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어라키가 없는 수평적 그림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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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하이어라키가 없는 수평적 그림을 그리고 싶다” 박진아 작가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1월26일까지 국제갤러리

기사입력2025-01-21 10: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국제갤러리가 박진아 작가의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를 지난해 12월3일부터 시작해 오는 1월26일까지 서울점 K2(1, 2층)와 한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1년 부산점에서 개인전을 연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전시로, 신작 36점을 선보인다.

박진아, ‘피아노 공장 06’, 2024, Oil on linen, 150×17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안천호,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박진아는 미술관, 레스토랑 주방, 피아노 공장 등 다양한 공간을 방문해 카메라로 포착한 장면들을 유화와 수채화로 재구성했다. 전시 제목인 ‘돌과 연기와 피아노’는 각각 미술관 전시장, 레스토랑 키친, 피아노 공장을 지칭하며, 일상적인 노동의 현장을 담고 있다.

작품 중 ‘돌’은 부산시립미술관의 그룹전 설치 장면을 담고 있으며, ‘연기’는 국제갤러리 레스토랑의 분주한 주방을 표현하고 있다. ‘피아노’는 독일 바이로이트의 슈타인그래버 피아노 공장에서 촬영한 장면들로 구성됐다.

박진아 작가는 “하이어라키(hierarchy, 위계질서)가 없는 수평적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는 그의 작업에서 회화성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으로 나타난다. 그는 드로잉에 가까운 속필 기법으로 성긴 이미지를 만들고, 여러 겹의 붓질로 물감 덩어리를 쌓아 인물을 표현한다. 또한 유화와 수채화 물감의 물리적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어 관객에게 상상의 여백을 제공하고 있다.

박진아, ‘돌 포장을 벗기고 03’, 2024, Oil on linen, 130×17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안천호,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박진아는 카메라를 활용해 전통적인 회화적 요소들의 위계를 전복시키고 회화적 자율성을 탐구한다. 그는 여러 장면을 재조합해 특정 시간대를 배제하고, 광각 렌즈의 왜곡 현상과 플래시 라이트를 통해 배경을 추상화하는 방식으로 독특한 화면을 구성한다. 이러한 기법은 작품에 우연성과 탈시간성을 부여하며, 추상적 공간과 재현적 공간이 공존하도록 한다.

이번 전시는 박진아가 드로잉과 회화, 구상과 추상, 사진과 회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회화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의 순간들을 통해 회화성을 고찰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진아(1974년생)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런던 첼시미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휴먼라이트’(2021), ‘사람들이 조명 아래 모여 있다’(2018) 등이 있으며, 국내외 유수기관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는 에르메스 미술상 최종후보에 선정되었으며, 최근에는 프리즈와 샤넬 코리아가 제작한 영상 시리즈에 출연하기도 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