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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듣기 재활로 청각장애 아동 삶 달라져”

청각 장애아에게 전하는 ‘소리의 빛’…㈜소리빛 이상미 대표 

기사입력2023-05-24 15:31

청각장애 아동은 다른 장애군과 다르게 조기 재활을 시작하고, 전문적인 듣기 재활을 병행했을 때, 성공적인 사회참여도 가능합니다.”

 

청각장애 아동을 18년간 치료한 소리빛(soribit) 이상미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힘줘 말했다. 작년 5월 경기도 성남시에 문을 연 소리빛은 청각 언어발달연구소다. 그가 잘나가던 청각언어센터의 대표 자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로 뛰어든 이유는 그가 개발했던 여러 프로그램들의 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더 많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이런 교육의 혜택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상미 대표는 “재활센터의 치료비는 비쌀 수밖에 없다. 물론 나라에서 많은 지원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치료가 들어가는 것이라며, “아이의 부모는 어디에서 어떻게 치료받아야 하는지, 이 치료가 정말 내 아이에게 맞는 치료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소리빛 이상미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청각장애 아이들은 균형적인 통합 발달만 잘 이뤄진다면 정상적인 사회참여가 가능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언어치료 하면서 아이들 만나는 기쁨 알게 됐죠

 

이상미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봉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일찍이 그의 성향을 알아본 이 대표의 아버지는 당시만 하더라도 생소했던 언어치료학과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언어재활사의 길로 나섰다.

 

이 대표는 교육계에 몸담고 있던 아버지가 간호학과, 치위생사 등 내 적성과 맞을만한 여러 학과를 추천해 줬는데, 그중 언어치료학과는 당시만 하더라도 대구대, 한림대 딱 두 곳뿐이었다, “한림대학에 진학한 후 든 생각은 나와 너무도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많은 학교에서 언어치료학을 전공으로 채택하고 있고, 민간자격증에서 국가고시로 바뀌며 더욱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됐지만, 이 대표가 대학에 진학하던 때만 하더라도 관련 학과와 교육체계가 이제 막 국내에 자리 잡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러다 학부시절 실습활동을 통해 청각장애 아이들을 만나면서, 그의 세부 진로가 명확해졌다고 한다.

 

이 대표는 처음 실습했던 당시 만난 아이들이 청각장애 아이들이었다. 이제 막 인공와우 수술이 시작돼 보험 적용도 안 되던 시절이었다, “이 아이들과 지내면서 재미있기도 했고, 보람도 느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언어재활의 길로 들어선 이상미 대표는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두루 언어재활을 했고, 2008년부터는 청각장애 전문기관에서 청각장애 아이들에게 언어재활을 시작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전국에 청각장애 아동 전문기관이 전국에 3~4곳만 있던 시절이었다.

 

이상미 대표가 그룹 치료실에서 PA5(Pediatric Audiometer, 유소아청력검사기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PA5는 신생아, 소아의 청력 수준을 평가하고 소리조건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중기이코노미

 

이 대표는 청각장애 아이가 한 명도 없던 새로 오픈하는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사실 새로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인생의 큰 도전이었다, “아이를 낳은 지도 4~5년밖에 되지 않던 시점이었고, 가정도 이끌어야 했었기에 섣불리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게다가 대표 직함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센터를 키우고, 알려야 하는 책임감이 무거워 세 번이나 거절했지만, 지속적인 스카우트 제의에 결단을 내리고 센터를 개척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한다. 당시 그에게 있어 즐거움은 자유롭게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면서 커리큘럼을 만들고 센터를 차근차근 세워가는 일이었다. 그 결과 언어재활 교사가 6명으로, 한 명이었던 청각장애 아동은 100명으로 늘어났다.

 

이 대표는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합이 잘 맞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도 없어 모든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고민은 생기더라, “청각장애 아동의 사회적인 어려움을 공감하고, 직면하게 됐다. 이들은 균형적인 통합 발달만 잘 이뤄진다면 정상적인 사회참여가 가능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제대로 재활을 받지 못하거나 적절한 보장구 처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보장구’, 안경 도수 맞추듯 섬세해야

 

청각장애인은 크게 난청(難聽)과 농()으로 나눠진다. 난청은 소리가 전달되는 경로인 외이, 중이, 내이와 소리 신경전달경로 중 특정 부위의 이상으로 청력이 감소한 상태로 보청기를 끼지 않아도 어느 정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농은 일상생활에서 청력을 사용할 수 없는 정도의 난청 상태다. 보청기를 사용하더라도 소리 구별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소리를 듣는데 제한이 있으면 인공와우 수술을 진행한다.

 

인공와우란, 뇌에 임플란트를 삽입해 전기적인 자극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내부 이식기기가 있고 외부 이식기기가 있는데, 외부 이식기기의 마이크를 통해서 소리가 전달되면 이를 전기자극 신호로 변환시켜 말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장구 처방 후에는 반드시 재활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이 과정은 마치 안경의 도수를 맞추듯 정밀하고, 세심한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상미 대표가 장난감 교구를 선보이고 있다. 장난감 교구는 아동에게 ‘소리를 먼저 제시’하고 아동이 반응해야 할 소리반응을 치료사나 부모가 모델링해 아동이 자발적으로 민감하게 소리반응을 하도록 조건화하는 청능훈련 도구로 사용한다.   ©중기이코노미

 

이 대표에 따르면, 보청기가 가장 자연음에 가깝고, 인공와우는 기계음에 가깝다. 처음에 ~’라고 얘기를 하더라도 ~’라고 바로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라고 들릴 때까지 소리를 연결하는 재활 과정이 끊임없이 들어가야 한다.

 

이 대표는 말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어음 영역들의 주파수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소리라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같은 소리 조절을 하더라도 환자마다 반응이 다르다. 소리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재활하더라도 진전 속도가 느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청능사, 언어재활사, 의사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같은 소리라도 사람마다 날카롭게 들리는 경우가 있고, 편안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환자의 행동반응이나 소리반응을 통해 그 사람에게 맞는 최적의 피팅과 매핑(mapping)이 이뤄져야 한다.

 

이 대표는 영유아의 경우 낯선 장소에서 자지러지게 울거나 반응을 잘 하지 않는 등 재활과정이 복잡하고, 장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가 소리에 제대로 반응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야 한다, “어떤 소리에 헷갈려 하는지, 어떤 오류 반응들이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서 아이의 문제점을 파악해 소리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듣기 교육과 가정 연계 프로그램으로 재활

 

무엇보다도 빠른 재활이 중요한 청각장애는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3년 전부터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가 의무화되면서 이전보다 진단이 빨라졌지만, 영유아 재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진단시기에 비해 재활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나마 빨리 재활하는 경우는 12~15개월이고, 평균적으로 24개월부터 시작한다. 이 대표는 생후 5~6개월에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게다가 대부분 ABR(Auditory Brainstem Response, 청성뇌간반응검사) 혹은 ASSR(Auditory Steady State Response, 청성지속반응검사)이라는 청력검사를 활용하는데, 이 검사들이 추정 역치를 볼 수 있는 것이지 정확한 청력도를 나타내는 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경도의 난청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에는 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에서 진행한 ‘하늘빛 자선행사’(왼쪽)와 하늘빛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인공와우 청력검사기기(오른쪽). 하늘빛 프로젝트는 사회적기업 또는 건강한 가치를 지닌 기업이 참여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 자선행사다. <사진=소리빛>

 

이 대표는 아이의 반응을 보면서 놀이 행동반응 검사를 통해 청력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영유아 전문기관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소수인 데다 아이의 듣기 발달을 고려한 상태에서 듣기 재활을 병행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의사소통할 때 질문에 맞지 않는 대답을 하거나, 소리를 자주 놓치는 경우 학교에서는 ADHD 혹은 인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듣기 때문에 아이가 산만한 건지, 산만해서 듣기가 안 되는 건지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리빛은 듣기를 중심으로 언어, 인지, 발음(조음), 화용 언어능력(의사소통) 등 전반적인 것들을 끌어주는 치료법을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빠른 재활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듣기를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통합 발달 및 구어 잠재력을 최대화할 기회를 제공하는 가족 중심 접근법인 AVT(Auditory Verbal Therapy, 청각구어법)를 활용해 잔존청력을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영유아의 부모에게는 교육을 함께 진행함으로써 가정과 연계해 교육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작년에 영유아 듣기 안내서를 만들었다. 5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데이터 바우처지원사업에 선정, 청각장애인의 재활 예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룹화 및 분석해 AI 학습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보며 재활기관에서 청각장애인의 재활 예후를 살펴보며, 부모가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해 질적인 재활상담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소리빛에는 세종시, 원주시, 여주시 등 전국에서 치료받기 위해 20여명의 학생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1년에서 16개월 정도면 거의 정상화로 올라선다고 한다. 생후 1년 이전 아이들은 주 1회로 시작하며, 1년 이후에는 팔로우업을 한다. 정상언어발달이 안 되는 아이들은 기본 주 2회로 시작한다. 하지만 소음상황, 기계음이나 음원(전화), 토론상황에서의 대화 듣기 등 연령별 발달해야 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표는 앞으로 청각장애 아이들이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참여하며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장애 인식을 위한 활동에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청각장애인이라고 하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단지,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아이에게 상처를 줘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데 더 힘든 세상이 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자선행사 등에 계속 참여함으로써 이런 잘못된 정보들을 공유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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