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업도 척척, 스스로 일한다…국내기술 로봇

프린트

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수작업도 척척, 스스로 일한다…국내기술 로봇 로봇 자동화를 앞당기는 기업들…SIMTOS 2024를 가다㊤

기사입력2024-04-05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AI에 대한 높은 관심이 제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 SIMTOS 2024는 역대 최대 규모로 운영됐다. ©중기이코노미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자동화·전산화로의 변화를 꾀했던 공장들이 이젠 AI처럼 지능적으로 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지난 1일부터 5일간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SIMTOS 2024)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국내 스마트 제조 AI 솔루션 기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최근 AI에 대한 높은 관심이 제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증명하듯 이번 전시회는 1300개 업체가 6170개 부스를 열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특히 최근 생산·제조 기술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능형 로봇인 협동로봇을 소개한 ‘로봇 및 디지털 제조기술 특별전’은 하나의 전시장을 꽉 채웠을 정도로 국내외 기업이 부스를 열고 다양한 형태의 로봇 기술을 소개했다.

스마트팩토리는 옛말…스스로 일하는 로봇

제조업만큼 급변하는 업계도 드물다. 쉴 새 없이 공장을 가동하고,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제품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최신 기술이 접목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AI가 대세로 떠올랐다.

4년 전부터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제조공정 최적화 기술과 자율공장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엑스(INTERX)는 작년에 아기유니콘에 선정될 정도로 제조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국내 솔루션 스타트업 중 가장 볼륨이 큰 회사로 꼽힌다.

정문성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공장을 스마트하게 운용하자는 취지의 스마트팩토리는 이제 옛날 말이 됐다. 대신 자율형 공장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시즌 2가 시작됐다고 말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 최근의 제조업계 역시 AI로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한다. 정 팀장은 “컨설턴트로 현직에 있는 나조차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기술의 속도에 숨이 찰 지경인데 현장에서는 어떻겠느냐”며, “그 속도를 맞춰가는 게 살아남는 생존전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조기업으로부터 문의가 많이 온다”고 했다.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제조공정 최적화 기술과 자율공장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엑스는 미래 비전에 대한 기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여전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AI 도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마트팩토리조차 제대로 안 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당장 AI를 도입하는 것이 시기상조라 여기는 경우가 있고,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인식이 쉽지 않은 데다, 어떤 부분을 지능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어떤 특정 분야에 AI를 접목하려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도 필요하고, 솔루션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업종에 특화된 전문지식”이라며, “인터엑스의 전문가들은 제조업 현장과 연구소 등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장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

이어 “특히 목적 서비스라고 해서 생산, 품질 예측, 안전, 에너지 등 제조공장에서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을 사람을 대신해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컨설팅을 한 후에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을 시켜 목적 서비스에 대해 검증한다”고 덧붙였다.

매년 2~3배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인터엑스는 미래 비전에 대한 기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첫 번째는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인 ‘장비 최적 운영 서비스 플랫폼‘이다.

그는 “개별적으로 구축했던 형태를 지나 서로 이해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함께 운영하는 데이터 스페이스 관점에서의 플랫폼”이라며,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사전 대응이 가능하다. 가령, 제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업체는 장비업체이고,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장비에 대해 가장 잘 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할 징조가 보이면 고장 나기 전에 문제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수 있고, 그런 데이터들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플랫폼의 장점은 인터넷 환경만 조성돼 있으면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점이다. 도입 비용과 운용비용도 저렴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반응도 기대하고 있다.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 싱크로 프로그램이 탑재된 로봇의 모습(사진 위). 포탈301의 싱크로 프로그램이 접목된 로봇이 자동차의 휠처럼 숙련된 수작업자가 필요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사람의 모션 학습해 수작업도 알아서 ‘척척’

사람의 모션을 공부해서 마치 인간이 하듯 스스로 작업하는 로봇은 미래 산업구조에서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노동 인력을 대체할 수단으로 로봇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포탈301은 세계적인 협동로봇기업인 유니버셜로봇의 파트너사로, 로봇 제어를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박장준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AI 학습 기반의 모션 인식을 통한 노코드 로봇 제어 자동화 솔루션인 싱크로(SyncRo)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아직 테스트 단계에 있는데, 7~8월에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싱크로의 장점은 작업자의 움직임과 로봇의 움직임을 동기화해 별도의 프로그래밍 없이도 로봇 자동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사람의 작업·행동 데이터 수집 및 학습을 통해 고도화된 수작업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선박 업계, 본체 도장 및 표면 처리 및 용접, 장비의 외관 처리나 자동차의 휠처럼 수작업으로 코팅하는 업체에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며, “기존의 산업용 로봇팔은 각종 규제로 인해 펜스를 쳐야 했지만, 이 로봇은 펜스를 치지 않고 사람의 옆에서 상생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 중이지만, 제품이 출시되기만을 기다리는 국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많다고 한다. 또한, 고된 수작업이 필요한 업계가 아닌데도 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지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 확장성 측면에서도 가능성이 높은 로봇이다.

최근 다시 각광받는 금속 와이어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작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에이엠솔루션즈와 협업 중인 키스트의 연구원이 원격제어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로봇 기반의 금속 와이어 3D 프린팅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엠솔루션즈(AM SOLUTIONS) 역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협업해 원격 협업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이엠솔루션즈 조승민 부장은 “금속 와이어 3D 프린팅은 20여년 전부터 실행되고 있었지만, 최근 다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60%가 버려지는 금속 분말 기법에 비해 99.9%가 참여되는 금속 와이어가 더 친환경적이고, 가격도 1/3 저렴해 경제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며, “항공우주, 조선·해양, 자동차 산업 쪽에서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금속 제조분야의 인공지능 로봇 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조 부장의 말처럼 에이엠솔루션즈 부스 한 편에 마련된 인공지능 파트에는 키스트의 연구원들이 헤드셋을 쓴 채 로봇과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연구원이 어떤 모션을 취하든 로봇은 그대로 따라 했고, 이 모든 상황은 모니터를 통해 보여졌다.

키스트 인공지능연구단 나건열 공학박사는 중기이코노미에 “원격협업 도구를 주로 만들고 있다. 일례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손짓을 하며 대화하고 설명하지 않나. 그걸 산업적인 분야에 적용해 보자는 취지로 만든 게 로봇의 원격제어 시스템”이라며, “기존에는 로봇을 제어할 때 리모컨의 버튼을 하나 하나 눌러야 했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이 가상의 로봇을 보면서 리모컨 없이도 제어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시스템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일반 PC 사용자도 인터넷 주소창만 치면 똑같은 화면에 들어갈 수 있다.

나건열 박사는 “공장뿐만 아니라 태평양 한가운데서 유지보수해야 하는 배를 비롯한 원양어선, 사막이나 오지 등에 전문가가 일일이 파견갈 수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그들이 원력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범단계에 있는 이 시스템은 일 년 안에 개발 완료될 예정이며, 곧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기존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기술력 눈길

물류에 특화된 로봇도 눈에 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국의 로봇보다 일의 효율성은 높이고, 가격은 낮춰 이번 전시회에서 많은 기업의 눈길을 받았다.

㈜오일러로보틱스(EULER ROBOTICS) 김봉성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컨베어에서 나오는 다양한 크기의 비정형 박스들을 쌓아 두기도 하고, 꺼내기도 한다”며, “3D 카메라가 박스의 위치와 크기를 알려주고 찍으면 3D 평면이 모니터를 통해 보인다. 그걸 토대로 박스의 위치를 알고, 공간을 계산해 가장 최적의 장소로 옮겨준다”며, “공압이 있어 에어로 빨아들이는 형태로 작업을 하며 20kg까지 거뜬히 든다”고 말했다.

올해 출시한 이 로봇은 기존의 로봇보다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기존의 로봇은 박스를 꺼내든지, 쌓든지 한 가지 일만 수행했지만, 이 로봇은 둘 다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업체의 로봇보다 15배 정도 저렴하고, 적용 분야가 다양해 많은 기업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의 위치를 탄탄하게 지키고 있는 터보윈(TURBOWIN)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생산하는 기계’라는 별칭을 가진 압축공기를 생산하고 있다.

압축공기가 쓰이는 범위는 굉장히 넓다. 기계에 들어가는 피스톤, 2차 전지 산업 분야, 제품 코팅 시 압축공기와 함께 코팅제를 분사할 때 쓰이고, 제트밀(JETMILL)이라는 공기를 이용해 분쇄 작업을 하는 기계에도 사용된다.

터보윈의 제품이 깨끗한 공기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제품의 핵심이 되는 모터에 모든 기술이 다 집약돼 있기 때문에 보통의 기계라면 으레 들어가는 오일, 톱니바뀌 등 다른 부품들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즉, 오일이 들어있지 않아 오일이 섞이지 않은 맑은 공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1999년부터 컴프레셔 기술을 발전시켜 2018년도에는 콤프레서 제품을 개발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오며 지금의 단계에 이르렀다.

터보윈의 대리점인 터보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다른 경쟁사의 경우 저압의 낮은 마력을 가진 제품을 만들고 있고, 우리는 고압의 높은 마력 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며, “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이용 중이고, 세계 최대의 석유정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는 이 제품으로 현재 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압의 제품 중에서는 블로어(Blower) 제품이 있다. 제조과정에서 폐수처리 하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 블로어다. 블로어는 삼성SDI, LG 디스플레이 등이 사용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경쟁사의 경우 콤프레셔처럼 높은 기압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발전하지 못해 저압의 낮은 힘을 가진 제품만 만들고 있다”며, “터보윈은 낮은 마력부터 높은 고압의 마력 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즉 범위가 넓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