

장시간·불규칙 노동 대신 주 4일제 등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이 미래를 향해 나가는 길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는 외치고 있다. 정부는 불통 행보를 중단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지금이라도 근로시간 개편 추진을 전면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