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위생 논란’ 버거, 프리미엄으로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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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끊임없는 ‘위생 논란’ 버거, 프리미엄으로 발길 ‘빨리빨리’보다 비싸도 ‘맛있고 건강하게’…국내 버거시장 지각 변동

기사입력2023-05-05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두툼한 수제 패티에서 흘러나오는 찐득한 육즙이 다른 프랜차이즈 버거와는 비교할 수 없어요. 가성비는 떨어지지만, 맛을 생각하면 또 방문하고 싶어요.”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 삼파전으로 이어졌던 국내 버거의 역사가 뒤바뀌고 있다. 버거 한 개와 사이드 메뉴 한 가지만 시켜도 2~5만원을 육박하는 프리미엄 체인 버거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버거 시장은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버거로 대변되는 실속파 버거 프랜차이즈와 요리 이상의 맛과 식재료를 내세운 프리미엄 버거 프랜차이즈로 양극화되고 있다.

끊임없는 ‘위생 논란’에 고객 발길은 ‘프리미엄 행’

버거는 ‘빨리빨리’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다. 간편하면서도 맛있고, 시간 절약까지 할 수 있어 학생과 직장인뿐만 아니라 나들이에 나선 가족 단위의 고객들에게도 폭넓게 선택되는 메뉴 중 하나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수도권 거주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버거를 나타내는 가장 큰 이미지는 ‘대중성’이다. 조사 결과,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프랜차이즈는 버거킹(30.7%), 맥도날드(22.4%), 맘스터치(15.1%), 롯데리아(13.8%)로 집계됐다. 한국에서 2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설문조사에서도 ‘대중적이고 친근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매장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탁월한 접근성’ 때문이었다. 대부분 주거지나 학교, 지하철역 주변에 포진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 셈이다.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과 배달·포장이 간편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동시에 혼자 먹기 편하다는 점도 버거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이유다. 김밥 전문점처럼 혼자 방문해 빨리 먹고 나오기 좋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은 제품이 롯데리아가 지난 3월 내놓은 ‘더블버거 3종’이다. 이 메뉴는 출시 15일 만에 판매량 12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롯데리아의 클래식 메뉴인 치킨, 데리버거에 각각 패티를 한 장 더 추가했고, 클래식치즈버거에는 치즈와 패티를 각각 추가했다. 가격 역시 4000~6000원대로 책정해 합리성을 내세웠다.

이처럼 대중적인 음식인 만큼 버거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은 2013년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2조96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위생 논란이 끊이지 않는 프랜차이즈 음식 역시 버거다. 인천의 한 유명 버거 매장에서는 ‘검은색 벌레가 나왔다’는 민원이 접수됐고,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같은 브랜드의 버거 매장에서는 나방류 애벌레가 발견됐다. 모르고 해당 버거를 섭취한 고객은 배탈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한 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콜라에 살아있는 벌레가 발견돼 식약처에 신고 접수된 사례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버거 프랜차이즈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값싸고, 맛있고, 간편하다는 장점을 위생 논란이라는 큰 단점이 덮어버린 꼴이다. 이에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요리’에 버금가는 맛과 정성이 들어가고, 위생 논란까지 없는 프리미엄 버거 프랜차이즈가 그 사이를 메우고 있다.

버거 한 개와 사이드 메뉴 한 가지만 시켜도 2~5만원을 육박하는 프리미엄 체인 버거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빨리빨리’보다 ‘맛있고 건강하게’…비싸도 ‘경험’ 원해

프리미엄 버거의 열풍은 SPC그룹이 2016년 7월 국내에 들여온 ‘쉐이크쉑’으로부터 시작됐다. ‘뉴욕에서 온 파인 캐쥬얼 레스토랑’을 표방하며 강남에 1호점을 낸 쉐이크쉑은 오픈 당시 전날 밤부터 300m 넘게 늘어선 대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재 쉐이크쉑은 전국에 2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쉐이크쉑의 인기 비결은 미국 동부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와 특정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한정 메뉴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 차원에서 강조하는 ‘좋은 식재료’는 가족 단위의 고객을 끌어모았다. 토종 효모를 사용한 포테이토 번과 아이스크림의 일종인 커스터드(Custard)는 매일 아침 매장에서 제조해 쫀득한 식감과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음료 역시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여기에 강아지 메뉴까지 구비해 반려견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마음마저 배려했다. 버거와 감자튀김, 음료만 시켜도 2만원이 훌쩍 넘어가지만, 매년 20~2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쉐이크쉑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10년 전 뉴욕 여행길에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우리 동네에도 생겨 자연스럽게 들르게 됐다”라며, “메뉴는 물론, 식물과 나무 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와 깨끗한 매장 상태가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인 고든램지의 이름을 내세워 하이엔드 콘셉트로 만들어진 ‘고든램지 버거(Gordon Ramsay Burger)’도 화제다. 2021년 국내 패션기업 진경산업이 국내에 들여온 고든램지 버거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걸맞은 내부 디자인에 레트로한 분위기를 섞어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듯한 인테리어로, 버거 그 이상의 차별화된 미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이엔드 다이닝인 만큼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이 점이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잡았다는 평이다. 가격대는 대표메뉴인 ‘헬스키친 버거(3만1000원)’, 트러플 파마산 프라이즈(1만9000원), 음료(1만원대) 한 잔만 시켜도 5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게다가 ‘1966 버거’는 14만원이지만, 고객 사이에서는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메뉴로 꼽힌다. 1++ 한우 패티와 1++ 살치살이 들어간 이 버거는 송로버섯, 방사 유정란, 트러플 페코리노 치즈, 12년산 발사믹 식초 등 고급 식재료가 사용된다.

고든램지 버거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 3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에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Gordon Ramsay Street Burger)’를 열었다. 2020년 영국 론칭 후 첫 해외 매장이자 아시아 최초의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미쉐린 스타 셰프인 고든램지의 레시피로 구현한 최고급 다이닝 수준의 버거를 버거 단품 1만원대, 세트 기준 2만원대의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BHC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버거인 ‘슈퍼두퍼(SUPER DUPER)’를 들여와 작년 11월 강남대로에 1호점을 오픈했다. 오픈 당일에 1200여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았고, 오픈 후 첫 주말에는 2000개의 버거 메뉴가 팔려 나갔으며, 오픈 2주만에 약 2만개의 버거를 판매했다. 인기를 확인한 슈퍼두퍼는 지난달 26일 홍대에도 2호점을 냈다.

슈퍼두퍼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슬로우 푸드’다. 큼직한 피클과 신선한 재료, 육즙이 가득한 패티와 스페셜 메이드 번은 샌프란시스코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는 평이다. 인테리어 역시 눈길을 끈다.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오렌지 색상을 활용한 실내 디자인과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는 독일 IF디자인 어워드 2023(IF DESIGN AWARDS 2023)에서 본상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이렇게 치열한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에 또 다른 글로벌 강자가 한국 상륙을 예고하고 있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3대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Five Guys)’가 오는 6월 문을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1년6개월 만에 300개 이상의 지점을 열 정도로 인기를 끈 파이브가이즈의 인기 비결은 ‘땅콩기름’으로 튀기는 진한 풍미의 음식과 신선한 식자재다. 가게마다 에피타이저로 땅콩도 무료로 비치해 메뉴를 기다리는 지루함도 달랠 수 있다.

여행 때마다 파이브가이즈를 즐겨 먹었다는 B씨는 “가격은 일반 프랜차이즈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메뉴도 다양하고 내 마음대로 토핑도 선택할 수 있어 좋다. 특히 다이어트할 때 즐겨 먹었던 번 없는 버거의 맛도 일품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